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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의 시간
녀석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하늘을 잠시 바라보았다. 달과 별이 빛나는 아름답고 깨끗한 밤 하늘이로군.
현실에서는 이렇게 낮은 곳에서 수목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자는 부자들이나 가능한 일이니까.
현실과 다른 또 다른 현실이라. 하기사 오늘 만 해도 그런 것을 몇 번이나 경험했지. 생명따위 가볍게 취급되는 이곳에서 나는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
아직 라이프 크라이에 대해서 많은 것이 알려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라이프 크라이의 비밀이 하나 둘 밝혀 지겠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는 강자가 되어 우뚝 서있을 거다. 늘 그래 왔듯이.
“식사나 해야 겠군.”
그러고 보면 레나는 요리가 영 별로란 말이야. 여관에서 일했다는 애가 요리가 왜 그 모양인지.
내가 재워주는 것은 그렇다 쳐도. 먹여주기 까지 해야 하나? 요리도 좀 가르쳐야지 안 되겠다.
그렇게 생각 하면서 식사를 준비했다.
“맛깔나는 요리 만들기.”
파앗! 하고 스킬이 사용된다. 스킬의 특징이라면 시간 무시다. 특히 이렇게 제조계의 스킬은 요리를 하는 시간을 무시하고 결과를 도출한다.
내가 대장장이 기술을 스킬화 하려는 것도 그래서다. 어차피 내가 대장간 기술을 몸으로 체득한다는 것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무리니까.
야장의 기술을 스킬화 하고, 마법부여계파의 마법도 스킬마법화 시킨다. 그리고 두 개를 섞으면서 무기를 만들어서 마법무구를 내 스스로 찍어낸다.
일단은 그게 계획이다.
탁. 탁.
그릇에 음식을 덜어서 식탁에 차렸다. 문득 식탁에 음식을 차리고 보니 내가 언제 이런 가정적인 일을 하게 되었더라?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현실에서도 이렇게 살지 않는데 라이프 크라이에서는 이러고 있다니. 참 세상이라는게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근데 이 녀석은 아궁이를 만들어서 물을 데우고 있나?”
대체 목욕하는데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를 않는다. 스킬 [맛깔나는 요리 만들기]를 이용해 만든 돼지고기볶음과 샐러드가 식어버리고 있지 않은가?
“어이 레나! 언제까지 목욕 할 생각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욕탕의 문을 두드렸다.
“어이! 레나!”
이 녀석 안에서 쓰러지기라도 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섬득해 져서 안으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 버렸다.
“뭐야?”
자고 있잖아?
“김 빠지는군....”
레나는 뜨거운 욕탕에 몸을 걸치고는 조용히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격한 수련 후에 생명력의 전이로 피로가 단번에 풀어지면서 잠이 든 거로군.
쯧. 칠칠 맞기는. 이러다가 물이 차가워 지면 감기에 걸린다는 것도 모르는 건가? 고개를 내저으며 혀를 차고, 그대로 녀석을 물에서 꺼내었다.
늘씬하고 아름다운 나신이 내 눈을 어지럽힌다. 그런 녀석을 안아들어 욕실을 나섰다. 욕실을 나서며 수건을 들고, 녀석의 방으로 올라가 녀석을 눕히기 전에 수건으로 물길을 닦고, 녀석을 침대에 눕혔다.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라는 노래가 갑자기 떠올랐지만 나는 꾸욱 참고 이불을 두텁게 덮어주고서 방을 내려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문득 레나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하여튼 여자애가 조심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다니까.”
보드라운 얼굴 피부의 감촉을 느끼며 그대로 방을 떠났다.
쯧쯧.
“그나저나 식은 밥 혼자 먹어야 하잖아. 이를 어쩌나.”
그리고서 나는 혼자서 식어 버린 돼기고기볶음과 샐러드를 먹어야 했다. 왠지 비참한데?
석달의 시간
시간을 소비하여 노력하면
인간은 강해진다.
그럼으로서 인간은 앞으로 나아가
진화를 이룩해 왔다.
노력하고, 인내하라.
고통을 이기면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이다.
-현자의 목소리
“좋아!”
파앗! 하고 빛이 인다. 내 앞에는 1미터 남짓한 길이의 장검이 빛을 뿜으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석달이나 흘렀다. 지난 석달간 나는 매일매일 대장간으로 출근하며 잡일을 도맡아하고, 야장의 기술을 배웠다.
본시 야장의 기술이란 일년간 잡일을 하며 어깨너머로 배우고, 일년째 되어서야 겨우겨우 망치질을 가르쳐 줄까 말까한 것이다.
하지만 산슨 씨는 나에게 생명의 빛을 졌다는 이유로 첫 출근부터 용광로의 풀무질을 가르쳤다.
그리고 두툼한 금속대백과 라는 책을 가져 오더니 나에게 외우라고 지시했다. 각 금속마다 온도점, 담금질 하는 법, 제련 법이 모두 달랐다.
특히 신병이기라는 것은 서로 다른 녹는점과 굳는점을 가진 금속을 섞은 합금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하며, 자신 역시 그러한 비전을 가지고 있단다.
물론 나는 그런 것 까지 배울 생각은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신병이기가 아니다. 마법이 깃들어 특별한 능력을 가진 물건이다.
바로 내 반지 [생명의 수호자]처럼 단거리 공간이동이 가능한 물건 같은 것 말이다. 혹은 이 누더기 가방과 갈색 가방처럼 공간확장의 가방이라던가.
그런걸 원하는 거지 절세신병을 원하는 것은 아니니까. 여하튼 그렇게 삼개월간 죽어라고 외우고 배웠다.
그리고 쌓인 이리드를 이용해 스킬화 했다. 이 삼개월간 알아낸 것이 있다면, 이리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스킬을 자주 사용하면 스스로 레벨이 올라간다는 거다.
숙련도 시스템!
아무래도 그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리드를 소모할 이유가 없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또 아니다.
이리드를 사용하면 스킬을 더 빨리 확실하게 레벨을 올려 더 높은 효과를 지닌 스킬로 만들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지난 삼개월간 모든 이리드를 이 야장의 기술과 집에서 매일매일 연구하는 마법부여계파의 마법에 쏟아부었다.
“훌륭하군!”
내 스킬마법 [약간 차가운 손]의 마법을 마법진을 새긴 쇠몽둥이. 물론 장검을 만들기 위해서 제련한 쇠몽둥이다.
그것을 몇 번이나 [무기 제작] 스킬을 사용하면서 두드리고, 두드리고, 두드리면서 [마법 부여]라는 스킬마법을 걸었다.
[마법 부여]의 스킬마법은 스킬마법을 사용후에 [약간 차가운 손이나] [조금 약한 유령의 손]같은 마법을 사용하면 그 사용된 마법을 무기에 부여한다.
거기다가 마법진과 정해진 재료를 첨가하면 그 마법이 영구히 마법에 부여되어 마법무구가 되는 거다.
그렇게 해서 만들었다!
“차가운 장검!”
쉬우우우 하고 한기를 줄기줄기 뻗어내는 장검. 그러니까 아이스 롱소드가 내 눈 앞에 있다.
이거 하나 만들려고 얼마나 고생 했던가?
[마법 부여]의 레벨을 무려 4나 올렸다. [무기 제작]의 레벨도 3이나 올렸다. 그런데도 희안하게 이 두 스킬은 이름이 안 바뀐다. 레벨 조금 오른 정도로는 이름이 안 바뀐다는 건가?
여하튼 그런 덕분인지 [마법 부여]의 경우 마법을 한가지 사물에 세 개정도의 마법을 부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