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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詛呪와 동료
놈들에 대한 것은 레나에게는 상처니까.
“긴장하지 말고, 제대로 조준하고 쏘도록 해. 빗나가도 괜찮아. 내가 있으니까.”
내 말에 레나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수풀을 헤치고 멧돼지가 있는 곳으로 갔다.
멧돼지는 푸릉 하는 콧소리를 내며 뱀을 잡아 먹고 있었다. 발로 뱀의 몸을 꽈악 누르고, 입으로 뜯어 먹고 있는 모습은 야성이 느껴진다.
원래 돼지는 잡십이지만 뱀 까지 잡아 먹는 놈들이었나?
“쏴.”
아직 놈이 우리를 눈치 채지는 못했다. 레나가 내 작은 속삭임에 움찔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석궁을 겨누었다.
퉁! 퉁! 퉁!
세발의 화살이 쏘아졌다. 뱀을 먹느라 고개를 처박고 있던 멧돼지는 화살을 느끼지 못했다.
콱! 콰콱!
하지만 화살은 멧돼지에게 꽃히지 않았다. 그 근처의 땅에 꽃혔을 뿐이다.
“킁!?”
멧돼지 놈이 나와 레나 쪽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멧돼지 라고는 해도, 그 덩치가 말만 한 크기다.
이 대산맥 아르혼의 마숲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특별히 진화한 종 이라고 할 수 있는 거다. 그런 멧돼지 놈이 콧김을 내 뿜더니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쳇.”
“어..어떻게?”
“옆으로 물러나며 창을 들어! 내가 가르쳐 준데로!”
내 말에 레나가 바로 옆으로 움직이며 석궁을 던지고 등에 맨 창을 꺼내 든다. 동시에 나는 스킬마법 [조금 약한 유령의 손]을 만들고 두 개의 손도끼를 들었다.
“퀘에에엑!”
두두두두! 소리를 내며 모든 준비가 끝난 그 순간 녀석의 몸이 나에게 돌진해 오고 있었다.
“강력한 공격!”
바로 몸을 뒤로 날리며 손도끼를 휘둘렀다. 그리고 내 몸을 유령의 손 네 개로 잡아 뒤로 날려 보내었다.
퍼어억!
녀석의 머리가 아닌 머리 뒤쪽의 등짝에 손도끼가 박혀든다. 동시에 녀석의 머리가 내 몸을 박아버렸다.
퍼억!
가슴팍이 욱신욱신하며 아프다. 하지만 미리 뒤로 몸을 날리고, 그런 몸을 유령의 손으로 잡아채어 날렸기에 그 고통이 그렇게 까지 크지는 않았다.
날려가면서 몸을 뒤집어 그대로 착지하고, 소리를 질렀다.
“옆구리를 빠르게 찔렀다가 빼!”
내 말에 레나가 어쩔줄을 모르는 얼굴로 있다가 빠르게 창을 찌른다. 하지만 너무 깊게 찔렀다.
동시에 멧돼지가 날뛰자 꺄악 소리를 내며 창을 놓쳤다. 안되겠군.
쇄에엑!
유령의 손을 날려 그대로 녀석의 두 눈을 푹! 하고 찔러 버렸다. 녀석의 눈이 터지며 피가 흐르고, 퀘에에엑! 이라는 소리를 내면서 녀석이 발광을 한다.
“옆으로 비켜!”
버럭 소리를 지르고, 손도끼를 꽈악 쥐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났다.
“해볼까?”
화악! 하고 몸의 기운을 끌어 모았다. 요령은 팔에 힘을 꽈악 주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몸에서 어떤 기운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도끼에 검은 기운이 어리기 시작한다. 내가 뿜어낸 사마력의 기운이다. 그리고서 그대로 달려들어 그대로 손도끼를 내리찍었다.
퍼어억!
두개골을 정확히 파고든 두 개의 손도끼에 녀석의 머리가 박살이 났다. 발광하던 거대한 몸의 멧돼지. 아니 돼지 모양의 괴수는 그대로 쿵! 하고 그 큰 몸을 땅에 뉘였다.
“후우.”
혼자 사냥 했으면 처음 석궁으로 치명상, 혹은 즉사를 시키고 이겼을 텐데. 역시 누군가와 같이 하니 곤란하군.
“하악. 하악.”
내가 바라보니 레나는 새파란 얼굴로 주저앉아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괜찮아 레나?”
“괜..괜찮아.”
하지만 레나는 일어서지도 못했다. 그 예쁘고 귀여운 얼굴이 새파랗게 변해서 공포에 질린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놈들이 네 앞에서 아무것도 안 잡았나 보지?”
“만..만난지 겨우 이틀..이었어. 그 동안 아무것도 만난 적이 없으니까.”
그런가. 그랬던 거군.
“첫 실전이었던 셈이군. 기분을 가라앉혀. 앞으로 더 험한 일을 하게 될 테니까.”
누더기 가방을 열고, 멧돼지의 시체를 토막내어 집어 넣었다. 갈색 가방도 있지만, 그것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놈 꽤 큰 것이 이십골드는 받겠군.”
내 말에 레나가 겨우겨우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이..이십골드? 겨우?”
“아아. 이건 식량 이외에는 별 쓸모가 없으니까. 트롤 정도는 잡아야 수백골드쯤 벌 수 있지.”
생각해 보면 레나를 위해서 매달 삼백골드나 벌어들인 그 스카의 능력은 과연 대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대체 어떤 놈과 만났기에 그렇게 부상을 당해 죽은 걸까? 그러고 보니 조합장이 전멸..이라고 했었지.
안쪽에 터무니 없는 괴물이라도 있나?
“그리고 겨우라니. 이십골드면 사인가족이 한달간 생활 할 수 있는 돈이야. 적은 돈은 아니지. 네 치료비가 너무 비싼거 뿐이야.”
내 말에 레나는 멍한 얼굴이 되었다. 방금 전의 공포와 긴장은 다 가신 듯 하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부지런히 돼지를 해체해서 가방에 담았다.
벌써 해가 저물고 있다.
“오늘은 이만 하지. 일단 은신처로 돌아가자.”
레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레나는 내 손을 바라보며 몸을 움츠려 들였다가 천천히 내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킨다.
“미안.”
피식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직 애는 애로군. 많은 것이 과거 보다는 변했지만 말이야.
“괜찮아. 그렇게 하면서 차차 강해지는 거지. 그리고...네가 무사하다는 게 더 중요한 일이야.”
내 말에 레나의 얼굴이 빨개졌다. 왜 빨개지는 거람. 실수한게 부끄러워서 그런 건가? 이 녀석도 상당히 귀엽구나.
“그..그런 느끼한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갑자기 직격탄.....실수한 거 때문에 빨개진게 아니었구나.
“느끼한 말이라니. 너무하군.”
하아. 나의 진심을 이렇게 받아 주다니 너무해.
“가자.”
더 이상 있으면 피냄새를 맡고 온 자바쿠 놈들에게 둘러 쌓일 수도 있다. 등을 돌리며 걸어가는데 레나가 따라오는 기색이 없다.
“뭐해?”
“간..간다구.”
뭔가 이상하네. 라고 생각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걸음을 옮기는 동안 별 다른 대화는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은신처의 근처에 거의 다 왔을 때 갑자기 손가락에 끼어진 그 문제의 하얀 뼈 반지가 검푸른 빛을 뿜어내며 울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어떤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어어어어어어어....”
그것은 낮게 울부짖는 망자의 울음 소리다.
“뭐..뭐야?”
레나가 그 소리에 놀란 듯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붙었다. 그리고는 내 몸에 살짝 닿았다가 깜짝 놀란 듯 떨어졌다.
그런 레나의 반응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잠시 생각했다. 검푸른 빛과 함께 울음을 토하는 반지와 망자의 울음이라....
“레나.”
“으응?”
“뛰어!”
레나의 손을 잡고 바로 내달렸다. 레나는 놀란 듯 같이 뛰었다.
“뭐..뭐야?”
“은신처로 간다! 빨리!”
“우어어어어! 으어어어어어!”
사방에서 죽은 자들의 울음이 들려온다. 고블린 샤먼 녀석. 나에게 이 반지를 왜 나에게 선물하고 죽었는가 했다.
그래....죽은 자를 끌어 들이는 반지라 이거지? 단지 그것 뿐만은 아니겠지. 그 이상의 저주가 서려 있을 터다.
하지만 고블린 샤먼. 나를 너무 만만하게 봤어. 나 역시 네크로맨서. 이 정도에 당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속으로 생각하며 레나를 데리고 은신처로 빠르게 뛰었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뒤로 수십, 수백이나 되는 언데드가 그 망자의 울음을 내뱉으며 내달려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