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178화 (178/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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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합주곡

유전자 변형은 20년 전에 생겨나서 점점 발달해왔고, 지금은 양성조차도 가능하다.

물론 기술의 발달과 다르게 사람의 정신은 그렇게 빠르게 변하는 것은 아니라 이러한 것들이 허락된 적은 없다.

게다가 양성이 가능하다는 것은 양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지, 완전한 성인 남성이 양성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에 유사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다고 할까? 예를 들자면 트랜스젠더라고 할 수 있겠지.

그들은 유전자 변형이 아닌 치료술에 의해서 육신을 여성의 구조로 바꿀 수 있다. 자궁도 생기고, 가슴도 있다. 하지만 아기는 가지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것은 완벽한 성의 반전이 아니다.

하지만 애초에 양성으로 태어나는 것은 가능하다. 남성의 성기능과 여성의 성기능을 동시에 가진 사람 말이다.

그러나 여성이나 남성이었다가 양성이 되거나 반대의 성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외양은 완벽하게 바꿀 수 있지만.

그런 기술이다.

그리고 내 추측이 맞다면 아라한 컴퍼니는 이 기술과 나노 기술을 바탕으로 ‘리셉티클’을 만들었겠지.

이제 정말로 인류는 육체조차도 무에서 만들어내는 수준에 도달했다. 또한 그런 기술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디자인 휴먼 계획은 20년 전에 확립되었다.

…라지만 그건 거짓말이지.

내 나이는 정확히 32. 그리고 내가 바로 최초의 디자인 휴먼이다. 최초의 실험체들이며, 최후의 실험에서 최후로 살아남은 자.

그래. 나야말로 디자인 휴먼 계획을 위한 실험의 희생자이다.

“글쎄요… 그건 감이라고 할까요.”

아리엔은 나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것은 왠지 공허한 미소였다.

“충암 고등학교. 기억하시나요?”

“내 과거를 그렇게까지 조사했습니까?”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내 마음이 날이 선 것처럼 차다.

레나가 그런 내 목소리를 느꼈음인지 내 손을 꽈악 잡아주었다.

고마워, 레나.

“후훗!”

아리엔은 수수께끼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 쓸쓸함이 담긴 눈으로 나를 보았다.

왜지?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지?

“라임, 아직도 모르시나요? 우리는 모두 디자인 휴먼이랍니다.”

그 말에 머리가 띵하고 울렸다.

디자인 휴먼이라고? 이그젝션이라는 이름에 그런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는 거냐? 그 단어의 뜻과 같은…….

“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디자인 휴먼은 지금도 태어나고 있고, 20년 전부터 태어났다. 지금 디자인 휴먼의 인구는 약 1억.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

하지만 그거하고 내가 다닌 고등학교를 언급한 이유는 연결되지 않아.

나는 고등학교를 20살 때 다녔으니까.

디자인 휴먼인 나는 매우 느리게 늙는다. 그렇기에 30대임에도 내가 이런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야.

“그건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내 차가운 말에 그녀는 아까와 같은 슬픔을 담은 눈으로 나를 보았다.

“잠깐… 자리를 옮길까요?”

“어이, 아리엔!”

뒤쪽에서 그녀의 동료가 뭐라고 했지만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흔들자 모두 조용해졌다.

곧 걸음을 옮기는 그녀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도록 하지.

“레나, 여기에 있어.”

“응.”

레나를 캠프에 두고서 그녀의 뒤를 따라나섰다. 그녀와 나는 침묵한 채로 걸음을 옮겼다.

“충암에는 운동장이 두 개였죠.”

“마치 당신도 다녔다는 듯이 말하는군.”

“그중 하나는 고등학생과 중학생들이 쓰는 운동장인데… 기가 막히게도 운동장의 위쪽에 주차장이 설치되어 있었어요. 낡았고, 아슬아슬해서 언젠가 무너진다는 우스갯소리도 했었죠.”

실제로 그랬다. 그 학교는 낡았다. 그리고 결국 가상현실에 의한 학교 체계가 도입되어 확산되던 10년 전 폐교되었다.

그 후, 나는 남은 고등학교 과정은 가상현실에서 수업을 받았었지.

“당신도 충암 출신입니까?”

“그래요, 라임. 당신이 그러하듯이 저 역시 충암 출신이에요.”

“당신… 퍼스트 디자인 휴먼이었던 겁니까?”

그녀는 내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직 저를 알아차리지 못하신 거군요. 그렇겠죠. 지금의 저는 그때의 저와 너무 다르니까. 저도 그 고등학교에 있었어요. 당신은 저를 모르겠지만 저는 당신을 알지요. 라임, 당신과 같이한 일 년은… 지금도 즐거운 기억이니까.”

“뭐… 라고?”

망치가 내 머리를 두드렸다.

나와 같이한 1년? 나와 같은 반이었다는 건가?

나는 연구소에서 도망친 후… 10년간 도망 다니며 새로운 신분을 만들었었다. 그리고 분명 나는 신분의 확실한 세탁을 위해서 고등학교에 입학… 그때 나와 같은 반에 있었던 아이들은…….

“라임, 그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많이 달라졌죠. 그러니까 모르는 거예요. 하지만 기억해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미안하군.”

내 말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웃었다.

“동기라고 말을 놓는 건가요?”

“그렇지.”

내 말에 그녀는 진하게 미소를 지었다. 장미가 피어나는 듯한 미소였다.

예쁘군. 그것 하나만은 확실해. 그렇지만 내 기억에 없다. 그렇다면 그때와 지금의 모습이 다르다는 거겠지.

“우리들은 망각이 없죠. 그래서 저는 그때를 아직도 기억해요. 맞아. 아직도 좋아하나요? 맛스타.”

그녀의 말에 깨달았다. 그녀는 정말로 나와 같은 반이었다는 것을.

내가 다녔던 학교의 매점에는 군대에 납품되는 음료인 맛스타가 들어왔었다.

판타지 소설을 자주 보는 아이들은 그걸 마시면서 ‘맛스타(마스터)를 마신다’라는 농담을 하고는 했었다.

그리고 그 당시의 나는 맛스타를 자주 마셨다. 특히 복숭아 맛을 좋아했었다.

“라임, 재미있는 정보를 하나 알려 줄게요.”

“너도 말을 놓지 그래?”

“후훗! 그래도 저보다 나이가 많은 건 사실이잖아요?”

“그렇기는 하군.”

그녀의 수수께끼 같은 미소를 보며 나는 긍정해버렸다.

이 녀석… 왠지 친근한 느낌이 든다. 단지 나와 같은 학교의 같은 반을 다녔기 때문이 아니다. 왠지 예전에 만났을 때도 기묘한 기분이었었지.

“디자인 휴먼의 계획을 맨 처음 만든 곳이 어딘지 알아요?”

“아라한 컴퍼니.”

그래. 지금 세계의 30퍼센트에 달하는 기술의 특허는 아라한 컴퍼니에서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전부 세계를 이끌어갈 만한 주요 기술들이다.

디자인 휴먼의 도해 역시 아라한 컴퍼니가 만들어낸 것이고, 내가 태어난 연구소 역시 아라한 컴퍼니 소유였으니까.

“그럼 아라한 컴퍼니가 최초의 가상현실을 만든 것도 알지요?”

“그래.”

내 대답에 그녀는 빙긋 미소 짓고는 말을 이었다. 그 미소와는 다른 충격적인 내용이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사람의 육신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고, 사람의 정신을 프로그램에 집어넣어 프로그램화한 정신 그대로 프로그램 안에서 놀 수 있다. 이게 보통의 일일까요? 그리고 지금 우리의 옆에는 ‘리셉티클’이라고 불리는 안드로이드가 판매되고 있어요. 자,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어요, 라임? 이러한 계획을 위해서 아라한 컴퍼니는 수십 년을 움직여 왔다면… 믿을 수 있겠어요?”

그녀의 말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머리를 무언가가 후려친 것 같은 느낌에 아리엔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우고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설마… 그건 몇십 년 전 폐기된 것이지 않은 건가?”

“하지만 이미 성공했어요. 우리가 여기… 가상공간 안에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죠. 그리고 ‘라이프 크라이’의 세계가 현실과 완전한 일체감을 주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예요.”

그녀의 말은 충격을 주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래요. 우리의 정신은 현재 프로그램으로서 이 안에 있어요. 그리고 ‘리셉티클’의 인공 자아는 바로…….”

“우리의 자아를 카피한 것인가.”

“맞아요, 라임. 바로 그거죠.”

인격 복사. 그 단어가 내 머리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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