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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굴 토벌
내 말에 아아. 하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야 알았다는 얼굴이다. 지금 우리가 여행온줄 아나? 돈 벌러 온거지? 아르혼의 몬스터가 너무 강력한 놈들만 잔뜩 있어서 이렇게 약한 지역으로 돈 벌로 온거 아닌가? 물론 레나의 수련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레나는 늘 뒤에서 석궁만 날려대었다. 이제는 그것도 꽤나 손에 익어서 꽤 훌륭한 궁사가 되었다.
근데 접근전을 못하면 유사시에 어쩔 것인가? 그러니 자금을 벌고, 레나를 수련 시킬겸 근처의 마굴에 가서 마굴을 털어야 겠다.
“일단 목적은 몇 달 정도는 놀고 먹을 정도의 돈을 버는 거야. 그 다음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 사냥터나 뭐 그런 걸 찾아야지. 혹은 용병 등급을 올려서 용병 의뢰를 받아서 하던가.”
“응. 무슨 소리인지 알겠어.”
“좋아. 그럼 적당한 마굴을 찾아서 몬스터를 사냥하도록 하자.”
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을 챙겨먹고 다시 마굴 사냥 전문 용병 조합인 베로스로 향했다.
“뭐야? 애송이가 또 왔네?”
베로스의 카운터에는 총 열명이 앉아서는 서류를 뒤적이며 용병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나를 보고는 아는 척을 했다.
“애송이 아닙니다. 맞을래요? 님 맞을래요?”
“어이쿠! 무서워서 어디. 그래 무슨 일이지?”
사내는 외팔이었다. 하지만 그 팔이 없는 부분에 집게 같은 기계 팔을 달고 있었는데 마법을 이용한 의수인 모양이었다.
듣기로 저 의수도 흉악한 무기라고 했기에 이 사람이 보통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아직도 랭크 A의 용병인 것이다.
“마굴을 좀 사냥할까 하구요.”
“마굴을? 네가? 푸헤헤헤. 다른 파티를 좀더 데리고 와라.”
“그거야 제가 알아서 할 일이죠.”
레나가 내 뒤에서 나와 외팔이 사내 벤덤과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그래? 그럼 뭐 잡아 봤냐? 고블린? 슬라임? 쥐펫?”
쥐펫은 대충 개만한 크기의 쥐다. 그냥 쥐가 아닌 몬스터로 분류 되는 놈으로 떼를 지어 사는 습성을 지녔는데, 식탐이 보통이 아니라서 상당히 위험하다.
게다가 번식도 무척 빠르고, 떼로 다니기 때문에 몇백이 모이면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하는 놈들이지만, 개체로서는 그냥 개랑 비슷한 정도의 전투능력 밖에 없다.
“오크도 죽여 봤으니 걱정 마시죠?”
내 말에 벤덤이 흐음 이라는 얼굴이 된다.
“페펜 출신의 랭크 C의 용병이라니 믿어주지. 그래 이 중에서 골라봐라.”
그가 의뢰서를 보여주었다. 어디보자.......리자드맨의 가죽 수집이라? 개당 1골드를 준다는 의뢰로군. 면적은 대충 이정도가 되어야 한다라...흠 가죽 벗기는게 힘들 겠는데? 그리고 이건...고르곤의 뿔과 눈깔 수집!? 미쳤군! 고르곤이 나오는 마굴이 있어? 얼씨구? 록웜이 나오는 마굴도 있잖아? 적당한게 뭐가 있으려나? 하샤스의 이빨 수거라! 이거 좋겠군.
“그나마 남은 약한 마굴이 이것들이다.”
“이 하샤스의 이빨 수거를 하도록 하죠.”
“맘대로 하던지. 정보료는 1골드다.”
“여기요.”
“좋아. 옛다 지도.”
하샤스가 출몰한다는 마굴의 위치가 적힌 지도를 건네 받았다.
“하샤스의 이빨 하나당 10실버다. 그렇게 비싼 것은 아니지만 놈들 한 마리당 4마리 정도는 나오니 어느정도 돈은 되겠지. 뭐 네 실력이면 적당 하겠구나.”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도를 받아들었다. 이곳에서 사들이는 이빨도 전부 마법사들이나, 마법장인들에게 가는 물품들이다.
“그럼 다음에 보죠.”
그렇게 흥정을 끝내고, 몇가지 대화를 더 나눈 후에 레나와 같이 용병 조합을 나섰다.
“후아........방금 그게 흥정 한 거야?”
“기 싸움도 한 거지. 그리고 어차피 나는 다른 파치에는 들어갈 생각이 없으니까.”
“으음. 그렇구나.”
레나가 내 사정을 알고 있기에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하샤스가 뭐야?”
“뱀이야. 상당히 큰 뱀.”
웃으며 하는 내 말에 레나가 기겁한 얼굴이 되었다.
벤덤의 말로는 하샤스의 마굴은 일부러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했다. 마굴의 안쪽 깊은 곳 어딘가에 마정석이 있을 터이고, 그것을 피해를 감수하면 못 찾을 것도 없다.
하지만 하샤스의 이빨은 상당히 쓸만한 재료라서, 하샤스가 계속 꼬이도록 모두들 내버려 두고 있다고 했다.
개인 혼자로서는 마굴의 끝까지 갈 수 없다. 적어도, 백명 단위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아무리 등급이 낮은 마굴이라고 해도 그 안 까지 탐험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이다.
근데 그렇게 까지 조직적으로 해서 마정석을 치워도 수지가 안 맞는다. 그래서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했다.
엄청 강한 자가 와서 싹 쓸고, 마정석을 가져가 마굴을 소멸시킬 수도 있지만 어차피 하샤스가 모여드는 마정석이면 그렇게 귀한 것도 아니라서 진정한 강자들이 오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어중간한 마굴이란 이야기다.
그래서 나같은 하급의 용병이 용돈이라도 벌겸 와서 하샤스를 꾸역꾸역 잡는다나? 하샤스의 이빨만이 아니다.
하샤스의 가죽은 가죽상에게 그럭저럭 팔린다.
하샤스가 뱀은 뱀이라서, 그 가죽으로 지갑이나 가방을 만들면 좋다나? 가격은 오히려 이빨보다 조금 더 비싸다.
독도 있는데, 그 독을 채취해서 팔면 그것도 돈이란다. 근데 독을 채취하는 건 상당히 귀찮은 일이고, 그렇게 맹독도 아니라서 사람들은 그냥 하샤스를 죽여서 그 가죽과 이빨을 챙기기만 한단다.
하샤스의 무리는 대충 천이 넘지 않는데, 그 이상 불어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근처에 먹이가 그렇게 풍족한 것은 아니라서 그렇다.
이게 내가 들은 정보들이다.
“저기다.”
하루종일을 걸어 한 40키로미터 정도를 이동했다. 바위산과 근처에는 숲이 펼쳐져 있다. 이 숲과 산은 대산맥 아르혼 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여기는 아르혼의 영역권은 아니지.
“진..진짜 잡을 거야?”
“걱정 말라구. 어차피 뱀이잖아?”
내 말에 레나가 끔직하다는 얼굴을 했다. 얘도 여자애기는 하군 그래. 뱀을 싫어 하는 걸 보니 말야.
하샤스를 대충 백마리 정도는 잡아서 돈을 확충해야지. 그렇다고는 해도 하샤스의 고기와 피는 아무짝에도 쓸대가 없다니 실망이군.
쩝. 고블린 사체가 더 비싸잖아? 하샤스가 고블린 보다 못하기는 하지만. 고블린은 이성이라도 있었고, 뭉쳐 다니기도 했으니까.
겁내는 레나를 이끌고 숲안으로 들어갔다. 하샤스가 산다는 자연동굴이 있다. 그곳에 마정석이 생겨나 마굴화 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