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01화 (20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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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척!

머리에 서클릿을 썼다.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모습의 서클릿이 내 머리에 자리를 잡자 반지와 서클릿이 부르르르 떨면서 진동했다.

그리고 다시 두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하니 이런 게 쓰여 있었다.

[추가 효과:육신기 중 2개의 신기가 같이 있다. 사마력 +30. 마법 ‘피의 하인 창조’ 습득 가능]

피의 하인을 창조한다라. 언 라이프 자체 마법인 ‘삶 없는 자의 창조’도 뭐 하는 스킬인지 아직 모르겠는데, 이건 또 뭘까? 하지만 간단한 것은 아닐 테지.

이 반지로 사용 가능한 마법만 해도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다. 겔크론을 한 번에 죽여 버렸으니까.

그렇다면 ‘삶 없는 자의 창조’도 보통의 스킬이나 마법은 아닐 테지.

그리고 이 2개의 아이템이 모여서 생성된 ‘피의 하인 창조’ 역시 마찬가지다. 이것도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을 터.

여하튼 전력은 상승했다는 건가. 사마력 역시 추가로 30이나 더 올랐다.

“입맛이 쓰군.”

스승님을 구하지 못하고 얻은 힘과 아이템들이다. 그래서 입맛이 매우 썼다.

스승님의 지팡이는 별 능력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스승님이 나에게 주신 책이다. 그것은 스승님의 야장술과 연금술의 총화가 담겨져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본 순간 그것을 스킬화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내 레벨과 오감력이 제한이 걸려서 그 스킬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지만.

사실 스킬 사용에 능력 제한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만큼 대단한 스킬이라는 것이다.

아이템을 제작하는 스킬인 신기의 제작을 가진 나조차도 사용 불가능한 제조 스킬이었기 때문에 더 엄청나다.

바로 ‘현자의 돌 제작’.

이것은 스승님이 연금술사의 정점에 도달했다는 의미이다. 아마도 하프 리치. 반은 살아 있고, 반은 죽어 있는 그 모습이 되신 것도 이 현자의 돌 덕분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나라고 해도 이 세계의 모든 시스템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아라한 컴퍼니는 대체 이걸 어떻게 만든 걸까?

“씁쓸하군.”

결과적으로 나는 아이템은 얻었다. 하지만 내 의도는 이 아이템을 얻는 것이 아니었단 말이야. 정말 쓰리다.

“음냐음냐… 안 돼… 가지 마.”

옆에 누워서 잠꼬대를 하는 레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이곳에서 내가 할 것은 없겠지. 이만큼 했으면 다 한 것이다. 남은 것은 이곳 사람들이 알아서 할 것이고, 베리얼도 그 사이에서 활기차게 살아가겠지.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누군가와 정을 주고받으면서 베리얼 녀석은 좀 더 성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는 분명히 필요가 없다.

툭-

녀석이 준 통신 목걸이를 풀어 침대에 올려놨다. 그리고 마법진을 근처에 그리고, 레나를 안아들고 그 안에 들어가 섰다.

“안녕, 베리얼. 다시 만나는 일은 아마도 없겠지.”

혹은 어떤 우연이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한다면 그것도 좋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부디 나를 잊기를 바랄게. 나 같은 놈에게 기대어봤자 좋을 일은 없으니까.

“공간 이동.”

번쩍! 하고 빛이 일었다.

나는 순식간에 스파인에 마련한 내 거처의 지하실에 도착해 있었다.

레나를 안고 지하실을 나서 내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모두들 자는 듯 조용하고 고요했다.

방에 들어간 후 레나를 눕히고, 나 역시 누웠다.

자고 나면 조금은 나아질까? 아니, 그럴 리가 없지. 벌써 일주일째 이런 더러운 기분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내일은 조금 나아지리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얇은 수면이 나를 반겼다.

째짹!

“음…….”

얼마나 잠들었지? 새가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벌써 아침인 듯하군.

눈을 뜨고 부스스 일어났다.

그런데 레나가 없었다.

이 녀석, 어디로 간 거야?

나는 완전히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끼익-

그리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복도를 걸었다. 내 방은 마지막 층인 4층에 있다.

아래에서 망치를 두드리는 소리와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흠… 망치라고? 대장간을 누가 쓰고 있는 건가?

“마스터, 안녕히 주무셨나요?”

“오랜만입니다, 헬라. 아침 식사 준비 중입니까?”

“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아직 준비가 덜 되었거든요.”

“제가 도와드리죠.”

“그러실 필요는…….”

그녀는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애매하게 웃고 있는 그녀를 보며 괜찮다고 말해주고서 같이 요리를 만들었다.

간간이 스킬을 사용해 요리를 완성시켰지만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그녀 역시 NPC 특유의 정신적 프로텍트가 걸려 있겠지.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스터.”

“이 정도 일이야 당연하니까요. 그나저나 레나는 뒤뜰에 있습니까?”

“예. 그리고 엘린 양이 새로 데려온 사람이 있어요. 하프 드워프 아이인데, 노예 사냥꾼에게 잡혀 노예 생활을 했다고…….”

“흠? 그 사람이 지금 대장간을 쓰고 있습니까?”

“예.”

“엘린 녀석, 자기 마음대로 결정해버렸군요. 상관은 없지만. 노예로서 구입한 것입니까?”

“아뇨. 노예 신분에서 바로 해방해주었어요. 다만, 지금은 여기에 살고 있지요. 마스터의 허락이 없어서 안 된다고 말렸는데…….”

“그 정도야 괜찮습니다. 엘린 나름대로의 일 처리겠죠. 제가 없는 동안에 무구를 만들고, 수선해야 할 사람도 있어야 하니까.”

나는 불안해하는 헬라를 안심시키고 나서 말했다.

“그럼 엘린 녀석이랑 하이네 양을 불러오십시오. 저는 뒤뜰에 가서 그녀들을 불러오겠습니다. 그리고 그 하프 드워프라는 사람도 데리고 오도록 하죠.”

“예, 마스터. 그리고 그 아이에게도 부디 마스터의 온정을…….”

그녀는 내 말에 빙긋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렇게 말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뒤뜰로 향했다.

뒤뜰에서는 레나와 베나가 칼을 부딪치고 있었다.

흠? 베나가 칼을 배웠어? 궁술과 연금술을 배우던 베나가?

“아, 라임! 일어났구나!”

“마, 마스터, 안녕히 주무셨어요.”

나는 둘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여 주고 바로 질문을 던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베나 양이 검술도 배웠어?”

움찔! 하고 베나가 몸을 움츠렸다. 그녀의 몸은 땀 때문인지 반짝이는 듯했다.

아직도 내성적이군.

“응. 헬라 언니에게 배웠다고 하더라구. 대련 좀 하고 있었어.”

“연금술과 궁술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 그쪽을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검술은… 만약을 위해서…….”

“흠… 그렇습니까. 열심히 수련하세요. 나중에는 직접 몬스터를 잡으러 가야 할지도 모르니까.”

“모… 몬스터를요?”

“예.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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