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굴 토벌
“여기다가 캠프를 차리자.”
“그거 하는 거지?”
“그럼.”
나는 레나에게 말하고는 나무 가지와 나무덩쿨을 잡아채고 스킬을 발동했다.
“치밀한 함정 설치. 올가미.”
파앗! 하고 빛과 함께 올가미가 만들어졌다. 그 주변에 흙과 나뭇잎을 뿌려 엄페했다.
“치밀한 함정 설치. 나무 창.”
파앗!
“치밀한 함정 설치. 구덩이.”
파앗!
“치밀한 함절 설치. 낙석.”
파앗!
함정 수십개를 돌아다니면서 설치하고 다녔다. 그러는 동안 레나는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서 굵고 튼튼한 나무 가지위에 그물을 치고, 그 위에 모포와 잠자리를 준비했고, 나무 아래로 내려와서는 갈색 가방에서 작은 화덕을 꺼내어 설치하고, 냄비를 꺼내었다.
“됐다.”
주변 오십여 미터에 함정으로 도배했다. 사람이 혹 다칠 것을 배려해서 함정 있음 이라고 팻말까지 세워 놓았다.
어차피 몬스터들이야 글을 모르니 상관 없겠지. 그렇게 준비를 하고 보니 벌써 하늘이 어두워져 오고 있었다.
밤이니 오늘은 잠을 자고, 내일 낮에 하샤스의 마굴을 탐사해야 겠군. 레나가 냄비에다가 재료를 집어 넣고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치이익.
고소한 냄세와 매콤한 냄세가 동시에 퍼져나간다. 레나와 같이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우리 둘은 나무 위로 기어올라가 나란히 누워 잠을 청했다.
하샤스의 마굴. 그 마굴을 찾아냈다. 하샤스의 마굴로 향하는 동안에도 몇차례나 하샤스를 만났다.
마굴에서 기어나와 사냥을 하는 놈들이었다.
하샤스는 길이가 십미터가 넘는 거대한 뱀으로, 그 이빨에는 그렇게 강하지는 않지만 독도 묻어 있다.
강하지 않다는 건 즉사하지 않는다는 거지 내버려 두면 하루만에 상처 부위를 썩게 만드는 독이다.
“으으....”
마굴의 앞에는 하샤스 십여마리가 꿈틀 거리고 있다. 그리고 그 마굴 내에서도 계속해서 하샤스가 기어나오고 있었다.
아침이 되어서 사냥을 하러 나오는 것이다. 하샤스는 뱀 주제에 야행성이 아닌 주행성인 몬스터다.
“참아. 잘 했잖아.”
레나에게 말하고 손짓 하며 언데드 군대를 움직였다. 현재 가져온 언데드는 열기 뿐이다. 모두 내가 몇 번이나 [무기 제작]을 해서 강화시킨 특제품이다.
일명 [프리징 본 나이트].
차가운 손의 마법을 [마법 부여]로 불어 넣으면 [무기 제작]을 한 것이다. 알아낸 사실은 대장간에서 직접 담금질을 하면서 무기를 만들면 더 뛰어난 무기가 된다는 것이다.
[프리징 본 나이트]가 갑옷을 걸치고, 음헌하고 흉악한 기사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그 강도와 날카로움, 방어력, 공격력은 그렇게 좋지 않다.
하지만 맨몸의 좀비보다는 나으니까.
“또 언데드야?”
“네가 잘 못 싸우니 그렇지. 그럼 내가 저거 한 마리 잡아 올테니 1:1로 한번 싸워볼래?”
내 말에 레나가 안색이 새파래 진다.
“걱정마 내가 도와줄 테니까. 가라.”
손을 까닥였다. 마굴에서 기어나오는 하샤스 놈들을 향해 [프리징 본 나이트]가 냉기를 풀풀 흘리며 걸어 나갔다.
총 10구의 언데드가 모습을 들어내자, 하샤스 놈들이 고개를 뻗뻗이 들고 [프리징 본 나이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단번에 몇 마리가 [프리징 본 나이트]를 향해 입을 벌리며 몸을 용수철 튕기듯이 날려왔다.
“저게 하샤스의 공격법이로군.”
용수철처럼 몸을 구부렸다가 단번에 달려들어 물어 버린다. 독에는 약하지만 마비 성분도 있다지? 그렇게 해 놓고 삼키는 거라 이 말이군.
“후퇴.”
[프리징 본 나이트]를 뒤로 물렸다. [프리징 본 나이트]가 있던 자리로 하샤스 놈들이 떨어지더니 쉭쉭 거린다.
[프리징 본 나이트]를 전력으로 도망치게 해서 나와 레나가 있는 곳 까지 오게 했다. 하샤스 여섯 마리가 그 뒤를 쫒아 왔다.
“쏴.”
“응.”
레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석궁 슬레이터를 들어 망설임 없이 쏘았다. 퉁! 퉁! 퉁! 소리가 나면서 땅을 기어 빠르게 뒤 쫒아 오던 하샤스 놈들 중 한 마리가 화살 세발을 정확히 맞았다.
투콱! 투콱! 투콱!
“키이이이이이이!”
단번에 즉사시키려면 머리를 맞추어야 하는데 머리에 맞지는 못하고 화살이 머리 아래의 목 부분헤 한발 그리고 늑골쪽에 한발이 맞았고, 나머지 한 발은 빚나갔다.
“명사수인데?”
내 칭찬에 레나가 긴장한 얼굴로도 고개를 끄덕였다.
“창을 들어. 오늘 부터는 그간 수련한 접근전을 실험해 보자구.”
내 말에 레나가 굳은 얼굴로 석궁을 땅에 내던지고 창을 들었다. 동시에 내 앞으로 [프리징 본 나이트]가 도착해 도열했다.
“시작하자!”
내 말과 함께 뱀 놈들이 용수철처럼 튕기며 입을 벌리며 달려들었다.
콰콱!
[프리징 본 나이트]를 물면서 그대로 그 거대한 몸체를 부드럽게 움직이며 [프리징 본 나이트]를 휘감았다.
독니로 물음과 동시에 조여 죽이려는 심산이다. 하지만 이미 [프리징 본 나이트]는 죽어 있거든!
퍼억!
상대는 겨우 다섯. 한 마리는 화살 맞고 뒹굴고 있으니 당연한 거다. 놀고 있는 다섯의 [프리징 본 나이트]가 손에 달린 도끼를 휘둘렀다.
단번에 하샤스 놈들의 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레나가 옆에서 침을 꿀꺽 삼키며 창을 내 찔렀다.
푸욱! 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 감촉에 놀란 듯 부르르 떠는 레나가 보였다. 쯧. 아직 멀었군 그래.
그나저나 이 뱀 새끼들은 머리가 돌인가? 숫자가 상대가 안 되는데도 기어코 쫒아와서 달려드는 건 또 뭐야?
“죽어라!”
나 역시 본엑스 두 개를 들고 꿈틀 거리며 [프리징 본 나이트]를 아직도 물고 있는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전투는 싱겁게 끝났다. 뱀의 공격이라고 해 봤자, 물고, 조이는 것 밖에 없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보통 사람이었다면 맨 처음에 물리고 조임 당하는 즉시 죽었을 터이지만, [프리징 본 나이트]는 언데드니까.
“싱...싱겁네.”
레나가 창백한 안색으로 말했다.
“별거 아니구먼.”
정말 별거 아니네. 쩝.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아르혼 산맥에 비하면 여기는 너무 허접해. 아니면 내가 강해진 건가? 여하튼 앵벌이 노가다나 계속 해야 겠군.
그렇게 툴툴거리며 독니를 빼내고, 가죽을 벗겨 가방에 쑤셔 넣고 시체는 내버려 둔 채로 앞으로 나아갔다.
“자 가자.”
[프리징 본 나이트]는 겉으로는 전혀 언데드처럼 생기지 않았다. 내가 직접 도색 까지 한 탓이다.
검은 광택이 돌도록 검은 도료를 칠하고, 그 위에 옷칠을 했다. 번쩍 번쩍한 모습이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