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191화 (19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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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다는 것

“음?”

그때 위웅! 하고 거대한 공간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천장에 새겨진 마법진이 발동하여 만들어진 그 거대한 마법진은 순식간에 거대한 무언가를 토해냈다.

콰쾅!

“허!”

무려 50여 미터나 되는 엄청난 크기의 거인이 떨어졌다. 그것은 갑각을 두른 기괴한 형태의 고렘이었다.

하반신은 말과 도마뱀을 섞은 듯한 특이한 모습이었다. 다리는 6개에, 꼬리는 도마뱀의 꼬리처럼 길었다. 그리고 상체에는 손이 4개 달려 있었는데, 각각 거대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또한 갑옷처럼 보이는 그것은 마치 곤충의 껍질 같은 갑각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머리에는 흉측한 입이 달려 있었다.

귀신, 아니 마물이라고 해야 하나? 뭐야, 저것은? 대체 저런 것이 왜?

“놀랐냐?”

나는 획! 소리가 나게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검은 로브를 입고, 로브에 달린 후드를 푸욱 눌러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녀석의 솜씨는 인상적이었다. 네 녀석이 사령 마법사인 것을 알았다면 진즉 편지를 보내었을 것을.”

“헛소리군요. 제가 이런 일에 협력할 거라고 생각한 겁니까?”

그래도 같은 사령 마법사. 게다가 선배라서 나는 존댓말을 써주었다.

“하하하하! 여전하구나, 네 녀석은. 정말 여전해. 하지만 네 녀석도 무심하구나. 이 스승에게 진실을 가르쳐 주지 않다니.”

“스승? 무슨 헛소리지?”

그 말에 내가 날카로워지자 그는 웃었다.

“하하핫! 헛소리냐고? 글쎄다. 내가 너의 스승인 것은 맞는 말이 아니더냐. 너도 나를 찾아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더냐?”

그리고 그는 후드를 들추었다. 그러자 내가 찾아 헤매던 얼굴이 보였다.

“오랜만이구나, 제자야. 그래, 합금의 오의는 깨우쳤느냐?”

나의 스승 센슨이 과거와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간단하다는 것

세상은 어려운 일투성이라고 누군가는 말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간단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가르고크-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하하! 네 녀석은 그때와 같군. 여전히 속을 알 수가 없어.”

“그런데 이런 힘을 지니셨던 분이 제가 사령 마법사라는 사실을 왜 모르셨습니까?”

“그때는 내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보이나? 이거 말이다.”

센슨 스승님은 스스로의 머리를 툭툭 쳤다. 머리에는 검은색의 기괴하면서도 상당히 멋있어 보이는 서클릿이 있었다.

뼈가 서로 이어져 있는 형상으로 조각된 그것은 대단히 그로테스크했는데,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그건…….”

“서클릿 오브 언 라이프. 이 서클릿의 이름이다. 노력 끝에 이걸 찾아낼 수가 있었고, 지금의 힘을 손에 넣은 거지.”

서클릿 오브 언 라이프라……. 잠깐… 어디에선가 들은 것 같은데… 그건…….

“죽음의 신이 내린 왕관?”

“너도 알고 있었나? 으음!”

그때, 센슨 스승님의 왕관이 푸르른 빛을 내며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 손에 끼어진 반지도 마찬가지였다.

우우우우웅!

“이건…….”

“공명이군! 라임, 네가 끼고 있는 그 반지는… 분명 ‘언데드 오브 데스티니’가 분명하구나. 그걸 네가 가지고 있었나?”

어떻게 내 반지에 대해서 알지? 설마?

“스승님, 그 서클릿은 설마…….”

“그래, 네 예상대로다. 이 서클릿 오브 언 라이프는 과거 저주받은 왕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는 이 서클릿을 만들기 위해서 죽음의 신의 힘을 빌렸고, 이 서클릿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죽음의 신이 내린 왕관’이지. 그렇기에 이것은 다른 여섯 신기에 대한 정보, 그리고 죽음의 비의에 대한 무한한 지식을 담고 있다. 즉, 두뇌이지.”

그렇군! 저 서클릿이 바로 여섯 신기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는 건가!

이 반지의 능력은 분명 언데드의 생성이다. 이 반지의 힘만으로도 시체는 좀비가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서클릿의 능력은 무엇일까? 단지 지식뿐인가? 아니, 지식만 하더라도 엄청난 능력을 지닌다. 내가 죽음의 책으로 얼마나 많은 힘을 손에 넣었단 말인가?

“그 지식을 통해서 그렇게 강해지신 겁니까?”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기도 하지. 지식 외에도 이 서클릿에는 다른 능력이 있거든. 그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자. 나의 유일한 제자 라임, 너에게 세 가지 제안을 하겠다. 이 중 하나를 선택해라.”

“어떤 제안입니까?”

“나와 손을 잡는다. 혹은 이 일에서 손을 떼고 돌아가라.”

“마지막은?”

“나와 싸우는 거다.”

“큭! 스승님도 여전하시군요.”

“모든 것은 간단하게 이루어져 있다. 쓸데없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내 성격이 어디 가겠느냐?”

센슨 스승님의 미소는 섬뜩했다.

과거의 스승님이 아니로군.

“그런데 왜 이런 일을 벌이시는 겁니까?”

내 질문에 센슨 스승님의 눈빛이 더욱 싸늘해졌다. 약간 눈을 가늘게 뜬 것뿐인데 위압적일 정도의 눈빛이 되었다. 아래에서 울려 퍼지는 전투 소리가 그 싸늘함과 어우러졌다.

“예전에 내가 페텐에 간 것은 여러 가지를 실험하기 위해서였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합금을 만들고 있었지. 합금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

“글쎄요…….”

“내 아내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간단한 이유지.”

들었던 이야기로군. 실로 간단한 이유다.

“하이몰 백작님의 영애 말씀이시군요.”

“그래. 그녀는 정말 아름답고 착한 여자였지. 빌어먹을 하델아워드의 농간이 아니었다면 죽지도 않았을 텐데… 으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섬뜩했다.

하델아워드라면 이상과 균열, 질병의 신이라는 바로 그 신이로군. 레나의 생명 소실의 병을 만들어낸 신!

“그녀는 결국 병으로 죽었지. 신관들도 어쩌지 못하는 병. 그래서 아이 하나 낳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그때 내 마음속 신은 죽었다.”

“그래서 그분을 되살리고자 합금을 연구했다… 라는 겁니까? 그리고 세이란이라는 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미안하군. 하지만 그 아이는 양녀다. 먼 사촌의 아이지.”

“음, 그렇습니까? 그럼 합금은 뭡니까? 특별한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 합금이라고는 해도 보통의 합금은 아니다. 너에게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나는 연금술을 익히기도 했지.”

“설마 현자의 돌?”

“그래, 바로 그거다.”

나는 헛바람을 삼켰다.

현자의 돌이라고?

각종 게임에도 등장하는 그것은 연금술사의 최고의 비원이다. 몇몇 게임에는 현자의 돌을 만드는 테크트리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여기 ‘라이프 크라이’에서는 현자의 돌이란 전설에나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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