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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하늘이 푸르구나. 그래. 정말 푸른색이야.”
“가끔은 흐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푸른색이죠. 그나저나 스승님, 이제 정신 차리시죠. 돌아가신 분은 그런다고 돌아올 수는 없어요.”
내 말에 스승님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설사 그렇게 부활해서 돌아오신다고 해도 죽었다가 되살아난 그분의 고통은 어떻게 하실 거죠? 아세요? 사람의 마음이란 건 정말 약해서 조그마한 충격에도 크게 상처를 입죠. 하물며 죽었다가 살아나면 얼마나 큰 고통을 가지겠어요.”
내 말에 스승님은 큭! 하고 헛웃음을 터트리셨다.
“네놈 말도 일리가 있구나. 그래. 그녀를 억지로 되돌리려 하는 건 내 욕심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하지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 일을 반드시… 반드시 해야만 했어. 그녀에게 사과를… 사과를 하기 위해서라도…….”
“미련입니다.”
“크큭! 이 세상에 미련과 후회 없이 살아가는 자가 몇이나 있겠느냐? 그런 자는 없다. 죽음의 순간 한 점의 후회 없이 죽을 수 있는 자가 있을까?”
“맞는 말이기는 하죠. 하지만 그렇게 목매는 사랑을 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으니까요. 요 근래 사랑이 뭔지 레나와 만나고 나서 알게 되었지만… 글쎄요. 저 역시 레나가 죽는다면… 그녀를 되살릴 방법이 있다면 그 어떤 희생이라도 치르게 될까요?”
“그건 모르는 일이지. 너와 나는 다르다.”
“그렇죠.”
“후! 그래.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적이 언제냐 묻는다면 담담하게 말할 수 있겠구나. 아내와 함께했던 그때, 그리고 네 녀석과 함께한 그때다.”
“그렇… 스승님!”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스승님의 손이 심장을 찌르고 있었다. 빨랐다. 그런 일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그 손을 막는 데 늦어버렸다.
“무슨 짓입니까!”
“하하하! 그녀를 만날 수 없다면 내 어찌 살기를 바라겠느냐. 제자야, 나는 그녀 없이는 이제 더 이상 살 수 없다. 그리고 내 생명도 사실 그리 많이 남은 것도 아니다. 내가 그런 막대한 권능을 어떻게 얻었다고 생각하느냐?”
“대가성 마법?”
“후훗! 서클릿 오브 언 라이프는 바로 그런 힘을 지녔지. 지식뿐만 아니라 그 힘을 단기간에 사용하게 할 수 있는 방법도 가르쳐 준다. 그래서 언 라이프다.”
제기랄!
“죽으면 안 돼요! 이대로 죽으시면 제 고생은 어쩌라구요!”
“하하하! 그럼 내가 한 고생은 어쩌란 말이냐? 네 녀석 마음대로 나를 막아놓고는 이제는 죽지 말라 말하다니… 정말 제멋대로구나.”
스승님의 손이 뽑혀져 나왔다. 그 손에는 심장이 아닌 검은 구슬이 들려 있었다.
“제길! 제기랄!”
“오랜 시간… 그녀를 그렸다. 너는 아직 모를 것이야. 나의 마음을. 하프 리치가 되면서까지 그녀를 그리워한 나의 마음을…….”
파삭!
검은 구슬이 부서져 내렸다.
“하… 하하… 이제… 그대를 볼 수 있을까…….”
그리고 곧 스승님의 손도 모래처럼 부서졌다.
“안 돼!”
안 돼! 내가 그 고생을 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시게 할……! 아아… 늦었던가. 이미… 늦었다.
“이걸… 부탁한다.”
파삭!
모든 것이 허물어졌다. 옷을 남기고, 지팡이를 남기고, 스승님의 몸은 천천히 부서져 내려 모래가 되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 한 방울을 흘렸다.
결국 이게 마지막인가.
“하…….”
스승님이 남긴 지팡이를 들었다. 스승님이 남긴 저주받은 왕의 육신기 서클릿 오브 언 라이프를 들었다. 스승님이 최후의 순간 나에게 주신 책을 집어 들었다.
그렇게 3개를 챙겨 넣고, 나는 묵묵히 땅을 파서 무덤을 만들었다.
“편안하시기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다.
@일상생활
일상생활은 모두 제각각이다.
당신에게 당연한 그 생활이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그대는 알아야만 한다.
-현자 모르오-
젤펜다임의 국토 30퍼센트는 죽은 자의 대지로 변해버렸다. 워낙 엄청난 넓이이기 때문에 정화를 해 되돌린다고 해도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죽은 자의 대지는 빠르게 증식하기에 정화 작업이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와 금전적인 이유가 생기면 결국 죽은 자의 대지는 그대로 방치될 확률이 높다.
특히 죽은 자의 대지에 마굴이 생기면 언데드 몬스터 또한 생기게 될 테니 전혀 색다른 자연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어쩌면 언데드를 상대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유저들의 유입이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유저들은 그런 것을 좋아하니까.
“허무하군.”
그렇게 노력했건만, 결국 스승님은 돌아가 버리시고 말았다. 얻은 것은 육신기와 스승님의 지팡이, 그리고 이 책뿐인가.
이미 그 일이 있은 지 일주일이나 지났고, 나는 아직 젤펜다임에 있다. 내가 육신기를 얻은 것은 아무도 모른다.
[저주받은 왕의 왕관-서클릿 오브 언 라이프
강도:99,999,999
무게:0
재질:사악하고 강력한 죽음의 마법과 저주의 마법의 힘을 빌려 수십만의 원혼을 잡아 압축하여 만들어진 흉물스러운 왕관이다.
기억:고대에 존재한 이름조차 불러서는 안 되는 저주받은 왕이 그의 사악한 마법과 의지에 의해서 만들어낸 저주받을 왕관이다. 세계를 죽은 자의 세계로 바꾸려 했던 사악하고 강대했던 저주받은 왕은 그 의지를 세계에 펼치기 위해서 특별한 6가지 신기를 만들어내어 사용했다. 그의 여섯 신기는 상호 작용을 하며 강대한 힘을 만들어냈다. 이 서클릿은 그 여섯 신기 중의 하나로 이상과 균열, 질병의 신 하델아워드의 강대한 신성력에 의해서 지금은 그 힘의 대부분이 봉인되어 있다. 그럼에도 그 사악함 힘이 봉인의 틈새로 흘러나와 사용자를 저주받게 만들며 생명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능력:언 라이프의 모든 지식을 스킬로 습득하여 사용할 수 있다. 모든 정령들이 서클릿의 주인을 알아보고 공격한다. 서클릿의 주인에게 사마력 +5의 효과를 준다. 서클릿은 벗을 수 없으며 파괴되지 않는다. 서클릿의 주인은 주변의 생기를 자연적으로 흡수하는 능력을 얻는다. 하델아워드의 성직자가 이 서클릿을 쓰게 되면 신성력에 보너스 +10. 서클릿을 착용한 상태에서는 특수 마법 ‘삶 없는 자의 창조’를 마나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무한히 사용 가능하다.]
이런 정보를 가진 아티팩트가 바로 서클릿 오브 언 라이프. 이것을 쓰는 순간 나는 세상의 공적이 된다. 하지만 쓰지 않을 수도 없다. 나는 이미 반지를 끼고 있으니까. 그래서 지금 나는 이 서클릿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