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194화 (194/347)

────────────────────────────────────

────────────────────────────────────

간단하다는 것

그렇기에 나는 이 세계에 빠져 들었다. 이미 이 세계는 나의 일부가 되었다고 할 정도다.

그래. 그래서 나는 레나를 사랑해. 그러니까 나의 레나를 위해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녀석들과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할 일을 하겠다.

차킹!

언데드 로드 본 액스를 들어 그 날을 부딪쳤다. 그러자 차킹! 하고 소리를 내며 맑게 떨었다.

어둠 속에 숨어 나는 전쟁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일전의 겔크론 때와 같은 패턴이네. 그때도 이렇게 전투를 지켜 보다가 끼어들어서 상대를 죽여 버렷는데 말이지.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를 죽이는 게 아니니까 조심해야지. 스승님을 살해하는 경험 따위는 하고 싶지 않거든.

주의 깊게, 신중하게, 그렇게 해서 집중하자구.

“하하하하하! 과연 내 제자답군. 하지만 제자 녀석의 말들 따위에게 질 것 같으냐!”

콰아아아아아!

허공에서 엄청난 사마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건 대가의 마력이 아니다. 스스로 길을 걷는 자. 마력 수치 200이 넘는 자만이 가지는 절대적인 마력이었다.

“우아아아앗!”

연합군 측의 마법사들, 정령사들, 하늘을 나는 마법 무구를 가진 자들이 그 마력의 폭풍에 튕겨져 나갔다.

“알고 있는가! 사령 마법이란 생명! 죽음! 그리고 혼을 다루는 학문이다! 키메라! 언데드! 그리고 망령!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하나로 한 새로운 마법이 있다! 보여 주마, 나의 피의 마법!”

피의 마법?

촤아아악!

죽어 나자빠진 사람들의 피가 순식간에 위로 치솟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방의 대기가 불온하게 일렁거렸다. 심상치 않은 어떤 마법이 전개된 것이다.

뭐야, 이 마법은? 이것도 서클릿의 지식에서 나온 것인가?

우우우우웅!

“큭?”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에 내려다보니 반지가 미친 듯이 빛을 내며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리고 스승님의 서클릿 역시 무섭게 빛을 내며 진동하고 있었다.

푸화아아아악!

갑작스럽게 정령들의 덩치가 무섭게 팽창했다.

그렇군! 정령들도 알아챈 거야. 저주받은 왕의 유물의 힘을.

-죽음의 추종자는 태고의 맹약에 따라 제거해야 한다! 계약자여! 너는 당장 저자를 공격하는 나의 의지에 동참하라! 그리하지 않는다면 계약자와의 계약은 파기된다!

정령들의 외침이 퍼져 울렸다.

그와 동시에…

우어어어어어!

죽은 자들이 일어섰다. 몸의 여기저기가 부서지고, 처참한 상태의 죽은 시체가 꿈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잘려진 손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떨어져 나간 목이 무언가를 물어뜯기 위해서 뛰어다녔다.

그야말로 죽음의 향연. 반지가 서클릿과 공명해서 벌인 일인가!

“큭! 예상치 못한 일이잖아!”

레나를 보내놓기를 잘했지! 이런 난장판에서 레나와 같이 싸웠다면 힘들었을 테니까.

“언씽아이시여! 당신의 시선을 청하나이다!”

번쩍! 하고 여기저기에서 신성한 힘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언데드는 쓰러지지 않았다. 그 신성한 빛에 몸이 타면서도 산 자를 공격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그러는 와중에 허공에는 대량의 피가 모여들어 거대한 구체를 이루고 있었다.

저것이 피의 마법? 하지만 단지 피를 모았을 뿐이지 않는가?

“막아라! 괴멸하는 불의 숨결!”

콰우우우우! 하는 소리가 나며 거대한 불의 기둥이 허공에 소환되어 내달렸다. 그 거대한 불과 함께 천둥과 벼락이 소환되고, 푸른 광선 같은 것이 생겨나 쏘아졌다.

콰르르르릉!

지하 도시 전체가 요동쳤다. 또한 엄청난 폭발의 여파가 지상을 쓸며 뒤흔들었다.

후두둑!

모여들었던 피 대부분이 열기에 굳어지며 떨어져 내렸다. 피딱지가 떨어져 내리는 것은 정말 기괴해 보였다.

“생명의 근원은 피에서 시작하노니! 피가 있음으로 육신이 있다! 육심이 있음으로 죽음이 있으니! 혼은 육신과 죽음에 속박되노라! 열려라! 불태워라! 너의 생명! 너의 죽음! 너의 혼을 여기에서 불태워버려라! 나의 이름으로 명한다! 타오르는 피의 존재자!”

뭔가 엄청난 마법인데? 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엄청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거대한 거인이다. 그것은 순수하게 피로 이루어진 엄청난 크기의 거인이었다. 키가 30여 미터나 되어 보였다.

사람의 형체를 했지만 도저히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피로 이루어진 거인이 땅에 쿵! 하고 내려섰다. 그리고 그 발에 짓밟힌 모든 것은 거인에게 피를 흡수당해 버렸다.

“피… 피뿐만이 아니군.”

사람, 그리고 시체의 육편까지 같이 빨아들이고 있었다.

괴물. 그것도 인지를 초월한 괴물!

“물러서라! 물러서! 크로커다일 마력포 발사! 뭐 하는 거냐! 물러서!”

지휘관들이 소리를 질렀다. 공간의 문에서 튀오나온 장거리 포격용 고렘 크로커다일이 퍼펑! 하고 마력포를 쏘아냈다.

하나하나의 위력이 반경 수십 미터를 초토화시키는 마력탄이 날아가 피의 거인의 몸에 부딪쳐 폭발을 일으켰다.

콰르르릉!

먼지가 피어오르고, 큰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죽지 않았어. 약해지지도 않았어. 그 괴물은 멀쩡해.

그어어어어어어!

괴물이 먼지를 뚫고 손을 뻗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바로 피의 거인의 손이 주욱 하고 늘어나서는 지상을 격타했다는 것이다.

콰쾅!

“으아아악!”

일격에 수백이 죽었다.

팔이 늘어나? 그래, 액체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로군? 그래서 늘어나는 거냐!

츄륵! 츄륵! 츄륵! 츄륵!

거기다 죽여 버린 사람들의 피와 육신을 흡수하고 있었다! 맙소사! 저렇게 계속해서 거대해지는 거냐!

-죽음의 추종자여! 사라져라!

그때, 거의 10미터 가까이 부풀어 오른 정령들이 엄청난 화염과 냉기, 바람과 전격을 내뿜었다.

그러자 콰르릉! 하고 폭발이 일어서며 피의 거인이 뒤로 주춤했다. 그리고 이내 몸 전체에 파도가 일듯 파르르 떨더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

츄와아아악!

그것은 촉수였다. 온몸이 부글부글하더니 수백 개나 되는 긴 창이 뻗어져 사방을 향해 나아갔다.

그 근처에 있던 마법사들은 피하지도 못하고 바로 꼬치 꿰듯이 꿰여서 절명, 그대로 흡수당해 사라져 버렸다.

끔찍했다. 저런 괴물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사령 마법사라는 건 이렇게 대단한 거였나?

아니, 내가 하는 짓도 충분히 먼치킨적이기는 하지. 하지만 저건 이미 나의 능력을 뛰어넘은 것이다.

“제길!”

똑같은 육신기인데 어쩌면 이런 차이가 나는 거지? 하기야 나는 옛날부터 득템 운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

“나의 목적을 방해하는 떨거지들에게는 죽음뿐이다!”

스승님의 외침과 동시에 데스나이트들이 허공을 다시 내달리기 시작했다.

와이트와 스펙터가 날아오르고, 네크로맨서들이 스승님의 뒤쪽에서 진을 구성해 마법을 준비했다.

절체절명.

연합군이 부족하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아까는 연합군에서 선전하는 듯했지만, 저 거대한 피의 거인 때문에 단번에 분위기가 반전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하지?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두 싸움을 구경하다가 기회를 잡는다는 계획은 실패했다. 그렇다면 나의 다음 선택은?

“간단하지.”

나는 언데드 로드 본 액스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직접 틈을 만들어주마.”

위우우우우웅!

사마력이 전신을 감싸며 넘실거렸다. 나는 웅웅 하고 소리를 내며 천천히 구석의 어둠에서 걸어 나왔다.

“와라!”

그리고 2개의 도끼를 부딪치며 소리를 질렀다.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낼 때가 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