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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굴 토벌
“사람 많구먼.”
이거 완전 서울의 종로바닥에 온 느낌이다. 종로도 고층화, 빌딩화 된 곳이지만 엄청나게 사람이 많았다. 빌딩의 지하와 지상 사이에 미로처럼 만들어진 구름다리 같은 통로들 때문에 엄청 복잡하다.
상업의 중심이라, 무지막지하게 사람이 많기도 했다. 성문안으로 들어선 벨론은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들어선 곳은 북문. 북문에 들어서자 마자 중앙 광장까지 단번에 뚫린 큰 대로가 있었다고 하는데 중앙광장이 보이지도 않는다. 좀 멀다는 뜻이겠지.
“어서오세요! 최고의 여관임을 자처하는 북문의 아침입니다!”
“단검 한자루에 10실버! 싸다 싸!”
여기저기 장사 하는 소리, 호색하는 소리, 서로 떠드는 소리로 엄청나게 시끄러웠다. 중앙에 마차와 말이 달리는 길의 양옆에 난 인도로 엄청난 사람들이 유동하고 있었다.
“야! 레벨 몇 올렸냐?”
“놀라지 마라! 나 2업이나 했다구!”
그리고 그 떠드는 소리에는 분명 유저임에 분명한 자들의 목소리도 같이 섞여서 떠들고 있었다.
과연. 여기 부터는 이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단 말이렸다? 드디어 이 게임의 진정한 생활을 시작했다 할 수 있겠군.
아니. 내가 너무 늦게 진출한 거겠지.
“크에....역시 도심은 이래서 싫어.”
레나는 스카를 따라 여기저기 돌아 다녀 봤으니 익숙했나 보다. 놀라지 않고 진저리를 친다. 나도 이런 풍경은 익숙하다. 다만 이 게임 안이 아닌, 현대에서의 풍경이지만.
“일단 여관부터 잡자구.”
“그래.”
일단 이 벨론이라는 곳에는 처음이다. 그렇기에 조금 돌아 다녀 보기로 했다. 대충 돌아다니면서 경비병에게 묻고, 상인들에게 작은 물건을 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북로, 서로, 남로, 동로의 동서남북의 4개의 대로가 중앙 광장으로 이어지며, 중앙 광장에서 북서쪽으로 이 성채의 성주이자 이 일대를 관활하는 영주인 벨론 자작이 사는 영주성이 있다고 한다.
이 4개의 대로에 각종 상점가가 집중되어 있고,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해서 남서쪽으로는 사창가와 유흥가가. 남동쪽으로는 대장간과 각종 공방이. 북동쪽으로는 여관들이 있으며, 북서쪽은 민가가 밀집 되어 있다고 한다.
넓이는 총 면적 10킬로미터 정도로, 인구는 약 백만 정도가 살고 있단다. 이 정도면 소국을 건설할 정도의 인구다.
인터넷에서 듣기로 이 라이프 크라이의 세계의 토지의 면적은 유저들이 대충 추측한 바에 의하면 지구의 약 6배에 가까운 넓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라이프 크라이의 NPC의 인구는 총 200억 정도라지? 현대의 지구 보다도 더 많은 인구다.
대체 이걸 어떻게 구현한 건지 알수 조차 없는 지경이라고 할까? 그러고 보면 현실에서 아라한 컴퍼니의 사업비밀을 캐내려고 전 세계의 모든 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도 했었지?
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고 했었다. 문득 눈을 돌려 옆에서 걷고 있는 레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정말 사람과 같지만 레나는........
“뭐야? 왜 그렇게 쳐다봐?”
“아니. 아니야.”
레나의 말에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어 주었다. 그리고 적당히 추천을 받아서 [돼지 목을 비틀어도 아침은 온다]라는 괴상한 여관에 묶기 위해서 걸음을 옮겼다.
마굴 토벌
마굴이란 일정한 마력이
모여들어서 만들어진 곳을 말한다.
마법사들에 의하면, 마력이 땅 속에서는
지맥이라 부르는 것을 타고 흐르고,
대기에서는 천맥이라는 것을 따라
움직인다고 한다.
마굴은 바로 그 지맥에서 뻗어나온 마력이
기이하게 뒤틀려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한곳에 고일 때 생겨난다.
이렇게 마굴이 생성 되면 그 굴의 가장 안쪽에
마굴의 핵인 마정석이 생기는데.
그 마정석은 지맥에서 뻗어나오는 마력을
집어삼켰다가 특이한 파장을 발산하여 다시 뿜어낸다.
그러면 몬스터가 몰려들게 되는 것이다.
-마굴과 몬스터의 상관 관계
벨론에 도착하고서 이틀간 대충의 정보 수집을 했다. 그러는 동안에 자금 역시 빠르게 줄었다.
이제 남은 돈은 10골드도 채 되지 않는다. 여기서 더 돈을 쓰면 뭔가 일거리를 할때 필요한 준비물을 살 돈도 남지 않게 된다.
“돈이 떨어지고 있어.”
“그래?”
“응.”
내 말에 레나가 그게 뭐 큰일이냐는 얼굴이다. 그래서 말해 주었다.
“마굴에 가서 사냥하자.”
언제까지고 빈둥 거릴 수는 없다. 마굴이라고 해 봤자 설마 대산맥 아르혼 보다 강한 몬스터가 있으랴?
그러니 마굴에 사냥을 해야 한다. 그리고 모자른 자금을 보충 해야 한다. 마굴에 가서 그 마정석을 취할 수 있다면, 매우 큰돈이 된다.
마정석은 고위의 마도사라면 누구나 탐을 내는 보물이다. 최하급의 마정석의 가격만 해도 수천골드를 호가하는 그러한 물건인 것이다.
“에?”
레나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벨론에는 용병 조합이 다섯 개가 있었다. 각기 다른 조합들로서 각기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 용병 조합을 두루 돌아 다녀 보다가 마굴 토벌을 주로 맡아 하는 용병 조합 베로스에 들러 여러 가지 의뢰를 보게 되었다.
이 근방에만 마굴이 열 다섯 개가 있다고 한다. 마굴이란 다른 게임들로 치면 던전 같은 곳으로, 그 마굴의 중심에 마정석이라는 핵이 있다.
이걸 제거하면 마굴이 사라진다. 마굴은 내버려 두면 점점 힘이 강해져서 점점 강한 몬스터를 불러들인다고 한다.
그래서 마굴이 나타나면 기를 쓰고 없애야 한다. 문제는 마굴을 없애도, 어디선가 갑자기 뿅 하고 생겨난다는 거다.
근데 이 마굴에서 몬스터를 끌어 들이는게 이게 또 돈이 짭짤한 수익원이 된다. 몬스터의 사체라는 건 돈이 되니까.
어떤 영지는 마굴이 지나치게 강해지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수익을 계속 꾸준히 얻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이 라이프 크라잉의 게임적 요소다. 이미 이 소식 역시 인터넷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내가 있던 페텐은 근처가 전부 몬스터 소굴이라 뭐 마굴이고 뭐고 있을 필요가 없어서 그랬지만. 아니 어쩌면 그곳에도 마굴이 있을 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손을 탈 수 없는 지역이니 무시무시하게 강력한 마굴이 자리를 잡고서, 아직도 성장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여하튼 그렇게 많은 것을 돌아다니며 알아내었다. 그나마 돌아다니면서 정령사를 보지 않은 게 다행이랄까? 신관도 마주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왜?”
“그럼 빈털터리로 살 거야?”
내 말에 레나는 잠시 얼빠진 얼굴이 되었다. 얘가 왜이래?
“어이어이. 우리 지금 돈이 간당간당 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