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174화 (17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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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死者) 전쟁의 시작

그에 대항하는 하이몰 백작성은 마법 장벽으로 적을 차단하고, 안쪽에서 마법 대포를 이용해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 화염의 구체를 무한정 쏟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무한정 쏟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저 10여 미터의 길이를 지닌 마법 대포의 내구력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저것을 운영하는 마법사들의 마력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언데드 10만이 계속해서 저렇게 밀어붙인다면 결국 마법 장벽도 깨지고, 성벽에 직접 달라붙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하이몰 백작성은 그대로 끝장난다. 지금은 잘 버티고 있지만…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물론 하이몰 백작도 쉽게 당하지는 않겠지. 그는 아직 전쟁용 전투 병기인 고렘으로 이루어진 기갑 병단을 사용하지 않았다.

마법사 전력은 현재 완전 가동 상태인가? 아니면 여유 전력을 남겼는가? 그것은 불분명하지만, 바보가 아니라면 아직 모든 전력을 사용하지 않았겠지.

“슬슬 입질이 와야 할 텐데.”

유저들에게 정보를 흘린 것은 불이 잘 붙었나 모르겠군. 시간이 급해서 마저 작업을 하지 못하고 들어왔는데.

유저들이 가세하기 시작한다면 이 전세도 금세 뒤집을 수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지만.

“무슨 입질?”

“내가 저쪽에서 뿌린 것.”

“아! 그 인터넷이라는 것 여기저기에 적어놓은 이야기들? 그런데 그게 왜?”

직설적으로 말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나는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주기로 했다.

“너도 이미 알겠지만 저쪽의 사람들이 이쪽에 오는 이유는 ‘놀기’ 위해서야. 그리고 이쪽에서 죽는다고 해도 저쪽의 사람에게는 피해가 없어. 이쪽의 육체가 소멸하고, 이쪽의 인과과 소멸하는 거니까. 그것도 인생이 사라지는 것이니 큰일이라면 큰일이지만, 죽지는 않았잖아? 여하튼 그런 이유로 저쪽의 사람들은 이쪽에 여러 가지 큰일이 일어나면 관심을 가지게 되지.”

“뭐야, 그게?”

“비유하자면… 이런 일이 저쪽의 사람에게는 ‘축제’라는 거지.”

“하! 여기에서는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는데, 그걸 ‘축제’로 여긴다는 거야?”

“다른 세계니까. 그리고 ‘놀이’의 대상이니까.”

내 말에 레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마치 철판으로 만든 얼굴처럼.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 역시 마찬가지야. 저쪽의 사람들은 너를 원래 저쪽 세계의 사람인 나의 ‘소유물’로 여기니까.”

“하… 기가 막혀.”

레나의 반응에 나는 침묵했다. 이건 레나가 견뎌야 한다.

애초에 아라한 컴퍼니는 무슨 생각으로 레나를 나에게 보낸 걸까? 그 경품 이벤트 당첨이라는 것도 수상하기 그지없어. 대체 놈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미안해.”

문득 내가 사과를 하자 레나가 나를 돌아보았다.

“왜… 왜 라임이 사과하는 거야?”

“그냥. 그러고 싶어서.”

내 말에 레나는 저쪽 현실에서 본 그 기이한 감정을 담은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그 눈을 보면서 레나의 감정이 진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라임은 다정해.”

“그래?”

“응, 그래.”

그 말과 함께 레나는 빙긋 웃었다.

“그런 라임이 좋아. 알고 있어? 나 라임을 좋아해.”

레나의 말에 가슴이 두근 하고 뛰었다.

아아, 그렇군. 그래. 이제 확실하게 알았다. 나 역시 레나를 좋아한다. 어쩌면 이게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풋! 왠지 이상한 상황의 고백이네?”

“괜찮아. 우리는 원래 이상했잖아?”

레나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레나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짧게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맞추었다.

“자, 가자. 전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구.”

“오케이! 가자!”

레나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백작의 성에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 언데드의 뒤쪽에서부터 일을 시작할 생각이다.

***

서걱!

“멀었어?”

“조금만 더!”

레나는 내가 부리는 언데드의 병력과 함께 사방에서 밀어닥치는 언데드를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나는 시약을 뿌리며 거대한 마법진을 만들었다.

“합!”

레나는 마치 춤추는 요정처럼 전신으로 빛을 낸다. 마나가 그녀의 몸에서 체화되어 피어오르며 만들어진 그 빛은 그야말로 아름다움 그 자체.

레나의 검무에 언데드의 목이 떨어지고, 사지가 잘렸다. 급소는 단지 하나. 머리에 심어진 사령의 핵.

박살 난 언데드들에게 내게 종속된 언데드가 덤벼들어 사지를 뜯었다.

사기와 사기가 합쳐져 힘겨루기를 하고, 이긴 쪽이 진 쪽의 사기와 원한을 집어삼킨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언데드 역시 레벨 업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더 많은 원한과 원념, 그리고 사기(死氣)를 집어삼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언데드는 더 강력해진다. 마치 소울 가드가 다수의 원령을 집어삼켜 스스로를 무장화했듯이.

처참한 전장의 중심에서 나는 마법진을 그렸다.

“완성이다!”

지름 50여 미터에 이르는 거대 마법진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나는 재빠르게 그 중심으로 뛰었다.

나는 하이몰 백작성을 돕기 위해서 백작성에서 약 10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에서 마법진을 그렸다.

이 마법진이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이몰 백작성이 무너질 때 무너진다고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버텨 주어야 한다. 최소한 전 세계의 유저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모여들 때까지 버텨 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버팀은 내가 만들어낼 것이다.

“됐어, 레나! 물러서! 언데드 방벽!”

내 외침에 내 통제하의 언데드들이 모두 방어 자세로 들어갔다. 그 위로 달려드는 언데들은 바위처럼 버티고 선 언데드의 방벽을 뚫지 못하고 있었다.

무려 2천의 언데드와 바포메트 소울 가드, 그리고 일반 소울 가드가 만들어낸 죽은 자의 방벽은 쉽사리 뚫리지 않을 것이다.

“뭐 하려는 거야?”

“실험.”

그래. 이건 실험이다. 하지만 과연 잘될까?

내가 익힌 스킬 마법의 수는 이제 1백여 가지가 넘어간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하나가 다른 특성과 특별한 능력을 지닌 마법들이다.

그것들 대부분은 아직 레벨 1의 하위 마법이지만, 조합을 통해서 그 위력은 증폭될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 여기에서 내가 그 가능성을 보여 주마!

“시작하자! 마법진 활성화!”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콰아아!

시약병을 모두 털어 그려 낸 마법진이 검붉은 안개 같은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이어 엄청나게 불길한 검은 구름이 되어 마법진에서부터 하늘로 뻗어져 올라갔다.

마법진을 그리는 스킬 마법 ‘마법적 문양’으로 그려 낸 거대한 마법진이 마법진을 가동하는 스킬 마법인 ‘마법진 활성화’에 의해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너 죽음의 힘이여! 나 죽음을 지배하는 자! 죽음을 걷는 자! 죽음 위에서 살아가는 자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지금 여기에서 나의 명령에 맞추어 춤을 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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