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180화 (18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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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전

“응? 그 정도로는 안 죽는다구.”

“이게 정말… 에휴! 말을 말자.”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월광토끼 씨! 그리고 스카이 씨랑 팀 씨도 다음에 또 봐요!”

“오우! 또 보자구, 가슴레나! 커억!”

월광토끼가 뭐라고 하다가 레나에게 얻어맞는 게 보였다.

가슴레나… 레나의 가슴이 조금 훌륭하기는 하지. 그런데 가슴은 헬라랑 하이네가 정말 훌륭…

“라임, 지금 야한 생각 했지?”

“아, 아냐! 무슨 그런 소리를 내뱉는 거야! 어서 가기나 하자구!”

내 말에 레나가 미심쩍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나는 모른 척했다.

“자, 출발!”

곧 나는 언 라이프 위에 올라탔다. 레나는 나를 노려보면서도 공간 확장 주머니에서 블랙스티드를 꺼내어 올라탔다.

그렇게 이그젝션 길드를 뒤로하고, 나는 그들의 캠프를 떠났다. 어차피 그들과 같이 지내기는 싫다. 게다가 이 앞에는 내 또 다른 스승이신 센슨 님이 계실 터. 이 일의 마무리는 내 손으로 지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사람들하고 같이 안 움직이는 거야?”

“나는 대인기피증이 있거든.”

내 말에 레나가 얼빠진 얼굴을 하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 동그란 보라색 눈동자가 커질 대로 커져 있고, 입도 헤! 하고 벌리고 있는 게 못 들을 것을 듣고, 못 볼 것을 봤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기, 기가 막혀. 네가 대인기피증이라는 게 말이 돼?”

“흠… 약간 다른가? 그렇군. 대인기피증이라기보다는 대인의심증이 적당할 것 같아.”

“대인의심즈으으응?”

“그래, 대인의심증. 기본적으로 나는 다른 사람은 잘 믿지 않아서 혼자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거든.”

그래서 음험한 학살자라는 멋진 별명을 얻었지.

“하아? 라임, 성격 정말 이상하구나?”

“그걸 이제 알았어?”

내 말에 레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은 채 자연스러운 척 말을 이었다.

“그럼… 왜 나는 도와준 거야?”

자연스러운 척했지만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이 녀석… 그런 걸 아직도 신경 쓰고 있었나? 하기야 내 성격이 이 모양이니 이상하게 생각되기도 하겠지.

그러고 보면 내가 왜 이 녀석을 도와주었더라?

‘아아… 레나… 웃는 얼굴을… 다시… 다시… 보고 싶었…….’

그렇게 말하며 내 앞에서 스카란 이름을 가진 용병은 죽었다.

그래, 아마 그때부터 내 안에 어떤 감정이 자라난 것일 테다. 눈앞에서 그런 모습을 봐버리면 나 같은 녀석도 이상한 감정을 가지게 되고 만다. 그래서 나는 다시 만났을 때의 너를 도와주었지.

레나는 아직도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말해주었다.

“특별하니까.”

움찔! 하고 레나가 몸을 떨었다.

“무, 무슨 말이야, 그건?”

“레나는 나에게 특별하니까. 그래, 우리 집에 있는 사람들 있잖아. 그들을 구해주었고, 그리고 그들에게 이것저것을 가르쳐 주고 있지만 그렇게 가까운 건 아니잖아? 왜 그런 것 같아? 그러니까 특별해. 너는 나에게 매우 특별해. 내 마음 알지?”

“몰라! 이 바보!”

키히힝!

블랙스티드가 숨을 거칠게 내쉬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런, 이런! 부끄럼쟁이라니까. 나의 레나는 말이야.

그러니까 잃지 않을 거야. 그래. 너는 나에게 이토록이나 특별하니까.

***

“저걸 어떻게 뚫을 거야?”

“힘들겠는데?”

얼마 후, 우리는 죽음의 대지의 중심부에 도달했다.

내가 네크로맨서이기 때문에, 그리고 나와 레나가 탄 말이 바로 언데드이기 때문에 이 죽음의 대지에서 뻗어 올라오는 죽음의 힘은 나와 레나를 위협하지 못한다.

레나에게는 쓸모없지만 오히려 나에게는 엄청난 힘을 준다. 이 대지 위에서라면 내 스킬 마법의 힘은 30퍼센트 이상 상승하는 효과가 있고, 마력의 소모가 50퍼센트 줄어든다.

그야말로 네크로맨서를 위한 대지.

그 중심부에는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이 만들어져 있었다.

5개의 탑이 오망성의 꼭짓점을 이루고 있어 거대한 마법진을 만든다. 그리고 마법진의 중심에는 여섯 번째의 탑이 하나 서 있는데, 무척이나 강렬한 마력이 요동치고 있었다.

저 마법진이 바로 이 거대한 죽음의 대지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힘의 원천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문제는 거대한 마법진과 마법진의 요소인 탑들의 주변에 펼쳐진 언데드의 군대다.

수십만이 넘을 것 같은 엄청난 숫자.

내가 일전에 하이몰 백작성을 수비할 때 회유한 언데드의 숫자는 몇만. 그걸로 하이몰 백작령의 숨통을 터주었었지.

하지만 그때야 몰려든 언데드가 숫자만 많지, 지휘관이 없었다. 그러나 저 언데드들은 분명 네크로맨서의 지휘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정말 일이 까다로워진다. 어떻게 저 언데드의 장벽을 돌파해야 하는가?

“기회를 기다려야겠어.”

“기회?”

“그래. 저길 맨몸으로 돌진할 수는 없잖아. 아니라면… 내가 다른 언데드를 끌어들여야겠지.”

숫자에는 숫자로. 그렇게 대항하는 수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저 아래로 내려갔다 와야겠군. 남쪽으로 진군 중인 언데드들을 중간에 가로채서 이리로 끌고 오는 수밖에 없다.

“숫자 때문이면 안 그래도 될 것 같은데?”

나는 레나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엄청난 크기의 마법진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죽음의 대지를 펼쳐 낸 마법진에 비하면 작지만, 그래도 족히 수백 미터나 되는 거대한 원형의 마법진이었다.

“저건…….”

그렇군. 젤펜다임에서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거로군. 이그젝션 길드는 선발대의 의미였단 말인가?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하늘 위에서 바라본 지상에서는 엄청난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거대한 강철의 거인이 빛의 마법진 속에서 나타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렬로 서서 마법진에서부터 걸어 나온 그들은 그대로 넓은 진형을 취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철의 거인은 키가 무려 15미터나 되는 엄청난 크기에, 한 걸음에 땅이 쩌억쩌억 갈라질 정도로 두터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람 중에도 그런 자들이 있지. 키에 비해서 엄청나게 근육이 발달한 덩치 말이야.

강철의 거인이 꼭 그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 질량은 거의 1백 톤을 넘어가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1백 톤에 가까울 것 같은 엄청난 무게.

그런 것이 무려 5백이나 걸어 나와 도열했다. 그들은 모두 그들의 몸만큼이나 거대한 15미터의 방패를 왼팔에 장착하고 있었고, 왼손에는 길이가 무려 20여 미터에 달하는 무시무시하게 긴 헬버드를 쥐고 있었다.

헬버드와 방패에는 모두 동일하게 가드 오브 라스(Guard of Las)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가드 오브 라스라… 라스의 수호자, 혹은 라스의 수비자라는 의미인가?

“저거… 북부의 군대야! 국경을 수비하는 군대라고!”

“알아?”

레나가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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