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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다는 것
“죽음은 나의 것. 나는 죽음의 동반자. 오라, 죽음의 힘이여! 지금 이 죽음을 나의 손안에 담아 나에게 부여하리라! 사마합신(死魔合身)! 죽음의 전사!”
스승님의 손이 앞으로 뻗어졌다. 그 손에 만들어진 마법이 순식간에 스승님의 몸 전체를 뒤덮었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검을 찌르며 강마사악의 창과 부딪쳤다.
콰릉! 하고 강마사악의 창이 단번에 부서지며 폭발하고, 그 뒤를 따른 조합 마법과 스승님이 충돌했다.
쿠르르르릉!
엄청난 폭발. 하지만 스승님은 멀쩡하다고 생각된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부딪치지 않을 테니까.
“큭! 순간 이동!”
위기감을 느끼고 공간 이동을 감행했다. 남은 공간 이동은 이제 일곱 번! 제길! 공간 이동의 마법서를 빨리 구해서 스킬화해야겠어!
번쩍!
“도망친다고 나를 이길 수 있겠느냐, 제자야?”
내가 있던 자리에 도달한 센슨 스승님의 말에 나는 이를 악물었다.
스승님의 모습은 이제 거의 인간이 아니었다. 온몸이 완전한 검은색으로 물들어 사기를 풀풀 날렸다. 거의 언데드라고 봐도 좋을 그런 모습이었다.
“그건… 뭡니까?”
“마법 합신의 마법. 마법을 몸에 흡수하여 몸을 마법으로 새롭게 구성하는 마법이지. 과거 아주 먼 옛날 마검사들이 그들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사용했단다.”
“그거 사기적이군요.”
“하하핫! 사기적인 마법이지. 확실히 강력하거든. 바로 이렇게!”
번쩍! 하고 스승님이 사라졌다.
순간적 공간 이동!
“큭!”
강마의 손을 움직여 몸을 뒤집었다. 그러자 내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마검화된 내 첫 작품이 스쳐 지나갔다.
찌릿찌릿.
강렬한 마력에, 스치듯이 지나갔음에도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드는군!
쐐에엑!
나는 아래로 몸을 날리며 손을 뻗었다.
“강마사악의 창! 죽음의 기운 방사!”
2개의 마법이 뿜어졌다.
큭! 머리가 띵한 것이 마법을 너무 썼나?
콰쾅!
“제자야! 너무 안일하구나!”
“제기랄! 괴물 같은 스승!”
“말이 짧다!”
“확실한 치명타!”
쾅! 하고 언데드 로드 본 액스와 마검화한 나의 첫 작품인 차가운 장검이 부딪쳤다.
쇳덩이 2개가 부딪친 것치고는 너무 큰 소리 아냐?
“받아봐라!”
쐐에엑!
검이 춤을 추었다. 전혀 알 수 없는 궤적을 그리며 검이 움직여 나를 가르려고 하고 있었다.
제길! 검술이군! 하지만 나는 무협을 배경으로 한 게임도 해봤거든!
“확실한 치명타!”
2개의 손도끼를 휙 하고 내던졌다. 확실한 치명타가 담긴 도끼들은 빙글빙글 스승님을 향해 날아갔다.
“뭐냐, 이 공격은!”
검격에 도끼들이 튕겨져 나가는 게 보였다. 그 찰나의 순간, 나는 두 손을 내밀고 외쳤다.
“강마사악의 창!”
콰우! 하고 와류가 생겨나 쏘아졌다. 그리고 동시에 의지를 발산해 두 도끼에 명령을 내렸다.
“이런 잔수작밖에… 음!”
휘릭휘릭! 퍼억!
강마사악의 창에 신경 쓰던 스승님은 등 뒤로 날아온 도끼를 눈치 채지 못했다. 그리고 도끼에 격중 당했다.
쾅!
그런데 사람의 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쳇! 그 마법 합신이라는 것 때문인가? 몸이 강철보다 단단해졌잖아!
퍼펑!
정면으로 강마사악이 폭발을 일으켰지만 상당히 멀쩡한 듯 보였다. 그사이에 두 손도끼는 내 손으로 되돌아왔다.
“뭐냐, 그것은?”
“저 나름의 재주죠. 쳇! 보통은 일격이면 죽을 텐데.”
“대단하구나. 역시 네 녀석다워.”
“지금 확실히 알겠습니다. 스승님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러냐? 그럼 어떻게 할 테냐?”
“하지만 말이죠, 저는 꽤 여러 가지 수를 준비해놓는 철저한 성격이거든요.”
“흐음?”
이제 슬슬 나타날 때가… 옳거니! 나타났군.
위웅! 위웅! 위웅! 위웅! 위웅!
사방에서 공간의 문이 열리며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내렸다. 개중에는 유저도 있었고, NPC인 자들도 있었다.
“이건…….”
“하핫! 저로서는 무리니까 지원군을 불렀죠. 그러니까 말이죠, 열심히 싸워주세요, 스승님.”
“너 이놈 라임!”
“저는 이만 도망갑니다! 순간 이동!”
번쩍! 하고 시야가 뒤바뀌었다. 저 멀리서 스승님이 화내시는 게 보였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날아내려 구석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좋아. 남은 것은 베리얼이 끌고 온 연합군의 전투를 지켜보는 일뿐. 그리고 스승님이 죽을 것 같으면 도와드려야지.
스승님이 죽는 것도 바라지는 않거든. 다만, 이 일을 그만두게 만들고 싶을 뿐이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계획을 또 짜야겠는걸.
하지만 괜찮아. 내 특기니까.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추어 계획을 적당히 짜는 것은 내가 자주 하던 일 아니겠어?
***
조용히 전쟁을 바라보았다. 여기저기에서 검은 공간의 문이 열리며 네크로맨서들 역시 돌아오고 있었다.
데스나이트, 스펙터, 와이트, 스켈레톤, 좀비, 구울, 리빙 데드, 플래쉬 고렘, 가고일 등 각종 언데드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에 질세라 왕국군과 유저들의 연합군이 연 공간의 문에서는 거대한 전투 병기 고렘이 공간 이동을 통해 도착했고, 제각각의 모습을 한 유저들이 나타나 무기를 휘둘렀다.
거대한 지하 요새의 안은 이미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엄청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콰쾅!
거대한 라스 가드의 방패가 횡으로 휘둘러졌다. 어마어마한 물리력을 동반한 그 일격에 언데드 수십이 찌그러지며 부서져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기다란 창이 찔러지자 몰려들던 언데드들이 단번에 짓뭉개졌다.
쾅! 쾅! 하고 발을 움직이며 박살 낸 시체를 으깨고 앞으로 진군하는 라스 가드의 양옆에서 유저들로 보이는 자들이 스킬을 사용하며 남은 언데드를 박살 냈다.
“불의 파도!”
허공에서는 불이 내달렸다.
“하압! 검의 폭풍!”
어떤 이는 혼자서 빠르게 회전하며 검의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고…
“춤추어라! 바람의 정령이여!”
정령이 춤을 추며 바람의 칼날을 날려 대고 있었다.
마법이 폭발하고, 정령이 춤을 추며, 고렘이 날뛰었다.
“감히 우리의 땅에서 난동을 부리는가!”
이에 질세라 네크로맨서들도 속속 나타났다.
허! 대단하군! 한 국가와 맞먹을 전력이 아닌가?
데스나이트만 해도 벌써 1백 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마스터와 같은 힘을 지닌 데스나이트를 1백 기나? 엄청난 위력이군!
히이이이잉!
두두두두두두!
1백 기의 데스나이트가 허공을 질주하며 돌진했다. 그러자 떠 있던 마법사들이 질겁하고 빛을 내며 피하는 것이 보였다.
엄청난 대격전. 그야말로 영화의 한 장면보다도 엄청난 광경이었다.
“재미있군.”
그래. 이게 바로 가상현실의 재미. 과거 그 어떤 가상현실에서도 구현한 적이 없는 리얼함이 살아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