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04화 (20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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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의 라임과 저쪽의 라임

내가 만드는 마법 무구 외에도 아이린이 만드는 일반 무구도 잘나가고 있다. 내 가게는 이 도시를 대표하는 무구점이 된 지 오래다. 간간이 귀족들이나 고위 레벨 유저들의 의뢰도 들어오고는 한다.

대장간에 처박힌 지 벌써 두 달.

현실의 게시판을 보지 않아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르겠군. 다들 알아서 살겠지. 나도 알아서 살고 있으니까. 그나저나 엘린 말대로 잠깐 나갔다 오기는 해야겠군.

“너 완전 푹 삭혀 버린 시금치 같아.”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나 잠깐 마법사들의 상점에 다녀올게.”

“쳇!”

나는 엘린을 뒤로하고 가게를 나서서 천천히 걸음을 옮겨 신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신전에 도착한 후, 다른 모든 것은 보지도 않고 로그아웃을 했다.

푸쉭!

캡슐의 뚜껑이 열렸다. 찰랑이는 액체에서 빠져나와 몸의 물기를 닦고 옆을 바라보았다. 옆에 놓인 캡슐에는 레나가 누워 있었다.

레나는 아직 저쪽에 있겠지.

거실로 나가 컴퓨터를 작동시켰다. 그리고 인터넷에 접속해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골드를 사고파는 게시판으로 들어갔다. 그 후, 골드를 산다고 올린 몇몇의 글에 수락을 누르고 쪽지를 보냈다.

어디 보자. 현금은 지금 대략 5천만 원쯤 있군.

인터넷에서 캡슐에 집어넣을 생명 유지 캡슐용 음식과 이것저것을 사고, 인터넷의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별건 없군. 별로 달라진 일도 없고.

저쪽에서는 두 달이지만, 이곳에서는 10일도 안 지났다. 겨우 10일 사이에 별일은 없는 법이니까.

“그나저나…….”

‘리셉티클’의 보급률이 빠르게 늘고 있는 모양이군.

현실 시간으로 출시된 지 두 달도 안 되었는데, 벌써 세상이 난리가 난 듯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고 있고, 그로 인한 데모가 벌써 몇 번이나 일어났다고 한다.

아라한 컴퍼니는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

자아 카피가 가능하다는 것은 ‘라이프 크라이’의 세계로 인해서 증명되었다. 그리고 내 추론이지만 분명 NPC들의 저 말도 안 되는 고성능의 자아와 인격은 분명 사람들의 자아를 카피한 후,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수정을 하여 만들어낸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라이프 크라이’의 NPC들이 저렇게 사람처럼 행동하지는 못할 테니까.

하지만 대체 그걸 통해서 아라한 컴퍼니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뭐지?

그 녀석들의 행동은 모두 세계에 큰 변혁을 일으키는 일들뿐이다. 그리고 그것들 대부분이 큰 이익을 가져다주기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녀석들의 목적은 돈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돈을 벌고,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해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것 자체가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 휴먼도 마찬가지. 녀석들은 지금도 더 나은 디자인 휴먼을 개발하기 위해서 연구 중이다.

대체 왜? 무엇을 위해서?

“모르겠어.”

게다가 내 정체도 이미 어느 정도 알려졌을 터. 특히 아라한 컴퍼니에서는 내 존재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내 집으로 레나의 몸이 배달되어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그런데 녀석들은 왜 나에게 레나를 보냈지?

레나를 통해서 나를 감시하고 있나?

내가 모르는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런 능력을 가졌을 수도 있다.

지금에 와서 나를 잡아가려는 움직임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디자인 휴먼이 태어난 지 20년. 물론 비공식적으로 태어난 녀석들도 있겠지. 아리엔처럼 말이야. 그러니까 이제 와서 과거의 유물인 나를 찾을 이유 따위는 없다. 내가 조금 특별하다고 해도 상품성으로 봤을 때 별 의미는 없으니까.

“쯧! 상관은 없겠지.”

그 녀석들이 뭘 의도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나하고는 관계없지. 세상을 기계 제국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해서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내가 천재라고는 해도 할 수 없는 일은 명확하니까.

인터넷을 의미 없이 뒤적거리며 이런저런 정보를 마구잡이로 습득했다.

그중에는 현재 ‘라이프 크라이’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강한 10명으로 평가되는 유저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검왕 칼츠는 여기도 있군.”

그랜드 소드마스터 칼츠라는 거창한 별명이다.

역시 칼츠로군. 그런데 베헤만은 없는 것을 보니 10대 강자에는 끼지 못했나 보다.

10대 강자에는 과거에 몇 번이나 마주친 적이 있는 놈들이 전부다. 아마 11위에서 30위도 내가 알던 놈들일 테지. 다크 게이머라는 사회는 강자라는 놈들이 다 거기서 거기라서.

“언젠가는 보게 되겠지. 그나저나 칼츠 녀석 벌써 레벨이 105나 돼? 이야, 이 녀석 거의 폭렙이로군.”

나도 레벨이 그렇게 달리는 편은 아닌데, 이 녀석 무진장 강해졌구먼. 게다가 작위도 받아서 백작씩이나 되잖아? 영지의 운영으로 막대한 이리드를 벌어들이고 있는 거로군. 언젠가는 보게 되겠지.

“어차피 라이프 크라이의 세계도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으니까.”

나는 이런저런 정보를 보다가 다시 캡슐로 갔다.

푸슉!

그리고 캡슐에 몸을 누이려는데, 갑자기 레나가 있던 캡슐이 열리더니 그녀가 뛰쳐나왔다.

“라임!”

이 녀석은 또 왜 튀어나온 거야? 게다가 난 지금 캡슐에 들어가려고 알몸이란 말이다.

“와앗! 라임 변태! 뭐 하는 거야!”

“무슨 소리야! 네가 갑자기 일어난 거잖아! 지금 막 접속하려던 참이라고!”

“빠… 빨리 그 흉한 물건 치워!”

“흉하다니! 내 거기가 어디가 어때서! 이렇게 예쁜 거시기 봤냐!”

“꺄아아악!”

녀석이 비명을 내질렀다.

제길! 내 거시기는 디자인 휴먼표 성형을 통해서 예쁘단 말이다! 흠 잡을 데 없는 귀여운 내 거시기를 뭐가 흉측하다는 거야!

나는 투덜거리며 캡슐을 빠져나와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입었다.

저 녀석이 튀어나온 것을 보니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겠지.

쾅!

문 닫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저 녀석도 제 방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나는 옷을 대충 입고 거실로 나갔다.

저 녀석, 왜 밖으로 나온 거지?

그렇게 서성거리면서 기다리고 있자, 레나 녀석이 벌컥 문을 열고 나왔다.

“기다렸지!”

“뭐야, 그건?”

레나는 상당히 잘 꾸미고 나타났다. 화장은 안 했지만 머리는 포니테일로 묶었고, 바지는 타이트한 스키니 진을 입은 상태였다. 그리고 위에는 약간 헐렁한 듯한 셔츠를 입었는데, 뭔가 언밸런스한 것 같으면서도 매력이 만점.

저번에 옷 살 때 저런 옷도 샀었나?

“저번에 산 옷.”

“그런데 그건 왜 입어?”

“나가자고!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을 거야?”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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