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74화 (7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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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몰 백작령의 경계에 있는 성채

“왠지 너무 운이 좋은데.........”

내가 네크로맨서라서 이런 물건이 나왔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다. 물론 그냥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까닭 잘못하면 정령들에게 공격당해서 죽을 수 있고, 신관들도 알아보고 날 죽이려 들 지도 모른다.

이 반지를 끼고 있는 것 자체가 세상과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 라이프 크라이의 모든 것들과.

좋은 만큼 대가를 치르라는 건가? 하지만 초반부터 이런 물건을 떡 하니 주다니? 흠.....그냥 우연일까? 아니면 아라한 컴퍼니의 어떤 의도인가?

예전에 나온 게임들도 개발사 직원들이 NPC로 분해서 연기를 하고, 어떤 시나리오 같은 것을 연출하기 위해서 이런 특별한 물건을 유저들에게 가도록 유도하기도 했었다.

나 역시 몇 번이나 그런 일에 휘말린 적도 있었지. 뭐 여하튼 위기는 기회. 이 위기와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 하는 것에 따라서 나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알 수 있겠지.

게다가 이 게임은 죽으면 그걸로 캐릭터가 삭제 되어 버리니까 말이야. 그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해.

그래도 새롭게 [위대한 죽음의 광선]을 얻었군. 하루 한번 한정이지만 말야. 이 [생명의 수호자]와 비슷한 경우겠지?

아라한 신전에서 모든 작업이 끝난 후에 나는 레나에게 돌아왔다. 레나는 여관의 홀에 앉아서 뭔가를 마시고 있었다.

뭔가 하고 보니 어제 우리가 마셨던 바로 그 체리 쥬스다. 그런데 왠지 얼굴이 붉고 헤롱거리는게 심상치 않았다.

“아? 라임이다! 라아아이이임!”

가까이 다가가니 체리의 향이 화악 풍긴다. 그리고 그 사이로 술의 향기도 풍겼다. 이거 체리 쥬스가 아니고 체리 주였군?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내가 카운터에 앉은 노인에게 물어 보니 노인장이 허허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자네를 기다린다고 앉아서 넙죽넙죽 먹더니 저리 되었네. 술이 꽤 약한 모양이야.”

“켁.”

나는 목이 졸리는 기분을 느꼈다. 근데 기분만 그런 게 아니었다. 진짜 졸리고 있었다. 레나가 내 목에 팔을 두르고 목을 조르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갔었어어어? 응? 나 외로웠단 말이야아아.”

“와하하하하!”

그 소리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떠들썩 하게 웃는다. 누구는 당장 침대로 데리고 가라구! 하는 등의 소리를 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아니 얘가 왜 술을 잔뜩 먹고 술 주정을 부리는 거야?

이거 난감하네.

“아..알았어 이제 혼자 두지 않을게. 일단 방으로 가자.”

“라이이임! 너 그러는거 아냐아아아! 그러니까. 나는 말이지......흑.흑흑흑.”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아아. 이 녀석 왜 이러는 거야? 좀 진정을 하라구! 겨우겨우 달래서 어떻게 방으로 끌고 들어왔다.

뒤에서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창피인지 모르겠다.

“너 그러느으거아뉘야아.”

“그래그래.”

오늘 떠날려고 했는데 떠나지도 못하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고는 아래로 내려가 하루치의 숙박비를 더 치르고 방에 올라왔다.

올라와 보니 이 녀석이 술에 취해서 골아 떨어졌는지 잠이 들어 있었다.

“에구 이 웬수야.”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훗.”

그래도 잠자는 모습은 귀엽군.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아 머리아파.”

다음날 레나는 숙취로 인한 두통에 시달렸다. 하지만 레나가 그러던가 말던가 우리는 길을 떠나야 했다.

마을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얼마 안가면 이 경계 부근에서 대규모 몬스터의 침공이 있을 시에 방어를 목적으로 설립한 큰 성채가 있다고 한다.

그 성채가 이 인근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가장 발달한 곳이란다. 대산맥 아르혼에는 질 좋은 광산도 상당히 많은데, 페텐과 펠텐처럼 안쪽으로 들어가서 설립된 마을은 아니지만 초입의 산을 개발한 광산 마을이 많단다.

그런 광산 마을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광물이 바로 이 성채 벨론을 거쳐가기에 상당히 크고 시끌시끌하단다.

“다 왔어. 조금만 더 참아.”

그 이름도 물어보지 않은 작은 마을에서 꿀물을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레나는 머리가 아픈지 그 귀여운 얼굴을 찡그리며 머리를 부여잡고 있다.

등에는 갈색 가방과 석궁 슬레이터를 매고, 어깨에는 창을 척 하고 올려 놓고 있다. 아직 실력은 좀 별로지만, 겉으로 보면 완전한 여자 용병이다. 물론 어려 보인다는 게 단점이지만.

“오. 보인다.”

“정말?”

레나가 얼굴을 찌푸린 상태로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로 거대한 성채가 보였다. 그 규모가 상당히 심상치가 않았다.

그런데 그 규모와 다르게 좀 낡아 보였다. 그것은 가까이 갈수록 더 확실해 졌다. 성채의 동쪽으로, 서쪽으로, 남쪽으로 여러 가지 수레가 가고 있다.

오직 나와 레나가 온 길로만 사람이 오가지 않을 뿐이다. 그렇게 길을 가다 보니 북문으로 향하는 길에 들어섰다. 페텐과 펠텐 방향에서 아무도 이리로 오지 않을 뿐 북쪽의 다른 마을들에서 온 듯 보이는 상인들과 마차가 줄지어서 북문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성채에 가까이 가자 그 웅대함을 확실히 알 수 있었지만, 낡았다는 것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성의 여기저기에 설치된 공성병기였을 것들이 먼지가 잔뜩 끼어있는 채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높이는 대략 20미터는 되어 보인다. 사다리를 쓰던 어떻게 하던 도저히 그냥은 올라갈 수 없는 엄청난 높이였다.

하기는 오거 같은 거라도 내려 오면 이런 성벽이 아니라면 절대 막을 수 업겠지. 철옹성이라고 불러도 되겠는데?

“우와......크네.”

레나가 감탄을 터트렸다.

“본적 없어?”

“나도 요새는 몇 개 본적은 있지만 이렇게 큰 성채는 처음이야.”

“그래?”

이 성채가 특별히 크다는 거로군? 몬스터를 위해서 만들었다지만 너무 큰거 아냐?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렇게 생각하며 성문으로 다가갔다.

성문은 성벽의 그 크기에 비하면 보통이었다. 내가 보기에 충분히 큰 성문 이었지만, 레나의 말로는 성문은 보통이란다.

“멈춰라! 어디서 오는 자냐?”

사람들이 통과하는 것을 기다려 우리도 들어서려 하자 병사들이 우리를 가로막았다. 나는 한델 용병 조합장에게 받은 용병패를 꺼내어 보였다. C급 용병이라는 용병패다.

사실 내 마법까지 합하면 B급 용병은 되는데. 쳇.

“어린 나이에 험한 일을 하는 군. 좋아 통과.”

병사는 용병패를 돌려주며 나와 레나를 번갈아 보고는 통과 시켰다. 그렇게 간단하게 검문을 통과해 드디어 하이몰 백작령에서도 몇 안되는 거대한 금속, 무기, 상업 도시이자 성채인 벨론에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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