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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험한 준비자
잠시 후 불꽃은 꺼졌고, 트라간스는 죽은 채로 늘어졌다.
별 상처 없이 잡았군. 좋은 현상이야.
“그럼 해볼까. 너 죽은 자야, 일어서라! 나 사자군주의 이름으로 너에게 명계의 숨결을 불어넣으리니! 죽음의 힘을 머금고 다시 일어나 너의 원혼을 불태워라! 명계의 숨결!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
나는 마법을 사용한 후, 바로 다음 마법을 펼쳤다.
“강대한 나의 의지여! 여기에서 그 힘을 시험할 때다! 나의 의지로 사악한 원혼을 지배하노니. 너희 사악한 원혼이여, 나의 명을 따라라! 소울 도미네이션!”
그리고 트라간스의 영혼을 지배해 그 육신에 부여했다.
“나의 의지에 의하여 강화되어라! 작은 불꽃! 몰아치는 바람! 죽음의 기운! 강력한 뼈의 갑옷! 마골의 방패! 확실한 치명타! 여우의 민첩함! 곰의 힘! 신기(神機)의 제작!”
언데드를 제작할 때 같이 발동하는 신기의 제작의 기본 패턴은 빙결의 손을 갑옷에 부여하여 육신에 장착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지금 그 설정에 몇 가지 마법을 추가로 합친다!
변화해라! 그리고 일어서라! 나의 병사야!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사마력이 마치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올라서 트라간스의 몸을 휘감는 것이 아까와 똑같다.
콰르르르르릉!
그리고 일어난 것은 엄청나게 강력한 폭발.
“큭!”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의 뒤로 피해서 폭발을 막아냈다.
폭발 후에는 완전히 조각나 부서져 버린 트라간스의 시체가 남아 있었다.
“너무 많은 마법을 조합했나.”
다시 해야겠군.
하지만 괜찮아. 실험체는 얼마든지 있다.
***
쉬지도 않았다. 그렇게 해서 구성한 나의 군대가 무려 2천.
후! 개인이 이 정도 병력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이러고 보니… 내가 더 마왕 같군.”
적의 전력은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최강의 수를 준비했지. 사실 지금까지 나는 내 능력을 완전히 사용하지 않았거든.
“내 능력은 다변(多變). 그런 나에게 이런 능력은 최상의 것이니까.”
어쩌면 아라한 컴퍼니는 나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왜냐하면 상성이 너무 좋다.
나는 과거 다른 게임들에서 마법사계 캐릭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왜? 그것은 마법사라고 해도 그저 위력이 강한 마법을 사용하는 것뿐, 다변형적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럴 바에는 레인저가 낫다. 상황과 여러 가지 잡다한 능력을 통해서 싸울 수 있어 더 좋은 법이다.
그래서 나는 주로 레인저로 플레이했고, 음험한 학살자라는 별명도 얻었었지.
그런 나에게 지금의 이 캐릭터는 상성이 너무 좋다. 여러 가지를 조합하고, 그를 통해서 다양한 능력과 효과를 만든다는 것은 나에게는 매우 손쉬운 일.
내가 연구소를 탈출하고 살아남은 것도 그런 나의 습성 때문이었지.
“후…….”
그러고 보니 예전에 한 소설가의 책에 이런 설정이 있었지. 마법사는 준비하는 자이다.
“그럼 나야말로 ‘준비의 마법사’가 되어주지.”
나는 키득거리며 공간을 넘었다. 내가 만든 군대는 모두 아공간 주머니에 들어가 있다.
얼마 후, 빛이 사라지고 나는 목표로 했던 곳에 도착해 있었다.
스파인에 마련한 내 거처의 지붕.
“가볼까.”
바로 마법 상점가로 걸음을 옮겼다.
저쪽 멀리 젤펜다임에서는 언데드로 난리가 났는데, 여기는 아직도 북적거리고 있었다.
하기야 먼 나라 이야기이니 여기가 저쪽과 같을 리가 없지.
“어서 오라냥!”
예전에 갔던 그 가게로 들어갔다. 여전히 고양이 귀가 매력적인 소녀가 나를 반겼다.
“응? 오랜만이다냥!”
“기억하고 있는 겁니까?”
“서큐스는 머리 좋다냥!”
왜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는 거야? 이 사람 일본 사람인가? 그러고 보면 일본에서 캐릭터 프로필을 만드는 것은 정말 잘했지.
“이것들을 처분하려고 합니다.”
나는 트라간스의 껍질을 잔뜩 꺼냈다.
“우냥! 이거 트라간스의 껍질이다냥! 거의 열 마리 분량이다냥!”
트라간스의 껍질은 비싸다. 그래서 한 마리를 잡아 그 껍질을 다 벗기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
“트라간스의 뼈도 있다냥? 우아! 놀랍다냥!”
“마법사로서 능력이 증가했거든요.”
“헤에! 당신… 숙련자가 된 거냥?”
“그럼요.”
내 말에 그녀는 헤벌쭉 웃었다.
“우아! 놀랍다냥. 저번에 사간 마법 다 익힌 거냥?”
“상위로는 못 갔지만 개수는 일단 다 익혔습니다.”
“오! 재능 있다냥! 어떠냥? 나의 학파에 들어오지 않을래냥?”
“예?”
갑자기 웬 학파?
“이래 보여도 나 스스로 걷는 자다냥!”
“네에에엣?”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뭐야? 이 고양이 귀의 묘인족 소녀가 스스로 걷는 자라고? 나의 스승이신 데스나크람 님에 필적한다고?
“못 믿겠냥?”
“절대로.”
내 말에 그녀는 히죽 하고 웃었다. 입술 사이의 새하얀 고양이의 이빨이 아름다웠다.
“헤헷! 네가 사령 마법사인 것도 척 보고 알고 있었는데냥?”
나는 파팟! 하고 2개의 손도끼를 잡아 꺼내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쿠구구구! 하는 소리가 귀를 울리며 엄청난 힘이 나를 내리눌렀다.
“크억!”
이… 이건……!
“집어넣으라냥.”
이 고양이 소녀… 무지막지 강하다!
“자, 장난이 아니었군요.”
“마법사는 거짓말하면 힘이 깎인다냥. 이 정도의 일에 마력 깎일 것까지 각오하며 거짓말하면 손해다냥.”
“그런 겁니까.”
아니, 그럼 마력 깎일 것 각오하고 거짓말할 순간도 있다는 거야?
내 말에 고양이 소녀는 히죽 웃었다.
“대가에 따라서 하는 일도 다른 거다냥. 그런데 나의 학파에 들어올 생각 없냐냥? 사령 마법사라고 해도 안 따진다냥.”
“그런데 학파장이신 겁니까?”
나의 학파, 라고 하는 걸로 보아 그녀가 학파장?
“그렇다냥! 학파장은 나다냥! 그리고 내 학파의 제자는 겨우 셋이다냥!”
“적군요.”
“소규모니까냥. 내 학파의 특징은 아이템 제작이다냥.”
“아이템 제작이요?”
베리얼이 있는 학파랑 비슷하네.
“그렇다냥. 그러니 들어오라냥. 학파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냥!”
“저… 저기… 아이템 제작이라는 게 뭔지…….”
“기초적으로는 이거다냥!”
“이건…….”
그녀가 팔찌를 하나 꺼내들었다.
“다중 마법 조합 아이템이다냥! 잘 팔리는 상품이다냥!”
“다중 마법 조합 아이템?”
“세 가지 마법을 이 아이템을 통해 사용하면 하나로 합쳐져 위력이 증대되는 효과가 있다냥! 다만, 잘못 조합하면 마법이 그대로 폭발한다냥.”
“무, 무서운 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