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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촤라라락!
피의 안개로 이루어져 형상을 만들어낸 몇십 미터짜리의 거대한 망토는 빠르게 자라나 혈기사를 휘감았다.
그리고 그것은 능히 불꽃을 막아냈고, 동시에 혈기사가 정말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엉!
그것은 그야말로 역동적인 움직임이었다.
땅에 발을 딛고, 주먹을 뻗어 후려친다. 그것은 분명 역동적인 움직임이다. 그런데 그걸 키가 80여 미터나 되는 거대한 거인이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저런 느낌이겠지?
우우우우우웅!
콰르으으으응!
주먹질 한 번에 정령왕과 하나가 되었던 유저의 몸이 반절로 꺾이며 뒤로 날아가 처박혀 버렸다.
그 일격의 여파에 광풍이 불며 각종 폭발 마법을 소멸시켰다. 또한 데스나이트들은 추풍낙엽처럼 튕겨져 나갔고, 많은 것이 부서졌다.
계속해서 마법의 폭발이 혈기사의 전신을 두드리고 있었지만 그리 큰 피해는 주지 않았으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신의 상처가 계속해서 꾸물거리며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맙소사! 저런 괴물을 어떻게 이기지? 그것도 공간 이동이 제어된 이 공간에서는 탈출조차 불가능해!
“데스나이트는 그저 시간 끌기인가.”
제길! 곤란하군. 정말 곤란해. 수를 생각해야 한다. 나에게 지금 준비된 것, 그리고 이용할 수 있는 수는 몇 개지?
크로커다일의 숫자는 20기밖에 안 남았다. 라스 가드는 모두 박살 난 지 오래. 연합군의 NPC 군대는 현재 남은 수가 겨우 5천도 안 된다. 맨 처음 모습을 드러낸 자들의 수가 수만이었는데 궤멸적 타격이다. 그나마 마법사들이 80여 명 있다는 것이 다행인가?
힐긋.
베리얼은 아직 살아 있군. 역시 천재다워. 점점 눈이 살아나는 것을 보니 더더욱 강해지겠지.
유저들의 수는 현재 8천 정도. 모두 상위의 실력자들이다. 개중에는 나도 이기기가 쉽지 않은 강자도 있다.
그 천지분단참인가를 쓰는 녀석에서부터 정령과 합체하는 놈도 있으니까.
게다가 유저들 중에서도 마법사 유저가 있어서 그 수가 무려 1천이나 되었다.
하지만 저 혈기사의 방어력과 공격력은 대단해. 거기다 지금은 저렇게 본격적으로 날뛰기 시작했으니 말이지.
콰르르릉!
수천의 마법과 수천의 스킬이 동시에 폭발하여 혈기사를 뒤흔들었지만, 그럼에도 혈기사는 끄떡없이 움직였다.
수를 생각해라! 수를!
“쯧! 영혼 지배!”
수가 더 없다면 늘려 주지!
키에에에에!
지하 공동에 가득한 영혼을 잡아채어 죽음의 책에 쑤셔 박았다. 죽음의 책에 수십, 수백의 영혼이 가진 정보가 단번에 적혀 들어왔다.
“많기도 하군!”
개중에는 내가 익히지 못하는 상위의 스킬들도 있었다. 그것을 빠르게 넘기며 정보를 찾아야 했다.
혈기사를 쓰러트릴 요건은 강대한 공격력이다. 단번에 저 80미터짜리 거구를 박살 내야만 부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법의 조합이 필요해! 그것도 그냥 마법의 조합이 아니야.
베리얼이 일전에 아르혼에서 보여 준 다중 마법진을 통한 마법의 조합이 필요하다.
그렇게 강대한 마법을 동시에 펼쳐서 얻어낸 절대의 일격만이 혈기사를 분쇄할 수 있을 것이다.
“찾았다!”
베리얼보다 고위 마법사였던 이의 지식이 책에 적혀 있었다.
“다중 연쇄 입체 마법진이라!”
그렇군. 이게 그 마법진의 정체인가? 하지만 단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이것에다가…….
파라라락!
책장을 넘기고 넘겨 이번에는 사령 마법사 놈들의 영혼에서 얻은 지식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찾았어.”
이런 마법이 있을 줄 알았지. 바로 정신 마법 말이야.
@마지막
끝은 언제나 허무하다.
하지만 그것은 무언가를 마음에 남긴다.
-누군가의 이야기-
마법을 스킬화해서 등록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것은 굳이 저 멀리 신전에 가지 않아도 된다.
스킬의 레벨을 올리려면 신전에 가야 하지만, 스킬을 생성하는 것은 신전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좋아. 그럼 해볼까?
“정신 감응!”
새롭게 얻은 기초적 정신 마법의 일종인 정신 감응을 사용했다.
-베리얼! 뒤로 물러나라!
베리얼이 저 멀리서 당황하는 것을 보며 나 역시 날아올랐다.
-베리얼, 물러나!
마법사들 사이에서 빠져 뒤로 물러난 베리얼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다가서는 나를 발견했다.
“형? 어떻게 한 거예요? 내 머리에 막 울리는 듯한…….”
“정신 감응이라는 마법이지. 내 정신을 통해 직접 대화를 나누는 거지.”
“저… 정신 마법! 그건 금기의…….”
“이미 사령 마법사인데 뭐가 어떻겠어. 이제부터 작전을 설명할 테니 잘 들어. 이대로는 마법을 수천 번 써도 못 쓰러트리니까.”
정신 감응의 마법은 단지 언어만이 아니다. 나의 생각과 구체적 느낌까지 소통할 수 있는 고난이도의 커뮤니케이션 마법이다.
이건 솔직히 현대 과학으로는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안에서는 된다.
점점 의심스러워, 아라한 컴퍼니. 일단 아라한 컴퍼니에 대한 의심은 나중으로 미루고 할 일을 해야겠지.
“이건…….”
“그래, 다중 연성 입체 마법진이다.”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예요?”
“내가 천재거든.”
이래 봬도 디자인 휴먼이다. 이런 도식과 도형의 계산력에 관해서는 일반인 레벨을 초월해 있는 데다, 나는 디자인 휴먼 중에서도 특별한 디자인 휴먼이거든.
“그럼 네가 믿을 만한 사람을 불러라. 약 오십여 명이면 되겠지.”
“예.”
그 후, 나는 베리얼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다가 전투를 지켜보았다.
혈기사는 이제는 강대한 힘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 녀석에게 맞서는 유저와 NPC의 연합군은 날파리처럼 날아다니며 혈기사의 공격을 피해내고, 계속해서 스킬과 마법을 사용해 혈기사를 두드리고 있었다.
지하 공동에 건축되어 있던 건물들은 박살 나 가루가 된 지 오래였고, 모든 것이 초토화되어 있었다.
“왔어요!”
전투를 지켜보고 있는 동안 베리얼의 주위로 의심스러운 눈을 한 자들 55명이 모여 있었다.
숫자가 조금 넘잖아? 뭐, 상관은 없겠지.
“정신 감응.”
스킬 마법을 사용해 그들에게 다중 연성 입체 마법진에 대한 정보를 주입했다. 그러자 그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대는 누구요?”
“이번 일을 막으려는 사령 마법사.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할 수 있겠나?”
이건 내가 생각한 최강의 다중 연성 입체 마법진을 이용한 최강의 공격 마법이다.
일전에 베리얼과 그 친구 놈들이 아르혼에서 쓰던 것을 기억해두었다가 지금 막 개량한 것이니까.
방금 만들었기에 효과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
“좋소. 그대의 말을 따르겠소.”
한 놈의 말에 다른 놈들도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