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72화 (7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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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몰 백작령의 경계에 있는 성채

“뭐야 이거?”

레나도 그 글을 보았다. 그런데 레나에게는 사마력 +5 효과는 보이지 않는 듯 했다. 그런데 이건 ‘능력‘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추가 되어 있네? 흠...특별한 아이템이라 이 말이로군?

“저주받은 왕이라?”

절대로 벗을 수도 없고, 파괴되지도 않는다라? 이거 참 막장인 아이템인데? 거기다가 반지의 주인은 서서히 생기를 잃는다고? 뭐 그거야 내가 생명 흡수를 매일매일 하니 아무 관계 없고, 3킬로미터의 시체를 모두 언데드화 해서 끌어들인단 말이지? 이거 좀 끝장인데? 쯧. 그럼 도심으로는 못 들어가겠군. 아니라면 이 반지를 어떻게 조절하는 능력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으음. 어떻게 한다?

고민이 깊어지는데 갑자기 문장이 일그러지더니 무언가로 바뀌었다. 그리고 어떤 소리가 내 머리로 직접 울렸다.

-오라...........오너라...........나의 종이여.........

재수없는 목소리다. 낮고, 쇠를 긁는 듯한 그 목소리를 정말 재수가 없는 목소리였는데 그런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소름이 돋았다.

이게 아라한 신전에서 본 메시지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그거 말이지.

“이..이런걸 어디서 얻은 거야?”

“말했잖아. 그 고블린 놈이 준 거라고.”

어째서 고블린 주제에 그렇게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는지 궁금 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군?

빌어먹을 고블린 놈. 어떻게 그렇게 언데드를 잔뜩 끌고 왔는지 이제 이유를 알 겠군. 하지만 갑자기 난데 없이 이런 유니크 아이템이 떡 하고 나타나다니?

물론 지금 당장은 나에게 쓸모 없는 것이기는 하지. 아니 쓸모 보다는 오히려 나에게 해악을 끼치는 물건이다.

도심에 가면 아무리 희귀하다지만 정령사가 없을 수는 없을 테니, 내 정체가 들통날 수도 있지 않은가? 음..이걸 어떻게 하지?

-오라......오너라........나의 종이여...........제물을 바쳐라.....그리하면 나의 힘을 얻을 것이니.....오라....오너라....나의 종이여.........

그렇게 생각하는데 머릿속에서 다시금 목소리가 울린다. 제물? 왠 제물? 잠깐. 그러고 보면 고블린 놈은 이 반지를 ‘이용‘하는 것 같았다.

놈은 제물을 바쳤단 말인가? 아니면? 어떻게 했단 말인가? 알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을 하면서 반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 숨을 내쉬었다. 우선 오늘은 마을에 가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후우......모르겠다. 우선 오늘은 마을로 가서 쉬자.”

“언..언데드가 나타나지 않을까?”

“마을 규모를 보니 뭐 죽은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 뭘.”

내 말대로 마을의 규모는 작았다. 오히려 페텐 보다도 작았다. 인구는 몇백 정도 있는 듯 하고, 주변은 모두 농지다.

산이 끝나고, 평지를 한참이나 걸어서 처음 만난 마을을 보며 나는 손짓으로 언데드들에게 땅을 파게 시켰다. 그리고 그 안에 모두 집어 넣고 흙을 덮었다.

“가자.”

나중에 무한의 가방 같은 거라도 가지고 다녀야지 안 되겠군. 아니면 소환 마법을 배우던가 말이야.

언데드를 일일이 땅에 묻고 다니려니 영 힘들어서.

그렇게 생각하며 레나와 함께 마을로 향했다. 비록 인구 오백 정도의 작디 작은 마을이지만 그래도 목책이 둘러져 있고, 튼실한 문도 있었다.

문은 활짝 열려져 있지만, 밤에는 굳게 닫을 것이다.

“나..낡았어.”

펠텐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페텐은 확실히 좀 좋은 시설을 갖춘 마을이지만, 식량 공급 담당인 펠텐은 조금 노후했다.

그런데 여기는 그 보다도 더 했다. 전형 적인 시골의 농가다. 여관이라도 있을까 의심 스러운 그런 마을이었다.

“일단 가 보자.”

레나와 같이 마을의 안 쪽으로 들어섰다. 의외로 여관이 셋이나 있다. 그리고 작은 규모와 다르게 광장에는 사람이 그럭저럭 있었다.

노점도 몇 개 있고, 무기를 찬 용병들도 돌아 다녔다. 하기사 여기가 마지막 경계다. 여기를 넘어 산으로 들어가면 대산맥 아르혼의 끝자락 이다.

끝자락 안쪽으로 아예 자리를 잡은 페텐과 펠텐이야 말로 오히려 특별한 거다. 아마 여기 있는 자들은 나와 레나가 지나온 산길을 통해서 페텐과 펠텐에 가거나, 그 사이의 몬스터를 사냥하며 연명하는 자들일 것이다.

용병의 일이 몬스터 헌팅 말고도 다양 하지만, 이런 외진 시골에 이정도 사람이 있다는 건 그런 이유 외에는 없겠지.

그래도 낡아빠진 작은 마을임에는 변함은 없다. 사람이 조금 있다고 해도, 마을 전체가 부흥할 정도의 숫자는 아니다.

그저 이 작은 마을에 활기를 불어 넣을 정도의 숫자일 뿐이다.

“어느 여관으로 갈래?”

내 질문에 레나가 눈을 빛내었다. 그래도 여관의 여종업원이었지 않은가? 그녀의 눈이 예리하게 번쩍이더니 한 곳을 가리켰다.

“저기.”

“흠....”

그 여관은 다른 두 여관 보다 좀더 낡은 듯 했다. 특히 입구의 문짝은 다른 것들 보다도 더낡아 보였는데 손때가 가득 묻어 있다.

“왜?”

“저렇게 문이 더 닳았다는 건 그 만큼 손님이 뻔질나게 드나들었다는 증거거든.”

“흐음. 나중에 참고 해야 겠군.”

레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 낡은 여관 [주점의 노래]를 향해 다가갔다. 끼익. 하고 낡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제법 많은 사람들이 홀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뭔가를 마시고, 먹고 있었다.

“어서오시게. 뭐가 필요한가?”

“방하나를 하루 쓸까 합니다.”

내가 앞서 말했다. 그러자 레나가 뭐? 하는 듯한 눈으로 나를 쏘아 본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레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방은 하나다! 왜냐고? 현재 돈이 좀 간당간당 하거든.

“흠....너무 시끄럽게 하지는 말게. 우리 여관이 낡아서 옆방에 신음소리 정도는 들리거든.”

“그..그런 사이 아니에요!”

레나가 재빠르게 부정했다. 이 여자애가 정말. 숲에서는 뭐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매달렸으면서 사람들 앞에서는 부끄럽다는 건가?

뭐 내가 이해해 줘야지.

“클클. 청춘이군. 여기 있네.”

노인이 히죽 웃으며 열쇠를 준다. 노인에게 값을 치르고서, 식사를 부탁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데나 앉아 있으라고 말했고, 나와 레나는 아무 테이블이나 가서 앉았다.

잠시 기다리니 노인의 손녀로 보이는 귀여운 소녀가 다가와 무언가를 늘어 놓았다. 레나 보다도 두 살이나 어려 보이는 소녀였다.

이런 어린 아이도 일을 돕는 건가? 애 쓰는 군. 그렇게 생각하면서 늘어지는 음식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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