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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큭! 늦었나!”
그 검은 안개 같은 것은 아예 구름이 되어 사방을 뒤덮어나갔다.
“놔, 놔줘요, 형! 모두에게… 피하라고… 마법을……!”
“늦었다!”
하늘로 급히 솟구치는 우리의 뒤로 엄청난 크기의 검은 구름이 폭증하며 뒤덮어왔다. 그리고 그 검은 구름은 그대로 뻗어나가며 지상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베리얼을 제외한 서른넷의 마법사들은 마법을 사용하려 했지만, 갑자기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지상으로 떨어져 버렸다.
“셀린! 제한! 사이카아! 놔! 놔요! 놓으란 말이야! 친구들이… 동료들이… 아, 안 돼에에!”
나는 발버둥 치는 베리얼을 꽈악 잡았다. 그리고 나와 레나, 베리얼은 그 자리를 벗어나 계속해서 날았다.
몇 명이나 살았을까? 몇 명이나 죽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데, 검은 구름을 뚫고 크기를 짐작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것이 지상에서 튀어나와 하늘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러자 곧 쿠르르르! 하는 소리를 내며 대지가 뒤흔들렸다.
그것은 거대한 회색빛의 뾰족한 기둥이었다. 기둥? 아니, 멀리서 보면 기괴한 뼛조각처럼 보이는 무엇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무려 1킬로미터나 되어 보이는 무시무시한 높이의 그것은 검은 구름을 뚫고 나와 있었다.
“아, 안 돼…….”
나는 눈물을 흘리며 넋을 놓은 베리얼을 품에 꽈악 안고서 그 기괴하고 비정상적인 무언가를 보았다.
그런가? 저게 젤파른이라는 놈이 준비한 건가. 하! 멋지게 당해버렸군.
20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렸다.
저 검은 구름, 그리고 마법을 사용하려다가 갑자기 인상을 찡그리며 추락한 마법사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전부 죽었어.
“가자. 더 이상 너와 내가 여기에서 할 일은 없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건가? 게다가 이건 사령 마법사 조합에서 끼어든 것도 아니야. 단지 젤파른이라는 녀석과 그 녀석의 추종자들이 획책한 일일 뿐.
그런데 이런 일을 벌이다니… 젤파른, 넌 대체 어떤 녀석이냐?
***
“그게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하이몰 백작성. 여기는 그래도 무사했다. 1천의 고렘 병단과 1천의 마법 병단, 그리고 10만의 병사가 집결해 있었다.
게다가 성의 주위로 유저로 보이는 자들이 무려 50만이나 진을 치고 있었다. 내가 뿌린 정보에 낚여든 자들이다.
“이 영상구를.”
‘죽음의 책’에서는 영상을 뽑아내 영상구로 만들 수도 있다. 그를 이용해 저장한 영상을 보여 주자 하이몰 백작은 침묵했다.
“알겠다. 그대는 이만 물러가라.”
“그럼 저는 이만.”
나는 영상구를 두고 집무실을 나왔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 녀석들의 목적은 분명 다수의 피를 제물로 하여 불생불사의 힘을 손에 넣는 것.
하지만 그렇다면 그 수수께끼의 거대한 탑인지 기둥인지 모를 조형물은 뭘까?
달칵!
나에게 배정된 방으로 돌아왔다. 한쪽에서는 베리얼이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얼굴로 잠에 빠져 있었다.
“이 아이… 많이 울더라구.”
그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레나는 안타까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산골에서 살다가 처음 사귄 친구들이었을 테니까.”
“저기…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없었던 거야?”
“정신이 없었어. 그리고 내 힘도 부족했고.”
강마의 손을 통해 적어도 2명 정도는 더 구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 녀석이라도 구했으니 다행이지.”
“그렇구나.”
“신경 쓰여?”
“응. 나랑 비슷해.”
“그렇겠지.”
찡그려지는 눈, 슬픔을 담은 눈동자, 피로한 안색.
“너도 그만 쉬어.”
“라임은?”
“나는 조금 할 일이 있어서. 나갔다 올게.”
“응, 알았어.”
나는 레나에게 걸음을 옮겨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을 잡았다. 그리고 짧게 입을 맞추었다.
“다녀올 테니까 푹 쉬고 있으라고.”
레나의 머리를 흔들어주고서 뒤돌아 방을 나섰다.
차가운 밤의 기운이 몸을 감쌌다. 차가운 무언가가 머릿속에 들어찬 느낌이 들었다.
“좋지 않아.”
이대로는 적의 전략에 이끌려 다닐 뿐. 영혼을 잡아 옭아맨 녀석들의 정보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힘이 필요하다.
“본격적으로 해야겠군.”
내가 가진 능력은 현재 언데드에 대한 지배, 대량의 언데드를 단번에 생성, 그리고 각종 마법을 담은 마법 무구의 제작.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냐.
“절대 무력의 실현이다.”
후! 게임의 설정과 설정을 합쳐, 설정의 허점을 이용한 버그에 가까운 플레이가 내 특기라고는 하지만, 이번 ‘라이프 크라이’에서는 그게 어려운데…….
하지만 지금의 나라면 가능하다. 마력은 아직 100에도 도달하지 않았지만 기술은 많으니까.
저벅저벅.
우선은 신전으로 향했다.
신전에 도착하니 언제나와 같은 얼굴에 같은 표정을 한 절대신 아라한의 사제가 나를 맞아주었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이리드를 확인해야겠지.
스륵-
수면에 이리드의 수치가 떠올랐다.
“이건…….”
허! 믿을 수 없는 수치군. 저번에 신전을 다녀온 후로 도대체 왜 이만큼 쌓인 거지?
122,143,275.
내가 얻은 이리드의 수치였다.
“하!”
내가 한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 많았나? 언데드의 조종권을 탈취해 하이몰 백작성을 막는 데 도움을 주었고, 여러 가지 일들도 했었지.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이리드를 얻게 되다니? 엄청나다고밖에는 할 수 없다.
“미칠 정도로 엄청나군.”
이걸로 레벨은 얼마나 올릴 수 있지?
100까지 올릴 수 있다고 사제가 대답해주었다. 전부 투자하면 100인가?
그러나 레벨이 중요한 게 아니지. 내 마력이 중요한 것이니까 능력치를 볼까?
[라임 등급:60
종족:인간 성별:남자
키:175 속성:사(死)
육신:사마심혼(死魔心混)의 육체(肉體)
힘:25 체력:30
오감력:40 +청력8 사마력:84 +13
불의 속성력:-15 물의 속성력:-15
바람의 속성력:-15 흙의 속성력:-15
저주(詛呪)의 속성력:55 사자(死者)의 속성력:105
암흑(暗黑)의 속성력:50 원념(怨念)의 속성력:90
비탄(悲嘆)의 속성력:50 분노(忿怒)의 속성력:50
절망(絶望)의 속성력:50 광기(狂氣)의 속성력:50]
“뭐야?”
육신이라는 새로운 것이 추가되었고, 그곳에 사마심혼(死魔心混)의 육체(肉體)라는 것이 적혀 있었다.
이게 뭐야? 사마심혼의 육체? 무슨 의미지? 사마를 마음속에 섞는다, 라는 한자인데… 대체 뭐냐.
거기다 사마력이 왜 84나 된 거지? 몇십 포인트가 늘어나 있어? 오감력도, 체력도, 힘도 상당히 올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