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03화 (20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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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의 라임과 저쪽의 라임

“좋아.”

나는 고순도의 마력 강철을 만들고 나서 합금을 시도했다. 미리 준비한 금속들을 용광로에 집어넣고서 스킬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것을 꺼내 무진장 두드려 댔다.

“완성이군! 확실한 본질 확인!”

[이름 없는 마력 합금

강도:999,999

무게:4kg

재질:강력한 마력을 불어넣으며 섞어서 제련한, 마력을 띠고 있는 합금이다.

기억:강력한 힘을 지닌 사령 마법사이자 뛰어난 연금술사이며 대단한 야장인 라임이 그의 능력을 총동원해 만들어낸 마력을 띤 합금이다.

능력:이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모든 사물은 마력 +20을 부여하며, 추가적 마법과 연금술을 통해 더 강력하고 특별한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

“음… 강도가 무려 열 배나 강력해지다니. 멋진데?”

이 세계의 무구는 방어력과 공격력을 따지지는 않지만 강도는 존재한다.

더 강한 무기가 강도가 약한 무기를 두드리면 약한 무기 쪽이 부서지거나 손상을 입는다고 할까. 뭐, 완전 현실이니까.

“이제부터 스승님의 연금술과 야장술을 전부 익힐 테다.”

비전서의 내용을 파고들기 위한 실험과 생산을 계속했다.

끊임없이 하다 보니 어느덧 창고에 가지각색의 마력철이 잔뜩 쌓였다.

쌓인 마력철을 가지고 계속 망치를 휘둘러 마법 무구를 잔뜩 만들었다.

일전에는 화염 시리즈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전격 시리즈를 만들었다.

뇌전의 대검, 뇌전의 부츠, 뇌전의 방패, 뇌전의 머시기.

“후!”

만들고 나니 좀 심심하군. 다른 세트도 만들어볼까?

“이얍!”

계속해서 바람의 세트를 만들었다. 바람의 벨트, 바람의 검, 바람의 머시기.

바람 세트는 하나하나가 전부 미약한 시간 가속 능력을 착용자에게 부여해주는 마법의 무구. 세트를 전부 차면 착용자는 상당히 강력한 시간 가속의 효과를 통해, 본래보다 적어도 60퍼센트 정도는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좋아!”

그런 식으로 내가 알고 있는 스킬들과 마법들을 조합해서 찍어낸 마력철만큼의 마법 무구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만들다 보니 세트로 무려 1백 개나 만들고야 말았다.

이야… 이거 엄청 많이 만들어버렸군.

“고렘이라도 만들까나.”

그러고 보니 아직 서클릿 오브 언 라이프를 통해서 스킬을 습득하지 못했지. 오늘은 이걸 뒤져서 고렘 제작을 생각해봐야겠어.

언데드도 강력하지만 고렘도 나름의 강력함이 있지. 일단 무기물이니까. 무기물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할까?

“끙차!”

나는 팔을 펴면서 일어섰다. 그런데 시선이 느껴져 옆을 보니 모두 모여서 나를 보고 있었다.

뭐야, 이 사람들?

“뭐 하는 거야?”

레나에게 물었다.

“너 하루 종일 망치만 두들겼다구. 그리고 이건 대체 다 뭐야?”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일을 하다 보니 시간 가는 것도 몰랐네. 이것들은 다 팔 거. 상당히 훌륭하다고. 지금 이 동네에 나만큼 만드는 사람 없을걸.”

“이 바보야! 이딴 걸 어떻게 팔아! 세상 사람들이 모두 키가 이 미터나 되는 거인인 줄 아냐!”

엘린이 얼굴을 붉히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다른 여인들이 ‘헉! 어쩜 그런 말을!’이라는 표정이 되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해주었다.

“이것들은 크기 조절 기능이 있어. 사용자의 크기에 맞추어 줄어들지. 하지만 줄어드는 것밖에 안 되고, 다시 커지는 건 불가능하거든. 그래서 일부러 크게 만든 거야. 사용자가 알아서 잘 조절해서 입어야지. 한 번 줄어들고 나면 더 이상 커지지 못하니까 입을 때 알아서 잘 조절해야 돼. 쉽지?”

“그런 기능을 붙였단 말이야?”

“사이즈가 맞아야 잘 팔 거 아니겠어?”

이미 그런 문제는 내가 다 생각해놨다, 이거지.

“그런데 식사는 했어?”

내 질문에 엘린이 볼을 부풀렸다. 그러자 레나가 킥!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 바보야! 너 기다린다고 아무도 안 먹었잖아!”

“어? 그래? 먼저 먹지 그랬어.”

“마스터께서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저희끼리만 먹을 수는 없어서요. 지금 식사를 준비할 테니 어서 가요.”

헬라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후, 우리는 늦은 저녁밥을 먹었다.

@이쪽의 라임과 저쪽의 라임

누구나 2개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더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차원 서기관 제가르고크-

“라임! 라임! 랑고트에서 사령 마법사가 나타났어!”

라이프 크라이의 시간으로 두 달. 그동안 나는 계속 대장간에 처박혀 있었다. 저번 전투 이후로 신전에도 가지 않았고, 서클릿 오브 언 라이프의 능력을 검색해보지도 않았다.

왠지 전투라든가 하는 것도 시들해서 대장간에만 처박혀 계속 망치를 두들겼다. 그래서 덕분에 야장술, 연금술, 마법 부여술의 능력이 크게 늘은 듯했다.

지금은 내가 알고 있는 2백여 가지 마법을 5가지나 조합해서 무구에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상태로, 이 도시 최고의 마법 무구 제작 장인으로 유명해졌다.

두 달 만에 벌어들인 돈만 해도 천문학적인 액수로, 무려 3만 골드가 넘는다. 재료비 빼고 순수한 이익금이 3만 골드.

지금 1골드에 2만 원인 상황에서 두 달 만에 3만 골드나 벌다니. 3만 골드면 6억이다. 두 달 사이에 6억을 벌었어!

그야말로 아스트랄한 수준의 돈을 벌어들였다. 움직이는 일인 기업도 아니고…….

하기야 요새는 개인 인터넷 상점 사업자들의 경우 정말 잘하면 몇백억도 쉽게 번다고는 하지만.

“랑고트에서 사령 마법사들이 공식적으로 등용되었대! 그래서 마탑도 세우고, 지부도 세우고 한다는데? 그것 때문에 난리가 났어.”

“그래? 무기가 더 잘 팔리겠군.”

요새 인기 있는 무기는 바람의 마법 무구 세트. 시간 가속의 마법이 걸린 것이라서 그런지 찾는 사람이 많았다.

더 잘 팔리려나?

“너는 걱정도 안 돼? 네 일이잖아.”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사령 마법사라고 해도 나하고 별 관계는 없어. 어련히 알아서 할까. 게다가 요새는 그쪽 마법은 사용도 하지 않았다고.”

나는 잡캐니까. 내가 여기에서 아예 눌러 살듯이 접속해 있으니까 잡캐라고는 해도 이런 성장이 가능한 것이지, 하루에 몇 시간씩 찔끔찔끔 했다면 이렇게 키울 수 있었겠어?

나는 덜그럭덜그럭하면서 가게의 물건을 정리했다. 엘린은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내저으며 장부를 턱 덮었다.

“하여튼… 그나저나 너 언제까지 처박혀서 무기만 만들 거야?”

“방어구도 만들잖아.”

“지금 말장난해?”

“글쎄… 지금은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서.”

저번 일로 의욕 상실이거든.

여기는 가상의 세계. 현실이 싫어 도피해왔건만, 여기 역시 현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지금도 충분히 돈은 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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