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199화 (199/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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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목이 뻣뻣한 놈들이로군. 나야 상관없지.

“다른 이들에게 발을 묶으라고 전해. 마법을 연성하기 시작하면 분명 우리를 공격해올 것이 뻔하다.”

“알겠소.”

그들은 마법을 써서 다른 이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그 작업이 끝나고 나서 나는 그들과 함께 지하 공동의 가장 끝으로 물러났다.

“시작한다! 마법적 문양!”

마법적 문양으로 허공에 마법진을 연성했다. 마법진의 각 지점으로 쉰둘의 마법사가 섰다. 남은 셋은 나의 정신 감응에 의한 지시에 따라 삼각형을 이루어 거대 입체 마법진의 전면에 섰다.

“오라! 마법의 의지여!”

“나 여기에서 너의 이름을 부르노라!”

“이곳에 우리의 의지가 깃드노니!”

55명이 각자가 맡은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입체 마법진 사이로 그 마법의 힘이 타고 흐르며 활성화되었다.

마법의 강약, 순서, 그리고 캐스팅의 속도까지 모두 내가 중심에 서서 제어하고 있었다.

정신 감응에 의해 쉰다섯을 통제하니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프군.”

으득!

이를 악물고 정신을 집중에 사념을 보냈다. 그러자 천천히 거대한 마법이 준비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거대한 마법이 완성되자 거대한 힘이 주변에서 요동쳤다.

이것은 순수한 불의 기운이다. 순수한 불의 기운이 극도로 모여들고, 그곳에 공기의 압력과 회전이 발생하며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이 마법이야말로 극강을 추구하는 파괴의 마법으로, 내가 직접 이름 붙인 바로 그것이다.

파멸의 화염 폭풍.

(나의 제자 라임! 역시 대단하구나!)

혈기사에서 공간을 뒤흔드는 외침이 터짐과 동시에 혈기사의 거체가 나와 마법사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왔다.

“막아!”

“제자라고 하지 않았어?”

“일단 막아!”

유저와 NPC들이 사력을 다해 달려오는 혈기사를 막아갔다. 제아무리 혈기사라지만, 수천의 마법이 만들어내는 폭발의 반발력까지는 해소하지 못하는 듯 빠르게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임계점까지 앞으로 십 초다! 마법을 완성해!”

내 외침은 정신 감응이 되어 마법사들에게 전달되었다. 마법사들은 이를 악물었고, 베리얼 역시 그 곱고 하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마법에 집중했다.

1… 2… 3…….

마지막 카운트다운. 그리고 드디어 혈기사가 전면에 치달은 그 순간…

8… 9… 10…….

마법이 완성되었다.

(안 돼!)

“늦었습니다, 스승님! 물러서!”

내 말에 쉰다섯의 마법사들이 모두 물러섰다. 베리얼 역시 나를 힐긋 보고는 빠르게 날아서 자리를 피했다.

지금 내 앞에는 거대한 화염의 구체가 있었다. 무섭게 소용돌이치면서 원구를 형성한 그 화염의 소용돌이는 무려 50여 미터나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나를 막을 수는 없다!)

혈기사가 거대한 손을 뻗어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내가 고안한 마법은 이미 완성되었다.

52가지 마법을 조합하여 연동시켜 만든 거대한 파괴 마법이 바로 이것이니까.

“파멸의 화염 폭풍!”

내 마지막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거대한 불의 구체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그것은 다가온 혈기사의 손을 완전하게 부수며 태워버렸다.

콰가가가각!

혈기사의 손이 부스러지며 박살 났다. 박살 나 조각이 되어버린 육신은 불길에 잡아 먹혀 타서 사라졌다.

그렇게 거대한 손과 팔이 사라졌다. 지름 50여 미터의 거대한 불의 구체는 그대로 혈기사의 상체로 다가서 상체를 갈가리 찢어버렸다.

곧 80여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거체의 상체가 사라졌다. 그리고 가슴팍에서부터 무릎 위까지의 부분이 화염의 구체에 부서지면서 빨려 들어갔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

결국 화염의 구체는 혈기사의 거체를 박살 내며 땅에 처박혔다. 땅까지 파고들며 부순 그것은 결국 그 형체의 안정성을 잃어버리고 불규칙하게 꿈틀거렸다.

“폭발한다! 모두 피해!”

내 외침이 허공을 가르자, 사람들이 놀라 공동의 가장 끝의 벽에 붙었다. 몇몇은 공간 마법을 통해 도망을 시도했다.

그사이 나는 반대로 부서져 내리는 혈기사의 잔해로 날아갔다. 그곳에는 혈기사의 내부에서 빠져나와 힘을 잃으며 추락하는 스승님이 있었다.

파팟!

몇몇이 공간 이동을 통해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군. 공간 제어의 결계가 깨어진 것인가? 좋아.

쿠구구구구!

거대한 화염의 구체가 점점 일그러져 마침내 폭발하려 했다.

저것이 폭발하면 반경 몇백은 너끈히 초토화시키겠지. 하지만 뒷일 따위 내가 알 게 뭐냐. 나는 지금 스승님을 챙겨서 떠야 하거든.

“그럼 모두 안녕. 내 장기판의 말이 되어줘서 고맙군, 제군들.”

나는 작게 중얼거리며 스승님을 품에 안았다. 저 멀리서 베리얼이 경악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씨익 웃고서 품 안에서 공간 이동의 스크롤을 꺼내들었다.

“공간 이동!”

쫘악! 하고 스크롤을 찢으며 공간을 넘었다. 내 뒤에서 거대한 파괴의 힘이 팽창해가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내 그 느낌은 내가 공간을 넘으며 사라져 버렸다.

털썩.

“후우!”

푸른 하늘, 그리고 주변에는 죽어버린 대지.

제대로 왔군.

“스승님도 참 너무 무모하시다니까. 으차!”

나는 한숨을 내쉬고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파랗다. 이 죽어버린 대지와는 다르게.

그러나 저러나 나도 참 비정한 놈이군. 이번 사태로 결국 몇만이나 죽었는데도 나는 스승님을 살리기 위해서 이렇게 모험을 하고 있으니까.

“아하하핫!”

뭐, 어떠랴. 그것이 나라는 인간인 것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땅에 주저앉았다. 기력이 없고,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그 후, 나는 포션을 꺼내 마시며 생각했다. 산다는 것은 역시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으음…….”

아, 일어나셨나 보군.

“정신이 드세요, 스승님?”

번쩍! 하고 스승님이 눈을 떴다. 그리고 나직하게 신음을 흘리며 인상을 찌푸리셨다.

“큭! 죽지 않았군.”

“그럼요. 이 제자가 있는데 스승님을 죽게 만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라임… 네 녀석이냐.”

“예, 스승님의 자랑스러운 제자인 라임입니다.”

스승님은 나를 바라보다가 허탈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허… 네 녀석은 결국 나의 모든 일을 망쳐 놓았구나. 그래놓고는 나를 살리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그거야 이 왕국의 사람들 전부가 죽는 건 저로서는 절대로 원하지 않는 일이니까요. 거기다 스승님이 죽는 것도 싫어서 이렇게 한 겁니다. 스승님도 막고, 스승님을 죽이려는 녀석들도 막고.”

“하… 하하하핫! 쿨럭! 쿨럭!”

스승님은 격렬하게 웃다가 피를 토했다. 그에 나는 놀라서 포션을 꺼내 생명 흡수로 생명력을 뽑아 스승님의 몸에 불어 넣었다.

“나 역시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네 녀석은 더하구나. 그때도 별난 놈이라 생각했지만…….”

“저야 이기주의자거든요. 적당히 이기적이죠.”

“흐… 그렇구나. 적당한 이기주의라…….”

스승님은 그렇게 말을 끊으시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르른 하늘에는 새 한 마리 없고, 구름 한 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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