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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과 준비 단계
“이..이제 괜찮아.”
레나는 왠지 붉어진 얼굴로 내게서 손을 빼내려고 했다.
“가만히 있어. 혹시 모르니 더 해야 해.”
내 말에 레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얌전하게 앉아서 고개를 떨구었다. 그런 그녀의 손을 왼손으로 잡고, 오른 손으로 근처의 식물의 생명력들을 쥐어 짰다.
파아앗.
몇 번이나 더 하고서 레나의 손을 놓아 주었다.
“비효율적이군....”
확실히 심장에 가까운 가슴에 대고 했으면 더 빨리 생명력이 퍼져서 효과가 좋을 텐데.
“뭐가?”
“아무것도 아냐.”
말해줄 수는 없잖아? 변태로 몰리기는 싫단 말이지. 귀찮음을 감수하기 싫어서 가슴을 만지자. 라고 말하면 변태 취급 밖에 더 받겠는가?
“저것들은....네 수하가 된 거야?”
“아아. 내 것이다. 이래뵈도 네크로맨서니까.”
“네크로맨서인데...왜 언데드가 덤벼든 거야?”
“이 반지 때문이지.”
고블린과의 전투에 대해서 간략하게 가르쳐 주었다. 반지를 끼게 된 경위도. 그렇게 이야기 할수록 레나의 얼굴은 놀람이라는 표정을 만들어갔다.
“네가 음모자?”
“음모자?”
“유명해. 몇일 전에 고블린 부락 하나를 혼자서 해치운 몬스터 헌터라고 해서....”
“벌서 소문이 퍼졌나”
페텐이 그렇게 튼 마을은 아니니 소문이 빨리 퍼질 만도 하군. 나름 유명 인사가 되어 버린 건가.
“여하튼 이 반지 덕분에 불필요한 전투를 하게 되어 버렸군. 아마도 추측이지만 주변의 시체들을 언데드화 시켜 끌어 들이는 위험한 능력이 있는 저주받은 반지다. 내가 네크로맨서가 아니었다면 죽었겠지.”
“위험한거 아냐?”
“시체가 없는 곳이라면 괜찮을 거야. 그리고 저주는 네크로맨서의 전문이다. 내가 연구를 해서 이용해 먹을 수 있는지 알아 봐야 겠지.”
레나는 내 말에 질렸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크로맨서라는 게 왠지 실감이 나는 모양이다.
“참. 마을에 돌아가면 마법을 가르쳐 줄 테니 열심히 해.”
“무슨 의미야?”
“너의 완치 되지 않는 병인 생명 유실은 신성력이나 마법적 수단으로만 생명력을 다시 채울 수 있지. 내가 너와 언제까지나 함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 아닌가? 그러니 네가 최소한 네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게 해 줄 생각이야.”
레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놀란 얼굴이다.
“놀랐나?”
“그..그렇게 까지 생각해 줄줄은 몰랐어.”
레나의 보랏빛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린다. 그 눈동자에는 눈물도 살짝 고여있었다. 그런 레나의 감정의 변화를 보며 어떤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안에서 어떤 감정이 움직이고 있는가? 나도 그건 모르지.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해. 레나는 살아있다.
만들어진 프로그램. 그럼으로서 생겨나는 만들어진 인형이라는 인식과 의미는 이제 아무런 장해가 되지 않는다.
살아있다.
그렇기에 눈물 흘리고, 기뻐한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더 이상 이 세상 안의 모든 자들을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을 그만 두기로 했다.
“내 스스로...힘을 가질 때가 올까?”
“글쎄...시간이 걸리겠지. 하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내가 장담하지.”
내 말에 레나는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그건 말괄량이 같은 미소도 아니었고, 요염한 여인의 얼굴도 아니었다.
마치 만개한 꽃과 같은 밝은 미소가 내 눈앞에 있었다.
“고마워.”
가슴이 두근두근 하다. 무언가가 내 안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손을 뻗었다.
“가자.”
“응.”
레나는 대답과 함께 내 투박한 손을 그 고운 손으로 잡았다.
정착과 준비 단계
사람은 누구나 준비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준비를 통해서 미래를
개척하는 데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
현자가 별거 인가?
준비 할 수 있는 자가 바로 현자다.
-현자의 자격
언데드의 군대는 땅을 파 묻어 두고 왔다. 하지만 내 휘하에 들지 않은 언데드 들의 시신중 돈이 될만한 것은 누더기 가방과 갈색 가방에 담아서 돌아와 팔았다.
모두 합해서 300골드나 되는 큰 돈이다. 그 돈으로 목책에 가까운 외곽의 공터를 사서 집을 지었다.
나무로 지은 집을 짓는데 꼬박 삼일이 걸렸고, 그 동안에는 여관에서 지냈다. 집을 짓는 동안에 베리얼에게 저주에 관련된 마법서적을 사고, 부여마법계파의 마법서를 몇권 구입했다.
또한 집안에 들여 놓을 가재도구를 사고, 석궁을 하나 더 샀다. 그 다음에 한 일은 집안에 대장간을 차린 것이다. 작은 용광로를 설치하고, 풀무와 기타 등등의 대장간 용품을 사들였다.
그러고 나니 300골드는 거의 대부분 사용되었고, 남은 돈은 이제 겨우 20골드 정도 뿐이었다.
“이렇게 거창하게 차릴 이유가 있는 거야?”
“있어. 나는 내 무기를 내 스스로 만들 고 싶거든.”
레나의 말에 대답해 주며 화분에 식물을 심었다.
“그건 뭐야?”
“네 식량.”
내 말에 레나의 얼굴이 슬쩍 붉어진다. 왜 붉어지는 건지는 나도 모른다. 왜 얼굴을 붉히는 거야? 식량 맞잖아?
“그..그런 야한 말은 어디서 배워온 거야!”
녀석은 나에게 빼액 소리를 지르고는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버렸다. 뭐야? 뭐가 문제야? 내가 뭔 야한 말을 했다는 거야?
“헛 참.”
대체 여자애가 뭔 생각을 한 건지. 완전 베리얼 급이잖아? 그렇게 투덜 거리며 화분에 생명력 강하기로 유명하다는 식물을 심었다.
식인식물이며, 몬스터로 분류되는 테피그라니아 라도 구해다가 심을까 하다가 말았다. 아무래도 미관상 좋지 않으니까.
작은 대장간 까지 같이 껴 있다 보니까 집의 덩치가 조금 커졌다. 하지만 그러던가 말던가 상관은 없다.
어차피 이 집은 몇 달 후면 버릴 거니까. 인터넷의 정보에 의하면 몬스터 헌팅이 돈이 되기는 하지만 더 돈이 되는 것은 사냥이 아니라고 한다.
이 라이프 크라이는 하나의 세상과도 같은 곳이라서, 오히려 권력을 잡는 게 더 큰 돈을 벌어들인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실제로 어찌저찌해서 준남작이 된 플레이어가 생긴 모양이다. 녀석은 영주의 하급관리로서 영지의 세금을 걷는 세무관이 된 모양으로, 그것만으로도 돈이 짭짤하단다.
게다가 이 라이프 크라이는 이리드 시스템이라는 대체 어떻게 구동하는지 모를 시스템으로 전투를 하지 않아도 이리드를 통해서 레벨 업이 가능하니까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도 한다.
그래서 나도 목적을 정했다. 내 목적은 영지를 먹는 거다. 나의 언데드 군대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니면 용병단을 차려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