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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
1억 1천 5백만 이리드를 보며 잠깐 생각하다가 일단 레벨을 90까지 올렸다.
그랬더니 역시 레벨 30마다 얻을 수 있는 특수 스킬의 화면이 나타났다. 예전과 다를 바 없는 그림이 있고, 추가된 그림도 몇 개가 있었다.
그것들을 천천히 바라보다가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다.
“죽음의 지배자. 이걸로 하지.”
안 그래도 지금 내 주 능력은 언데드의 지배력에서 기인하니까.
그림이 팟! 하고 사라지며 새로운 스킬이 생겨났다. 그것의 이름은 ‘사자군주(死者君主)의 사도’였다.
사자군주(死者君主)의 사도가 생기자 ‘사자군주(死者君主)의 지배’가 사라져 버렸다.
“죽음의 책!”
죽음의 책의 또 다른 능력은 내가 가진 스킬의 능력을 가르쳐 주는 것.
[사자군주(死者君主)의 사도
모든 언데드의 주인인 사자군주의 힘을 발휘한다. 반경 10킬로미터 내의 모든 언데드를 지배하며, 원한다면 반경 5킬로미터 내의 모든 죽은 자를 마나의 손실 없이 구울로 만들 수 있다.]
“허! 사기 스킬이네.”
이런 스킬을 잘도 주는구나. 게다가 이거 내가 가진 반지랑 중복되는 능력이잖아? 반지보다 더 좋지만.
-반지의 봉인이 하나 풀렸다.
그때, 섬뜩한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울렸다.
뭐야? 반지의 봉인이 풀렸어?
그 생각과 동시에 반지가 검붉은 빛을 내기 시작하더니 서클릿에서도 빛이 일어났다.
-서클릿의 봉인이 반지의 힘에 의해 하나 풀렸다.
하아? 이건 또 뭐야? 하고 있는 사이, 2개의 기물에서 일어나던 빛은 금세 사그라졌다.
이 사기 스킬을 얻은 것이 반지에 가해진 봉인을 푸는 방법 중 하나였나 보지?
“확실한 본질 확인!”
아이템을 확인하니 새로운 능력이 추가로 붙어 있었다.
‘죽은 자의 힘’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내가 거느린 언데드의 능력을 40퍼센트씩이나 강화시켜 주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쓸 만하군.
서클릿에서 새로 생긴 스킬은 ‘피로 이루어진 삶 없는 자의 창조’였다. ‘삶 없는 자의 창조’ 이건 고렘을 만들 수 있는 스킬인데, ‘피로 이루어진’이라는 게 붙은 걸 보니 그 혈기사와 같은 블러드 고렘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인 듯했다.
블러드 고렘이라.
그런데 이건 2개가 합쳐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다른 스킬 취급을 하나 보군.
“그나저나…….”
이 엄청난 양의 이리드를 어떻게 한다? 그냥 전부 레벨에다 집어넣을까? 그러면 레벨만으로는 내가 톱인데.
레벨 90이 되었음에도 이리드는 무려 7천만이나 남았다.
엄청난 양이로군. 그걸 어떻게 할까 하다가 레벨을 110으로 맞추었다.
그러자 이리드가 무려 5천만이 소모되어 2천만이 남았다.
무슨 레벨 20 올리는 데 5천만씩이나 드는 건지. 하지만 이걸로 칼츠 녀석보다는 내가 더 고렙이다. 크큭!
“남은 건 어쩔까나.”
생각을 해보다가 스킬을 올리기로 했다. 뭘 올릴까 고민을 거듭하다가 ‘명계(冥界)의 숨결’을 업그레이드시켰다.
팟! 하고 글자가 변하며 ‘명계(冥界)의 숨결’은 ‘명계(冥界)의 주재’로 바뀌었다.
어디 보자, 이 스킬 마법의 능력은 뭐냐. 오호! 나도 드디어 데스나이트를 만들 수 있는 건가?
‘죽음의 책’의 또 다른 능력. 그것은 내 스킬과 마법의 능력과 효과를 정확히 알려 준다.
‘죽음의 책’을 통해 스킬 마법의 능력을 확인하고, 남은 이리드를 보니 아직도 1천만이나 남아 있었다.
이제 상위 스킬이 되다 보니 한 번 업그레이드하는 데 1천만씩이나 들어가는군.
그럼 남은 걸로 뭘 할까나, 하고 생각하다가 서클릿 오브 언 라이프의 능력이 생각났다.
서클릿 오브 언 라이프는 다수의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 지식을 스킬화해서 습득할 수 있다지?
“죽음의 책.”
책을 보고 그 방법을 찾아냈다. 역시 매뉴얼이 있으면 편리하다니까. 다른 유저들은 나처럼 죽음의 책이 없으니 고생 좀 하고 있겠지.
“흐음.”
무려 150개나 되는 스킬 마법이 있었다. 그것도 전부 네크로맨서 계열의 마법이었다. 저렙 마법부터 고렙의 마법까지 다 있었다.
고렘의 제작, 키메라의 제작, 생명력을 뽑아내 포션을 만드는 법, 영혼을 붙잡아 사용하는 법, 네크로맨서로서의 도구 제작, 소환 마법 등등 엄청난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허!”
모든 네크로맨시의 정수가 이 서클릿 안에 있구나. 스승님이 이를 통해서 그렇게까지 강해지신 건가?
내가 이걸 가진 순간 나 역시 이제 진정한 먼치킨이라고 할 수 있다.
“습득.”
내 말에 파앗! 하고 서클릿이 빛을 발했다. 그리고 눈앞에서 스킬의 목록이 갱신되기 시작했다.
아라한 신전의 거대한 수조의 수면 위에 내 스킬들이 새로 추가되어 갔다.
150여 개의 스킬 중 100여 개를 추가로 얻었다. 나머지 50여 개는 아직 내 마력과 레벨로는 익힐 수 없었다.
“좋아.”
‘삶 없는 자의 창조’라는 스킬은 서클릿의 아이템 스킬이지만, 동시에 네크로맨서의 마법이기도 하다.
나는 서클릿의 지식을 통해 그것을 스킬로 받아들이고서 입을 열었다.
“삶 없는 자의 창조의 등급을 올린다.”
남은 이리드 전부를 ‘삶 없는 자의 창조’에 쏟아 부었다.
“결합.”
아라한 신전에서는 같은 계열의 스킬은 합할 수 있지. 내가 과거에 연금술과 야장술 등을 합쳐서 사용했던 것처럼.
파앗!
곧 글자가 변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 의도대로 되었다.
“생명 없는 신기(神機)의 창조.”
좋아! 이로써 나는 에고를 지닌 에고 아이템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의외의 수확이군.”
오늘은 꽤 쓸 만한 것을 얻은 날이야.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나는 아라한의 사제에게 인사를 건네고 신전을 나섰다.
새로운 스킬들을 얻어서 기분이 좋다. 스승님이 돌아가신 그날로부터 벌써 몇 달이 지났기 때문일까?
지금은 예전처럼 의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달간 무구만 죽도록 만들어서 마음이 가라앉은 것일 테지.
내가 디자인 휴먼이라고 하여도 결국 그런 것이다. 어차피 인간이니까.
***
“라임! 라임! 어디 갔다가 지금에서야 기어오는 거야!”
가게로 돌아가니 엘린이 소리를 바락바락 질렀다.
아니, 얘가 왜 이래?
“뭔 일이라도 있냐?”
“지금 그걸 말이라고……!”
막 화를 내려는 엘린을 제지하고 앞으로 나서는 자가 있었다. 정장을 차려입고,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였다.
“헤이론 공작 가문의 제삼 집사장 홈리스라고 합니다. 공작님의 명으로 그대를 데려가기 위해서 왔습니다.”
중년 사내의 말에 나는 살짝 놀랐다.
헤이론 공작 가문이라면 지금 내가 보금자리를 튼 이 땅의 지배자를 말하는 거 아니야?
위의 나라인 렐릭과 산을 국경 삼는 이 변경 지대는 스파인의 대귀족 헤이론 공작령에 속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