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음험한 준비자
엄청난 수치. 레벨로 치면 몇십 레벨을 해도 얻을 수 없는 능력치다.
“단련되었다는 건가.”
이리드 외에도 수련과 숙련도를 통해 스탯은 상승한다.
그렇다지만 굉장히 많이 올랐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강해졌나?
게다가 4대 원소의 속성력은 더 마이너스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밑의 저주와 기타 등등은 매우 크게 늘어나 있었다.
특히 원념과 사자의 속성력은 다른 것들보다도 크게 늘었다. 아무래도 언데드를 자주 다루고, 죽음의 책을 통해 원령을 흡수하다 보니 이렇게 된 듯한데…….
“하…….”
능력치는 이 모양이고, 이리드는 왜 이렇게 많은 거냐? 내가 그렇게 많은 일을 한 거라 이거냐?
“하! 적당할 때의 의외의 선물이군.”
왠지 누군가 나를 조종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생각해보면 레나의 육신이 현실에서 배달되어온 것도 의심스러우니까.
스멀스멀 어떤 감각이 내 뇌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고 보면 이상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시스템, 이 환경, 나라는 존재, 그리고 레나의 육신.
아라한 컴퍼니가 절대로 그저 돈이나 벌자고 이 게임을 만든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확신에 가까워졌다.
“좋아. 좋아. 그렇다면… 네놈들의 의도를 따라주지.”
내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
그것은 바로 이거다.
“사마력 수치를 16 올린다.”
이리드를 바로 사용해서 레벨이 아닌 스탯을 올릴 수 있다.
저레벨에는 레벨을 통해 스탯을 올리는 게 싼 반면, 고렙에서는 오히려 스탯을 바로 올리는 게 더 이리드가 싸게 먹힌다.
게다가 물론 레벨에 맞지 않는 스탯이나 스킬을 가지면 바로 무리가 와서 죽을 수 있지만, 내 레벨이라면 마력 100까지는 괜찮아.
번쩍!
수치는 100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이템을 포함한 내 사마력은 이제 113!
좋아. 남은 이리드로…….
“나의 등급을 75로!”
사제는 순순히 나의 등급을 올려 주었다.
그러고도 남은 이리드는 무려 6천만. 1억 2천만이나 되던 이리드의 절반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남은 것으로 올릴 스킬은 단지 3가지뿐이었다.
“숙련된 연금술과 야장술을 이용한 마법 무구 제작의 등급을 올린다. 사자군주(死者君主)의 권위(權威)의 등급을 올린다. 강력한 죽음의 부름의 등급을 올린다.”
남은 이리드가 모두 소모되었다. 그리고 3개의 스킬을 전부 동일하게 올린 결과 특별한 일이 발생했다.
수면 위의 글자 중 망자 조종과 사자군주(死者君主)의 권위(權威)가 합쳐지더니 글자가 변형되고,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뀌었다.
‘사자군주(死者君主)의 지배’.
이것이 새롭게 얻은 패시브 스킬인가.
‘숙련된 연금술과 야장술을 이용한 마법 무구 제작’은 ‘신기(神機)의 제작’이라는 간단한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고, ‘강력한 죽음의 부름’은 ‘명계(冥界)의 숨결’로 바뀌어 있었다.
3가지 스킬에 6천만 이리드를 전부 쏟아 부었다! 좋아! 이걸로 모든 준비 완료다. 그럼 가볼까.
나는 신전을 나와 마법진을 그렸다. 그리고 마법진을 이용해 바로 텔레포트를 실행했다.
단단한 육신, 강력한 힘, 그리고 커다란 덩치.
내가 원하는 몬스터는 바로 그런 것이다.
“마스터, 어서 오세요.”
헬라가 지하실에서 나오는 나를 보고는 꾸벅 인사를 했다. 그녀의 큰 가슴이 출렁거려서 왠지 눈이 즐거웠다.
“별일은 없었습니까?”
“예. 현재 가게는 번창 중이고, 아직 병기를 다 팔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수련 역시 제대로 진행 중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제가 없어도 수련과 집안일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그저…….”
“아, 저는 이만 나가봐야 합니다. 제 도구들은 그대로 있겠죠?”
“예, 마스터.”
“그럼 됐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제 말을 전해주시기를.”
나는 짧게 말을 끊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바로 강마의 손을 사용해서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목표는 저기다!”
쐐에에엑! 하고 하늘을 질주하며 곧 산맥에 도달했다.
트라간스라고 불리는 광석을 먹고 사는 기괴한 몬스터의 주 서식지.
랭크 A의 헌터가 아니라면 도저히 들어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바로 그곳이다.
삐이이익!
하늘로부터 그리폰이 날아들었다. 나를 발견하고는 잡아먹으려는 것이다.
그리폰 역시 랭크 A의 몬스터였지, 아마?
트라간스와 같은 공격력과 파괴력은 없지만 하늘을 날고, 입에서는 윈드 커터 브레스를 날려 대는 놈이라서 오히려 상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안 돼. 나는 마력이 113이나 되는 네크로맨서란 말이다.
“보통의 고통의 저주.”
간단하게 날아드는 그리폰에게 저주를 걸어버렸다. 녀석은 갑작스러운 고통에 몸을 부르르 떨며 뒤집다가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마력에 따라 마법의 위력이 상승했군그래.
퍽!
녀석은 고통 때문에 날개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땅에 그대로 떨어져 절명했다.
그러게 왜 덤비나?
“자, 시작해보자고!”
녀석들이 할 수 있다면 나 역시 할 수 있다.
“마법적 문양!”
마력을 쏟아 부어 마법적 문양을 산맥의 중심부에 만들어냈다. 지름 10미터의 조금 큰 마법진이다.
“마법적 문양! 마법적 문양! 마법적 문양!”
마법을 다수 사용해 마법진을 여기저기에 만들었다. 그리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언데드 로드 본 액스를 꺼내들었다.
웅웅웅웅웅!
2개의 도끼가 지닌 힘이 내 몸으로 흘렀다.
좋아! 좋아! 해보자구!
“나의 의지로, 나의 신념으로 여기에 죽음을 가두리라. 이 대지에 있는 모든 것은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리. 죽은 자들의 대지!”
쿠앙! 하고 마력이 퍼져 나가면서, 내가 만든 10개의 마법진이 번쩍이며 마법에 반응했다.
슈아아악!
죽음의 기운이 내가 설치한 마법진에서부터 뻗어 나와 사방을 뒤덮으며 움직여 나갔다.
쉬이이익!
생은 의미를 잃고, 죽음이 대지를 지배한다. 식물들은 말라가고, 그 위의 생명들 역시 생기를 빼앗기고 있었다. 거의 1킬로미터의 지역 전부가 죽음에 잠식당한다.
놈들이 한 것처럼 엄청나게 큰 범위를 죽음의 대지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이 정도는 가능하지.
“시작해볼까!”
2개의 본 액스를 들었다. 무대는 완성되었다. 이제는 닥치는 대로 트라간스와 기타 등등의 몬스터를 잡아 죽이고…
“최강의 병사를 만들어주지!”
언데드를 만드는 거다!
@음험한 준비자
마법사는 준비하는 자이다.
미래를, 그리고 그 이후를.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자가
바로 마법사라는 존재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제대로 된 마법사보다
얼치기 마법사가 더 많은 법이다.
인간이 그러하듯이.
-누군가의 독설-
제아아아아아아아아!
트라간스가 비명을 터트리며 쓰러졌다. 쿠웅! 하고 육중한 몸이 땅에 떨어졌다.
키는 5미터. 북의 방벽이라 불리는 고렘 라스 가드에 비하면 3분의 1 크기다. 하지만 몸의 단단함만은 라스 가드에 필적하는 놈이 이 녀석이다.
자연적 광물을 무작위로 먹어치워 뼈대를 강화하고, 몸을 둘러싼 갑각을 강화시키는 놈이 이놈이니까.
곤충과 기사의 모습을 섞은 듯한… 곤충 기사라고 불러야 할 그런 모습을 한 트라간스는 이족 보행에 2개의 팔을 사용하는,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가진 놈이다.
덕분에 강하다. 하지만 그런 녀석이라고 해도 이제 마력이 100을 넘어 숙련자가 된 나를 어찌할 수는 없다.
보통의 숙련자 마법사라면 트라간스를 간단하게 잡을 수 없겠지만, 나는 보통 마법사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