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169화 (169/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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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무슨 일?”

“불생불사의 존재를 만들기 위한 작업!”

빠르게 달려 죽음의 대지를 벗어나자마자 난 언 라이프에서 내려 시약을 꺼내들었다.

“큭! 벌써?”

두! 두! 두! 두! 두! 두! 두! 두!

저 멀리서 엄청난 먼지가 피어올랐다.

“저… 저게 뭐야?”

“미친놈들의 수작.”

먼지를 일으키는 것은 엄청난 수의 언데드. 본시 살아 있었을 그것들은 이제는 죽은 시체가 되어 대지를 걷고 있었다.

오우거, 트라간스, 고블린, 코볼트, 오크, 라벨, 트롤, 자이언트 앤트, 쉬릭스, 벨로간, 놀, 홉라스, 기갈트, 그리고 다른 종류의 여러 가지 몬스터들의 시체가 넋을 잃은 채 걷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의지에 의해서 여기에 만들어져라! 마법적 문양!”

번쩍! 하고 시약이 땅으로 깔리며 마법진을 만들었다.

사물 마법계의 마법진을 생성하는 마법.

“레나, 이리 와!”

내 말에 레나가 자신의 공간 확장 가방에 블랙스티드를 집어넣고는 내 옆으로 다가왔다.

“공간 이동!

시체들의 행진을 뒤로하고 나는 레나와 함께 공간을 넘었다.

“여기는?”

“수도에 마련해둔 집이야. 나가자.”

나는 레나와 함께 지하실을 나선 후, 마법사의 상점이 있는 거리를 향해 걸었다.

“그… 그것들은 뭐야?”

“놈들은 대산맥 아르혼에서 대량의 언데드를 양성했어. 너도 알겠지만 아르혼은 몬스터들의 수가 다른 곳에 비해 엄청나게 많지. 게다가 강력한 몬스터들도 많아.”

그래. 그게 놈들의 노림수다.

“그래서 놈들은 그 안쪽을 완전히 죽음의 대지화해서 모든 몬스터를 언데드로 만든 거다.”

“헤엑?”

“그 수가 얼마나 될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그 엄청난 숫자의 언데드가 단번에 밀고 내려오면 엄청난 일이 생길 거야. 그리고 그들의 첫 번째 목적지는 바로 하이몰 백작령과 비자크 백작령, 그리고 하사트 백작령이 되겠지.”

“그런 짓을 해서 뭘 하려는 거야?”

“혼돈.”

내 말에 레나가 에? 하는 얼굴이 되었다. 멍한 얼굴이다.

“그리고 대량의 피와 학살.”

“뭐… 뭐야.”

“아까 말했잖아? 불생불사의 어떤 존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라고. 수를 세기 어려운 생명들의 피를 제물로 바치면 그런 일이 가능하거든.”

내 미소에 레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게 미쳐 버린 사령 마법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미… 미쳤어.”

“아아, 미쳤지. 원래 사람은 종종 미치거든. 여하튼 나도 사령 마법사의 일원으로서 이 일을 막을 필요가 있어.”

“왜? 왜 라임이 이 일을 막으려는 건데? 도망가자. 그런 일은…….”

“안 돼.”

레나를 바라보며 나는 단호하게 말해주었다.

“내 스승님이 끼어 있는 일이거든. 그러니 나는 도망치지 않아.”

그래. 이 일이 큰일이기는 하지만, 엄청난 피해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내가 빠진다고 해도 다른 이들이 어떻게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스파인으로 건너가 강 건너 불구경하면 된다. 그게 합리적인 결정이다.

그럼에도 내가 그러지 않는 이유가 있다. 센슨 스승님이 끼어 있으니까. 그분의 길… 내가 직접 봐주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마무리 지어야 한다.

단지 게임에서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고 내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지만 답은 같다.

그래. 여기는 게임의 세계이지만 내가 있는 세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일을 내가 마무리 지어야 한다. 내 고집일지라도 그것이 바로 나다.

“같이 갈 거야?”

내 물음에 레나의 표정이 변했다. 그리고 이윽고 결심한 표정이 된 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같이 갈 거야. 이제 다시 떨어지지 않을 거야.”

레나의 말에 나는 미소 지었다.

“좋아. 가자.”

그 후, 우리는 마법진을 타고 하이몰 백작령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마법사 조합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어떤 용무이십니까?”

“하이몰 백작령 지부로 공간 이동을 원합니다.”

“알겠습니다.”

내 말에 마법사는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마법진을 가동시키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나는 레나의 손을 꼬옥 잡았다.

“가자.”

“응.”

거기서 죽을지라도 어차피 우리가 실제로 죽는 것은 아니다. 나와 레나 둘 다 그 정신의 근원은 이제 현실에 있으니까.

곧 빛이 몸을 감싸고, 우리는 하이몰 백작령의 중심지인 성도 하이몰에 도착할 수 있었다.

***

“가자, 레나!”

“응.”

하이몰 백작령에 도착한 후 정보 길드를 이용해서 언데드의 남하에 대한 것을 하이몰 백작과 그 양옆의 두 백작령의 주인인 비자크, 하사트 백작에게 보내도록 했다.

내가 주는 정보를 믿을 것인지, 안 믿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냥 조용히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리고 내가 알아낸 정보를 잘카르탄 공작에게도 보냈다. 오늘 내로 모두 내가 알아낸 정보를 알 수 있겠지.

“그런데 스승님이 이 일에 끼어들었다는 이야기는 뭐야?”

“내가 야장술을 배운 분 알잖아.”

“그래.”

“그분은 원래 잘카르탄 공작의 아들이야. 또한 장래 잘카르탄 공작가를 이을 후계자였지. 그분에게는 아름다운 아내가 한 분 계셨는데, 그분이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다고 하더군.”

“그래서?”

“딸을 하나 낳고 돌아가셨다는데… 스승님은 그분을 부활시키고 싶다고 생각했나 봐. 그래서 비밀스러운 어떤 실험을 하시게 된 거지.”

“하아!”

레나는 낮게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그럴 만도 하다. 그건 보통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 때문에 이번 일을 일으킨 미친놈들과 같이 일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냈을 뿐이야.”

실제로 그랬다. 내가 붙잡은 세 놈의 영혼을 ‘죽음의 책’으로 정보화시켰을 때 얻은 정보에 의하면, 이 모든 일을 계획한 것은 바로 젤파른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도사였다.

대가의 반열에 오른 이자는 얼마 후면 스스로 길을 걷는 자가 된다.

사령 마법사 조합에서도 장로의 지위에 있으며, 큰 영향력을 가진 자로, 이번 일을 일으킨 주모자.

그가 원하는 것은 고대의 사령 마법을 이용해 다수의 사람들을 학살하고, 그것을 피의 신에게 제물로 바쳐 생사를 초월한 어떤 힘을 손에 넣는 것이다.

그 정도 되면 거의 반신이라고 해야 한다.

반신이라! 그게 무엇인지는 현실을 살아가는 나로서는 모른다.

하지만 ‘라이프 크라이’의 세계관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볼 때 그것이 평범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아라한 컴퍼니 녀석들. 이런 빅 이벤트를 준비했단 말이지. 하지만 하필 내가 이 사이에 낄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피하지 않는다. 정면으로 분쇄하지는 못하더라도 내 식대로 이번 사태를 풀어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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