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187화 (187/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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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와 진실의 교차

마법의 조합은 나도 하고 있지.

“하지만 저도 이미 모시고 있는 스승님이 있습니다. 그 제안은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흠? 그러냥? 나중에 생각 있으면 말해라냥. 내 학파에는 사람이 부족하다냥.”

“그런데 왜 가게를…….”

“아이템 전문 학파라서 그런 거라냥. 이러면 재료랑 아이템 제작이 쉽다냥.”

“그렇군요.”

“돈 여기 있다냥.”

“그 돈으로 마법서를 주세요. 숙련자용으로.”

“숙련자용 마법은 스무 개밖에 없지만 저번보다 가격이 더 비싸다냥.”

“이 돈이면 몇 권 살 수 있습니까?”

“세 권이다냥. 세 권에 각각 하나씩의 마법이 적혀 있다냥.”

“비싸군요.”

헐! 10배 이상이잖아.

“숙련자용 마법 중 알려진 것은 비싸고 얼마 없다냥. 학파 대대로 내려오는 비전을 배워야 한다냥.”

“저도 일 때문에 나와 있던 거라… 스승님을 찾아 뵈면 배워야죠. 일단 그 세 권을 주세요.”

“여기 있다냥! 나중에 또 와라냥!”

그녀가 나에게 3권의 마법서를 내주었다. ‘공간 파악’, ‘마력 제어’, ‘원소 합성’이라는 마법서였다.

“그럼 수고하세요.”

나는 인사를 하고 그녀의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3권의 마법서를 펼쳐서 모두 스킬로 만들고는 책을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휘잉!

길을 걷는데 바람이 차가웠다.

이제 얼마 후면 겨울이 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겠지.

***

“어떻게 된 거야?”

하이몰 백작성에 정확히 4일 만에 돌아왔다. 돌아와서 보니 병력의 3분지 2가 없어져 있었다.

“그 거대한 기둥 같은 게 여기저기에서 만들어졌대. 총 다섯 개.”

“베리얼은?”

“가버렸어. 학파의 비상소집이라고 하던데.”

“쯧!”

눈을 찌푸렸다. 베리얼이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잠깐! 다섯이라고?”

“응.”

레나는 내 말에 대답하며 기둥 같은 것이 솟구쳐 오른 지역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에 나는 깨달았다.

“미쳤군.”

수천만의 생명을 제물로 바친다고 하더니… 이거였나?

“왜?”

“지도로 보여 줄게.”

나는 지도를 펼쳐 탁자에 올렸다. 그리고 레나가 말한 곳에 점을 찍었다. 그것을 둥글게 연결하고 나면…….

“이건…….”

“그래, 초거대 마법진이다. 녀석들은 이 나라 전체를 마법진으로 감싸고, 마법진을 통해서 모든 생명체를 말살하려는 거야. 바로 불사불멸의 생명이라는 것을 위해서.”

미쳤군! 아주 깔끔하게 미쳤어.

“그럼 언데드는…….”

“미끼. 그리고 마법진을 완성하기까지 시간을 끄는 역할이다.”

그러니까 다섯 기둥 중 하나라도 부서트려야 한다. 그래야지만 마법진의 발동을 저지할 수 있지.

하! 이거 좀 멋진 퀘스트인데?

죽기 싫으면 공격해야 한다. 하지만 놈들이 다섯 기둥을 이미 사람들에게 공개한 이상 분명 그 탑들에는 어떤 함정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것들을 쉽게 부수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터.

그렇다면…….

“내가 막아버려야겠군.”

단호한 말에 레나의 보라색 눈동자가 내 눈을 직시했다. 그 투명한 눈동자는 나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응!”

@전투와 진실의 교차

전혀 다른 두 사건의 사이에서

전혀 다른 두 사건의 진실을.

전혀 다른 두 사건의 격통에서

전혀 다른 두 사건의 교차를.

운명이란…

이토록 멋진 것이었던가?

-운명 관찰자 테페른-

레나와는 같이 사냥한 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손발이 잘 맞는다.

처음에는 전투는 할 수도 없는 녀석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활발하게 싸운다.

세월이 무상하군. 그러고 보니 현실 시간으로도 이미 몇 달, 이 안에서는 1년이 넘었다.

그런가. 나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이 세계 안에 있었던가?

지금의 나는 강하군. 정말로 많이 강해.

“저거 어떻게 할 거야?”

“저 검은 기운 말이지?”

“그래.”

탑은 예의 그 검은 기운에 둘러싸여 있었다. 죽음의 대지도 전혀 줄어들지 않은 상태였다.

대산맥 아르혼 쪽의 탑인지 기둥인지 모를 저것은 완벽하게 방치되었다. 하기야 왕국 입장에서는 아르혼 안쪽보다 다른 외곽 지역에서 튀어나온 쪽을 해결하는 것이 더 빠르겠지.

“걱정하지 마. 이미 준비했으니까.”

그래, 준비했지.

“가라.”

하늘에서 아공간의 주머니를 열었다. 그러자 거대한 거체를 지닌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가 튀어나왔다.

리자드맨과 드래곤의 모습을 조금씩 섞은 거대한 언데드는 땅에 쿵! 하고 떨어지며 어둠의 기운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먹어라!”

크아아아아!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계속해서 내 언데드의 군대가 아공간 주머니에서 쏟아져 나와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는 총 세 종류로 나뉘었다. 그중 하나는 나의 역작 중의 역작이다.

쐐에에!

길이가 12미터나 되는 거대한 금속의 날개를 가진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가 하늘을 날아 쏘아져 올라갔다.

내가 형태를 잡고 공중을 날 수 있는 마법을 부여하여 완성한 녀석으로, 윈드워커 형태라고 명명했다.

쿠웅! 쿠웅!

그리고 두터운 모습에 한 팔에는 큰 방패를 들고, 다른 쪽에는 전투 망치를 든 녀석이 지상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3가지 형태 중 하나인 디펜더 형태라고 명명했다.

쿵! 쿵! 쿵!

마지막은 디펜더에 비해 날렵한 형상을 하고, 두 손에 쌍검을 쥔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가 비늘 갑옷을 두른 채 걸어 나갔다.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의 어택커 형태다.

세 종류의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는 매우 강력하지! 내 최강의 수다!

게다가…

스으으으아아아아아!

이 녀석들은 망령을 잡아먹어 힘으로 사용하거든! 사기 역시 마찬가지다! 무진장 흡수해서 오히려 더 강해진다! 이 대지가 너희들에게만 이익을 주는 게 아니라는 말이야!

“대단해. 안개가 사라지고 있어.”

“나 역시 네크로맨서라고.”

내 말에 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져 가는 안개를 바라보았다.

검은 안개는 내 군대에 흡수되어 흩어져 갔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대지에는 언데드가 득실거렸다.

“모두 죽여라. 그리고 먹어치워.”

명령을 내리자마자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가 야수처럼 달려 나가 언데드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콰직! 콰직! 콰앙!

거대한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의 난동에 순식간에 언데드의 진영이 붕괴되고 부서져 나갔다.

좋아! 여기까지는 아주 좋군!

“뭐야? 내가 할 일도 없잖아.”

“할 일이 없기는. 이제 곧 할 일이 생길 거야. 자, 이리 와.”

“응? 왜?”

“일단 이 반지를 껴.”

레나에게 반지를 건네주자 그녀는 어리둥절해하며 그것을 꼈다. 녀석의 거칠어진 가는 손가락에 반지가 쏙 하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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