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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레나 때야 솔직히 말해서 내가 그리 강하지도 않았고, 기반이라는 것도 없어서 몸으로 부딪치며 가르쳐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충분히 준비하고서 데리고 갈 것이다. 공짜 밥을 먹일 수는 없지.
“그럼 식사하러 가시죠. 레나야, 먼저 가 있어. 나는 이 안쪽에 있다는 사람을 만나볼 테니까.”
“응? 아이린 말하는 거야?”
“아이린?”
“응. 새 식구라던데.”
“그래?”
여자 같은 이름이군.
“그럼 먼저 들어가 있을게.”
“그래.”
나는 레나와 베나가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대장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따앙! 따앙! 따앙!
머리에 쓰고 있는 서클릿을 매만지며 안쪽으로 들어서서 본 것은 웬 여자 아이가 망치를 두들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뭐야? 여자였어? 이름이 여자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런데 왜 이렇게 어려? 소녀잖아!
“흠…….”
망치 두드리는 솜씨를 보면 나쁘지 않군. 그리고 꽤나 예쁘게 생겼고 말이야. 몸은 하프 드워프라서 그런지 보통 여자 애들보다는 건장하고, 근육도 살짝 있는 편인 것을 보니 역시 대장장이라는 건가?
그나저나 사람이 아니고 엘프의 피가 섞였나? 상당히 예쁜데?
굳게 다문 입술은 연분홍빛을 띠고 있고, 눈동자는 진한 암청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눈매가 부드럽고 동그란 것이 상당히 귀여운 인상이었다.
외모만 보면 나이는 대충 열여덟 정도로 보이는데, 몸이 꽤 건장해서 좀 더 나이가 있어 보이기도 했다.
탕!
소녀는 망치를 내려놓고, 금속을 식혔다. 그러자 치이이익 소리가 나고, 그것을 꺼내보던 소녀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금속을 집은 집게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제야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는 화들짝 놀란 듯 일어섰다.
“누… 누구냐!”
집중력이 대단하군. 하기야 숙련된 장인에게 집중력은 필수지.
“이 집 주인이지. 못 들었나, 아이린?”
“에… 에엑? 다… 당신이 마스터 라임?”
“맞아. 내가 마스터 라임이지.”
반말에는 반말로. 그것이 내 철칙이지.
“미, 미안합니다, 마스터 라임. 신세를 지고 있는 아이린입니다.”
아이린은 꾸벅 고개를 숙이며 소년처럼 인사를 해왔다.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나보다 나이가 어린 듯한데… 말을 놓아도 되겠지?”
“예, 괜찮습니다.”
대답은 시원시원하군.
“아침을 먹을 시간이니 자세한 이야기는 아침을 먹고 하지.”
나는 짧게 말해주고는 대장간을 나섰다. 뒤에서 치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아이린을 내버려 두고 거실에 도착하자 다들 식탁에 앉아 있었다.
내가 등장하자 모두가 일어서려고 하는 것을 제지하며 나도 빈 의자 중 하나에 앉았다.
“모두 오랜만입니다. 건강하셨죠?”
“예. 마스터 덕분에 잘 지냈어요.”
하이네가 여전히 요염하게 빙긋 미소를 지었다.
하이네는 별로 변한 게 없군.
“마법은 어떻습니까?”
“지금 입문자의 마법 다섯 가지는 능숙하게 사용 가능한 상태예요.”
나는 하이네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서 이론드를 바라보았다.
“저, 저도 그래요.”
이론드 역시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른 게 없군. 베나와 이론드는 왜 저렇게 내성적인지 모르겠다니까.
“이야… 마스터 라임이 왔을 줄은 몰랐다니까요.”
그때, 뒤뜰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 아이린이 들어섰다. 훤칠한 키는 나보다도 컸다. 얼굴만 소녀지, 몸은 늘씬하면서도 근육이 조금 있는 것이 여전사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다.
아이린은 내 옆의 빈자리로 와서 앉았다.
“아까는 실례했습니다, 마스터 라임.”
“괜찮아. 그런 거야, 뭘.”
“이야… 이 집에서 남자는 본 적이 없어서 깜짝 놀랐지 뭐예요? 오늘 음식은 스튜네! 헬라 언니가 마스터가 왔다고 신경을 썼나 봐요?”
“얘는! 마스터가 계시는데…….”
“뭐, 어때요! 이런 거 가지고 뭐라고 하실 분은 아닌 듯한데. 맞죠?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가 어려 보이시는데…….”
“이래 봬도 서른이 넘었다.”
“헤엑!”
내 말에 모두가 놀랐다. 레나만 멀쩡한 얼굴이었다.
“저, 정말인가요, 마스터?”
아이린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동안이지.”
“휘유! 엘프의 피라도 이어진 거예요? 저처럼?”
“그럴지도 모르지. 고아라서 부모가 누군지 모르거든.”
나는 적당히 대답해주고 스튜 그릇을 끌어당겼다.
헬라가 끓였으니까 맛을 봐야겠지.
“흠… 이거 맛있는데. 수고하셨습니다, 헬라 양.”
“아뇨, 별말씀을…….”
나는 스튜를 먹은 후, 내가 만든 요리들을 집어먹었다. 고기볶음, 생선찜은 내가 만들었다.
모두 맛있게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사흘이 가겠지. 스승님의 일을 기억 속에 묻고, 내일을 위해서 나는 살아가야지.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기에서 이렇게 있다.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여기에 있을 겁니다. 무기나 방어구를 만드는 데에 주력할 거니까요.”
“저… 정말인가요?”
“예, 정말입니다.”
내 말에 이론드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잘되었군요. 마스터께서 계시지 않아서 모두들 적잖이 슬퍼하고 있었답니다.”
하이네 양의 말에 나는 헤? 하고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왜 슬퍼해?
“마스터께서 없으면 쓸쓸하거든요. 그리고 조금 불안하기도 하지요.”
“흠… 이거 제가 그렇게 의지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안심하세요. 이제는 꽤 오래 같이 있을 테니까요.”
내 말에 모두가 웃으며 좋아했다.
그렇게 떠들썩한 아침을 맞이하면서 나 역시 기분 좋게 식사를 끝마쳤다.
***
따앙! 따앙!
“그래. 그렇게.”
내가 무구를 만드는 방법은 스킬을 통해서이기에, NPC들는 만드는 방법이 판이하게 다르다. 그래서 나는 스승님에게 얻은 2개의 비법서 중 야장술의 비법서를 내주었다.
“잘하는군. 그렇게만 하도록.”
그리고 옆에서 아는 척 떠들어주었다. 물론 알아서 잘 배우겠지만.
집중하여 망치를 내려치는 아이린을 바라보다가 옆에 새로 마련한 모루와 화로로 갔다.
“시작해볼까.”
맨 처음 만든 것은 마력철이다. 한참을 두드려 대고, 용광로와 화로를 왔다 갔다 하면서 순도 높은 마력철을 만들었다.
마법과 연금술, 그리고 야장술을 이용해 만든 마력철은 상당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확실한 본질 확인!”
[고순도의 마력 강철
강도:99,999
무게:2kg
재질:강력한 마력을 불어 넣으며 제련한, 마력을 띠고 있는 강철이다.
기억:강력한 힘을 지닌 사령 마법사이자 뛰어난 연금술사이며 대단한 야장인 라임이 그의 능력을 총동원해 만들어낸 마력을 띤 강철이다.
능력:이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모든 사물은 마력 +10을 부여하며, 추가적 마법과 연금술을 통해 더 강력하고 특별한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