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70화 (7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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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의 분노

“자 가자.”

“그..그냥 가?”

“더 이상 뭐 할 일이 없잖아?”

내 말에 레나는 여전히 마뜩치 않은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레나가 문득 입을 열었다.

“너...사람 많이 죽여봤어?”

“아아.”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나? 확실히. 보통의 사람이라면 사람을 죽이는 게 좋을 리가 없다. 꺼림직한 것을 넘어서 혐오스러울 정도니까.

“많이 죽였지.”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을 죽이는 짓을 많이 했다. 게임의 안 에서 이지만. 라이프 크라이만 못하지만 과거에 나왔던 많은 가상현실게임들도 리얼리티를 추구했다.

그 게임들 안에서 많은 이들을 죽였다. 특별한 무술을 배운 적은 없다. 특별히 전투를 배우지 않았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전장에서 죽고, 죽였다. 그러다 보니 나는 지금 이렇게 자연 스럽게 사람을 쳐 죽인다.

게임이니까. 그러니 죽여도 죽인 게 아니다. 전투경험은 쌓이지만, 죽였다는 껄끄러운 감정 따위 생일 리가 없다.

이 라이프 크라이에서는 NPC를 죽일 때 그래서 껄끄럽다. 정말로 사람을 죽이는 것 같아서.

“얼마나?”

“글세.......”

그렇다고 게임에서 많이 죽였다고 말해 줄 수 없어서 말끝을 흐렸다.

“그런 건 신경 쓰지마.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야.”

내 말에 레나는 기이한 눈길을 나에게 던졌다. 쓰게 웃어주고 앞서 걸어나갔다. 문득 뒤를 보니 여전히 생각에 잠겨서 멈추어 서 있다.

“뭐해? 안 갈거야?”

“가! 간다구!”

레나가 소리를 지르며 나를 따른다. 우리의 뒤로 죽은 이름 모를 정령사 플레이어의 시체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길을 가는 동안 몇 번이나 몬스터의 습격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도 몬스터의 습격을 받는 중이다. 약간 다른 점은, 지금은 언데드의 습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크어어어어.”

하지만 약간 이상한 것이 나와 레나의 주변에 몰려들었으면서도 일정 거리 이상으로는 좁혀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 언데드야!?”

레나가 화가 난 듯 소리를 질렀다. 레나도 이제 익숙해 진 거로군. 축하해야 할 일인데?

“그런데 왜 이 녀석들 가까이 오지 않고, 빙글빙글 돌고 있지?”

나 역시 레나의 질문에 생각해 봤다. 그리고는 도끼를 들었다.

“그어어어.”

언데드 들이 뒤로 물러선다. 놈들의 원념에 찬 눈동자에 공포가 어린다. 크큭. 그렇군. 내 본 엑스 때문이로군.

“내 탓이야.”

“네 탓?”

“내 네크로맨서로서의 능력이 크게 늘어서 나에게 복종심을 가지고 있는 거야. 이 반지가 사자를 불러들여 나를 공격하게 하지만, 내 네크로맨서로서의 능력이 높아서 언데드가 절로 복종하는 거다. 그래서 그 괴리감에 저러고 있는 거지.”

정말이지 웃기는 일이군. [사자(死者)를 지배하는 자의 권위(權威)]를 패시브 스킬로 가진 나와, 그 스킬을 담은 내 두 개의 아티펙트인 [언데드 도미네이션즈 본 엑스] 때문에 언데드가 덤벼들지 않고 있는 거다.

반지 때문에 덤비고는 싶은데, 본능적으로 지배되어 버린다. 그래서 저렇게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깨갱 거리면서 근처에서 빙글빙글 돌고 덤벼들지 않는 거다.

그런 언데드를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도끼를 하늘을 향하게 하고 스킬마법을 사용했다.

"죽은 자의 원념. 그 피맺힌 한의 힘을 여기서 내가 제압하노니. 일어나 나의 명을 따르라. 다수의 강력한 시체 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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