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07화 (207/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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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

모든 대귀족이 그러하듯이 그들 영역의 대다수는 그를 따르는 하위 귀족들에 의해서 통치되는데, 이 동네의 영주는 멀록 남작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멀록 남작의 상사라고도 할 수 있는 헤이론 공작 가문의 집사장이 나를 찾아온 거지?

“무슨 일이십니까?”

“그대의 실력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의뢰를 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리고 아시겠지만 거절은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흠…….”

헤이론 공작의 의뢰라. 내 장인으로서의 실력을 듣고서 나를 초빙한다? 확실히 이 동네에서 내가 가장 능력 있는 대장장이이기는 하지.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왕국 전체, 혹은 대륙 전체로 보면 그렇게 높은 실력은 아닌데 왜 나를 부르는 걸까?

내가 마법 무구의 제작에 특화되어 있는 녀석이라고는 해도 겨우 이 정도로는 왕국의 10대 대장장이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좋습니다. 그럼 잠시 기다려 주시죠. 챙길 게 있으니까. 노파심에 묻는 것이지만 의뢰는 무구를 제작하는 것이 맞습니까?”

“맞습니다. 다만, 조금 특별한 무구를 원하고 계십니다.”

“특별한 무구요?”

“그건 도착한 후에 자세히 말씀드리죠. 여기에서는 말씀드릴 내용이 아닙니다.”

“흠… 하지만 제대로 듣지 않으면 시간이 걸립니다. 왜냐하면 여기에 제 도구가 있으니 필요한 걸 가지고 가야 할 것 아닙니까?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갔다가 이야기를 듣고 추가로 필요한 것을 가지러 오게 되면 시간 낭비겠죠.”

내 말에 3집사장이라고 밝힌 그는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그런데 왜 이름이 홈리스야? 뭔가 웃기는 이름이잖아.

“알겠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쳇! 나는 따돌리는 거야?”

“어이, 네가 관여할 일은 아니잖아.”

“잘해보라구!”

나는 투덜거리는 엘린을 뒤로하고 가게를 나와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내 방으로 들어간 후 문을 닫았다.

“그럼 말씀해주시죠.”

“수련용 마법 무구를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수련용?”

“본가의 삼 공자께서 사용하실 것입니다만… 그분께서는 몸이 그리 좋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재능도 뛰어나지 않으시지요. 그분에게 수련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또한 약한 몸을 보호하면서도 최대한의 수련 효과를 이끌 만한 수련용 마법 무구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물론 수련과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서는 본가의 다른 마법사와 기사들과 같이 의논하게 될 겁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상당히 까다로운 마법 무구의 제작을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군요. 그런데 왜 저를 청하셨습니까?”

“당신이 가장 적임자였습니다.”

그 말에는 많은 의미가 들어가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계약금은 어떻게 하고, 성공 보수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공작님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흠… 좋습니다. 그럼 조금 기다려 주시죠.”

그 후, 나는 대장간으로 가서 마력 합금과 기타 등등의 재료를 챙겨서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이린은 내가 왔다 갔다 하는 동안에도 무서운 집중력으로 망치를 두드렸다.

과연 드워프의 피를 이었다는 거로군.

“어레? 라임, 어디 가?”

“의뢰를 받아서 물건을 만들러 가. 집에 있는 동안 헬라 양과 베나 양을 잘 가르쳐 놔. 다녀와서는 다시 사냥을 갈 거니까.”

“정말이야?”

“그래. 사고 치지 말고 있으라고.”

“내가 무슨 사고뭉치인감? 다녀오기나 하시지.”

레나의 투덜거림을 뒤로하고 나는 집사와 함께 집을 떠났다.

집사는 다섯의 기사와 함께 왔었는데, 그들이 나와 집사를 호위했다.

우리는 마법사들의 가게가 늘어선 거리로 갔고, 그중 한 곳을 통해 공간 이동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마법사로서의 능력은 어떻게 되십니까?”

“글쎄요… 그리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내 능력으로 모습을 바꾼 서클릿을 살짝 매만졌다.

일전의 전투로 얻은 능력만 해도 상당해서 이제는 마법사로서도 상당히 강력하다고 할 수 있지.

“음… 아무쪼록 신경 써주시기 바랍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집사와 다섯의 기사, 그리고 나는 마차를 타고 헤이론 공작의 성에 도착했다.

곧 거대한 성문이 열리고, 공작의 저택에 들어서자 하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는 집사와 함께 바로 공작의 집무실로 안내되었다.

“공작 전하, 그 장인을 데려왔습니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매의 눈처럼 매서운 눈을 한 중년인이 사무용 책상에 앉은 채 나를 바라보았다.

오호! 꽤 강렬한 눈빛인데.

“마법사이자 대장장이인 라임입니다.”

짧은 내 소개에 공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집사에게 손짓했다.

“나가보게.”

“그럼…….”

3집사장은 그렇게 물러나고, 문이 닫혔다. 방 안에는 나와 공작뿐이었다.

내가 암살자면 어떻게 하려고 이러시나.

하기야 ‘라이프 크라이’의 귀족들은 전부 강자. 특히 공작쯤 되면 마스터급 캐릭터라고 하니까.

헤이론 공작은… 어디 보자. 그러고 보니까 창의 대가였지?

스피어 마스터 헤이론 공작! 스파인에서 플레이하는 유저들 중에서 그 사실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이야기는 들었나?”

“예. 삼 공자님의 수련 무구를 제작하려고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제대로 들었군. 내 셋째 아들은… 몸이 약하네. 그리고 약한 만큼 자질도 떨어지는 편이지. 그걸 고쳐 주고 싶네. 연금술사와도 논의해봤지만 보통의 방법으로는 되지 않는다고 하더군. 그래서 적어도 원기의 손상 없이 건강해지게 할 방도라도 찾고자 자네를 불렀네. 자네뿐만이 아니지. 나를 따르는 연금술사, 신관, 마법사, 기사들도 이미 준비되어 있네. 그들과 함께 그 아이를 위한 마법 무구를 제작하면 될 것일세.”

“그럼 삼 공자님을 뵈었으면 합니다만. 이래 봬도 마법사로서도 상당히 많은 지식을 쌓고 있습니다.”

“흠… 좋네. 선수금은 삼만 골드일세. 그리고 잘된다면 추가로 삼만 골드를 더 주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공작과의 짧은 대담은 끝이 났다. 그리고 바로 3공자라는 소년의 방으로 안내되었다.

덜컹!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웬 새하얀 미소년이 앉은 채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머리카락이 길어서 뒤로 넘겨 간편하게 묶고 있는 그 미소년의 나이는 아무리 봐줘도 열일곱은 안 될 것 같았다.

열여섯?

뽀얀 피부에 근육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몸. 마치 여자 아이 같은 몸을 한 병약한 미소년이 하녀의 시중을 받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요?”

“손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공자님의 수련 도구를 만들어주실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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