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67화 (67/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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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텐을 떠나다

가까이서 보니 이 녀석 더 귀엽고 예쁘다.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말했더니 녀석도 조용히 대답했다.

“위험한 자세겠지?”

자세면 자세지. 자세겠지? 는 또 뭐야?

“라임.”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면서 어떻게 이 사태를 빠져 나갈까 생각하는데 녀석이 뭔가를 갈구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그 붉은 입술로 달콤하게 속삭였다.

“나.....더럽지?”

녀석의 고개가 내 옆으로 숙여지며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는다. 그 사이로 조용하게 속삭이는 녀석의 목소리를 들으며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더럽다니?”

“그런 녀석들에게 그런 일을 당했잖아.”

자신의 일은 아니라는 듯.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는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하지만 그 몸은 내 몸을 타고 올라서는 부들부들 잘게 떨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거짓말.”

“거짓말이 아니야.”

“거짓말이야. 넌....나랑 같이 사는 데도 나에게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잖아? 여자아이랑. 남자아이가 같이 사는 거야. 그런데 너는 나에게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잖아. 나는...나는 이렇게나 신경 쓰고 있는데...”

어깨가 축축해져 온다. 눈물의 향기가 난다. 녀석의 체취 속에서 문득 고독을 느꼈다. 손을 뻗어 레나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레나를 꼬옥 안아 주었다.

“바보구나.”

“바..바보가 아냐. 내..내가. 얼.얼마.나 흑...흐윽.”

결국 참을 수 없는 듯 레나는 눈물을 흘렸다. 둑이 무너지듯이 터지는 눈물의 소리를 들으며 그저 녀석을 꼬옥 안아주었다.

부드럽고, 여린 몸이다. 몇 개월간 훈련을 해서 약간의 균익이 잡혀 있지만 여전히 여리고, 약한 그 몸을 안아주며 속삭여 주었다.

“괜찮아. 내가 말했잖아. 네가 나를 거부하지 않는 한. 나는 너와 함께 할 거야.”

그래. 네가 나를 버리지 않는 한 나는 너와 같이 있을 거다. 하지만 내가 너를 먼저 버리는 일은 없을 거다.

나의 문제로 하여금 네가 스스로 나를 떠나가게 만들 지라도.................

“자 고개를 들어봐봐.”

손을 뻗어 레나의 얼굴을 매만졌다. 눈물 범벅으로 엉망이 되어 버렸다. 원래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지만, 지금은 눈물 때문에 더 엉망이었다.

그래도 귀여웠다. 그리고 예뻤다.

“바보같기는.”

“나 싫..싫지 않아?”

“싫어하지 않아.”

내 말에 그래도 울상이다.

“거짓말. 그럼 왜 나를 안으려고 하지 않는 거야?”

“프..플라토닉 러브라는 것도 있다고. 그.그리고 나는 난봉꾼이 아니란 말야.”

기가막혀서는. 겨우 그런 것 때문에 이렇게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거야?

“그..그럼 안아줘.”

“으응?”

“증명해줘. 나를 버리지 않는 다는 것을.”

레나의 눈동자가 혼을 빨아들일 듯이 나를 보고 있었다. 지금 내가 뭔 말을 들은 거지? 잠깐 혼란이 온다.

레나가 나에게 요구한 것은 이렇다.

1.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을 증명해라.

2. 그 증명은 안는 것을 통해서 증명된다.

3. 그러니까 나를 안아 줘.

라는 결론이 머릿속에서 도출되었다. 그리고 나는 왠지 모르게 식은땀이 나면서 손을 뻗어냈다.

가슴이 두근두근 하고, 왠지 모르게머리가 뜨겁다. 이 녀석이 이렇게 까지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내가 매번 손을 잡을 때마다 움찔움찔하는 것이 그 놈들에게 당한 상처 때문이라고 생각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까? 그런 의문이 머릿속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그때다.

퀘카! 퀘카! 바스락! 바스락! 퀘카! 퀘카!

사나운 야수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레나의 어깨를 꽈악 하고 잡았다.

“레나....내 말을 잘 들어.”

“응.”

“지금 몸을 돌리자.”

그리고서 레나의 어깨를 잡은 채로 그대로 한바퀴 굴러 자세를 바꾸었다. 이제는 내가 올라탄 모습이다.

그 상태로 나는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다 대었다. 철컥. 하고 고리에서 손도끼를 빼내어 쥐면서 레나를 바라보나 레나의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져 있었다.

“이..이대로?”

허이구 레나야! 지금 그런 생각할 때가 아니란다. 물론 나도 네 유혹이 기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일단 이 놈들부터 해결해야 겠지!

“그대로 눈 감아!”

“퀘카! 퀘카!”

양 옆에서 늑대의 몸에 여섯 개의 다리, 그리고 기형적으로 크게 벌려지는 기이한 입을 가진 여섯 눈의 마물이 튀어나왔다.

하바크라고 불리는 늑대의 개조된 마물이다. 털 사이로는 비늘이 나 있고, 턱은 바위도 으깬다.

다리가 여섯 개인데 빠르기는 엄청 빠르다. 몬스터 백과사전에서는 봤지만 아르혼에는 없던 놈들인데 여기서 보게 되는 군!

“강력한 공격!”

퍼퍽!

양옆에서 달려든 두놈의 머리를 향해 본 엑스를 쳐박아 쪼개어 버렸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녀석들의 시체를 주변으로 내던지고 소리쳤다.

“레나! 어서 나무 위로 올라가! 어서!”

레나가 깜짝 놀란 얼굴로 일어서서는 나무 위로 올랐다. 동시에 스킬마법을 발동하며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나의 영혼의 조각. 나의 생명의 의지. 이곳에 나타나 나의 손이 되어라! 조금 약한 유령의 손.“

유령의 손 여섯 개가 내 주위로 나타났다. 동시에 또 다른 스킬마법을 발동했다.

“원념의 힘. 그 차가운 한을 이 손에 담으라. 약간 차가운 손.”

쩌저적!

유령의 손에도 보조 마법을 걸 수 있다. 특히 이 [약간 차가운 손]같은 것 말이다. 그렇게 전투를 끝내자 사방에서 퀘르르르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기랄 하바크 떼인가? 재수 없는 녀석들! 강자에게는 꼬리를 말고, 약자에게는 무리를 지어 덤벼드는 놈들이 이 놈들이다.

하이에나 같은 습성을 가진 놈들이 하나 둘 수풀에서 나타나 주위를 빙글 빙글 돌면서 퀘르르르 하는 희안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레나! 엄호해!”

“알았어! 우씨 이 놈들 다 죽었어!”

방해 받은 거 때문에 레나가 화가 났는지 붉어진데다 눈물자국이 남은 얼굴로 석궁 슬레이터를 들었다.

퉁! 퉁! 퉁!

퍼퍽! 퍽! 퍼퍼퍽!

석궁은 정확하게 빙글 빙글 돌던 놈중 하나를 맞추었다. 그것을 보며 나는 웃으며 유령의 손을 날렸다.

쩌저저적!

유령의 손은 평범한 자에게는 보이지 않지! 네놈들 같은 똥개가 볼 리도 없고 말이야! 마침 잘 되었군. 네놈들을 모두 죽여 [본 하운드]로 만들어 부리겠다!

“덤벼라 똥개야!”

몸을 날려 하바크의 무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하바크 놈들이 입을 벌리며 몇 마리나 나에게 덤벼든다.

퍼억!

유령의 손으로 몸을 날려오는 놈의 머리르 후려갈겨 떨어트리고, 바로 본 엑스를 내리찍어 버렸다.

퍼억! 하고 머리가 부서지며 하바크의 몸이 부르르 떨다가 추욱 늘어졌다. 쯧 이래서는 언데드로 만들 수도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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