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08화 (208/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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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안녕하십니까, 공자님. 라임이라고 합니다.”

이 의뢰는 아무래도 게임상의 퀘스트와 같다고 봐야겠지. 하지만 조금 복잡한걸. 이렇게까지 병약하다니.

남들 몰래 내가 가진 스킬 마법 중 하나이며, 사령 마법 중 하나인 ‘생명체 본질 확인’을 사용했다. 그러자 파팟! 하고 죽음의 책에 소년에 대한 정보가 나타났다.

이 죽음의 책은 나 외에는 보이지 않으니까, 뭐.

흠… 이거 좀 심각한데. 엄청나게 병약하잖아!

전체적으로 육체의 생명 레벨 자체가 보통의 사람보다 모자랐다. 소화 능력, 심폐 능력, 심장의 능력 등이 떨어지고, 덕분에 뼈대와 근육도 발달하지 못했다.

이걸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수련 도구? 힘들겠는데.

적당히 만들어보고 그냥 때려치울 수밖에 없나?

아니, 아니, 발상을 전환해보자.

지금 이 소년의 상태는 그야말로 최악. 뭘 하려고 해도 몸이 너무 약한 상태다. 그렇다면…….

“저어…….”

“아아, 죄송합니다. 공자님께 어울리는 무구를 만들려고 잠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마음도 심약한 편이군.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역시 고전 방법대로 가볼까나?

“아, 잘 부탁드립니다.”

소년은 나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귀족의 자식답지 않게 예의가 바른데? 뭐, 상관없겠지만.

나는 소년과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방을 나왔다. 그리고 다시 안내된 곳은 마법사와 연금술사, 기사와 신관이 있다는 방이었다.

이미 기다리고 있었던 듯 4명은 내가 들어서자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편안해 보이는 소파에 앉아서 나를 기다린 4인. 그들은 각기 신관, 마법사, 연금술사, 기사다운 복장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마지막 사람이 도착했군.”

“당신이 그 유명하다는 장인인가?”

마법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사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기사는 꽤 탄탄한 근육을 가진 중년의 사내로, 다부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어린 게 나로군. 연금술사는 상당히 나이가 많은 노인이고, 신관은 조금 젊기는 하지만 서른 중후반이었다. 그리고 마법사는 기사와 같은 중년의 나이.

“젊은이가 꽤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나 보군. 잘해봅세.”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이런 질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어떤 식으로 마법 무구를 만들지에 대해서 논의된 것이 있습니까?”

“우선은 공작 전하의 의향을 따라서 창으로 제작할 생각이네. 거기에 갖가지 마법을 걸고, 수련 시 복용할 연금술을 이용한 비약을 조제할 생각이지.”

마법사가 나에게 설명해주었다.

“그보다 우선 소개부터 하지. 나는 마법 부분을 책임지기로 한 메자이라네.”

마법사의 이름은 메자이. 좋아.

“나는 수련을 담당할 랜서드이지.”

기사는 랜서드. 오케이.

“제락투라스.”

“저는 일킨제파스 님의 종 하이라스입니다.”

연금술사는 제락투라스. 신관은 하이라스라 이거지.

그런데 일킨제파스라면 그 초목의 신으로 알려진 신이로군? 대지의 신 가이아의 하위 신인 바로 그 신.

“저는 마법사이자 대장장이인 라임입니다.”

내 말에 모두의 얼굴에 호기심이 어렸다.

“자네가 마법 무구를 만든다는 것 정도는 이미 들어 알고 있네. 그런데 마법사의 조력이 아닌 자네 스스로의 마법을 통해서 만들어온 겐가?”

“그렇습니다.”

메자이의 물음에 짧게 대답해주자 그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마법 무구의 제작을 위해서 마법과 야장술을 동시에 수련하는 일파는 사라진 지가 오래이거늘… 놀랍군.”

“제가 마법 무구를 제작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대충 이 정도의 물건을 만들고 있습니다.”

두 달 동안 무수히 많은 무구를 만들면서 계속 실험을 했고, 그를 통해서 시험용으로 만든 최강의 무구를 꺼냈다. 이른바 ‘폭염의 칼날’이라고 이름 붙인 검이었다.

“강력한 마력이군! 이건… 마력을 띤 금속이야!”

연금술사 제락투라스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호오! 물건 볼 줄 아는 사람이로군.

“마력을 띤 금속이라면 미스릴 같은?”

“아니, 아니야. 이건 연금술과 마법을 이용해 마력을 부여한 거야. 거기다 이건… 합금이군!”

정말 뛰어난 연금술사인데? 나의 마력 합금을 알아보다니.

“너… 애송이가 아니로군?”

“이래 봬도 실력은 꽤 된다고 자부합니다. 게다가 그 검에 서린 마법도 특제이죠.”

내 말에 메자이가 웅얼웅얼 뭐라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팟! 하고 빛이 나고 검신에 불길이 이글거렸다.

호오! 내가 부여한 마법을 끄집어낸 건가?

“이건 꽤 강력한 화염계의 마법이군! 게다가 마나 블레이드와 결합할 수 있도록 해놨어. 보통의 실력이 아니야.”

“마나 블레이드와 결합이 된단 말이오?”

“그렇소, 랜서드 경. 마나를 다루는 무인들이 마나 블레이드를 이 검을 통해 만들어낸다면 그 마나 블레이드는 고열의 화염을 품게 될 거요. 그리고 그건 매우 강력한 위력을 가지겠지.”

“호오! 대단하구려.”

그제야 3명의 눈빛이 달라졌다.

역시 이 세상은 능력 있고 볼 일이야.

“그럼 의견을 나누어봅시다.”

나를 포함하여 5명은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수련

세상에는 언제나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현자 모르오-

“좋습니다.”

아이템은 우선 기사 랜서드와 마법사 메자이의 의견에 따라서 만들어졌다.

그것은 말 그대로 창으로, 근력 증가와 생체의 흐름을 활성화하는 능력을 부여했다.

연금술사 제락투라스는 수련 중, 수련 후에 먹을 비약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실패했다고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3공자 리젠 아워드 헤이론이 창술에 대해서 전혀 의욕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연약한 소년에게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오기는 있었지만, 창술 그 자체에 대한 즐거움은 없었다. 그리고 고된 수행에 대한 즐거움도 없었다.

결국 아버지에게 칭찬받기를 원하는 어린아이의 마음만이 그 고된 수행을 지탱할 근간이었고, 묵묵히 몸의 한계까지 수행을 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게다가 아무리 근력 증가와 생체의 흐름을 활성화시키는 능력을 부여하고, 비약을 통해 원기를 북돋아준다고는 해도 너무나도 약한 몸을 지닌 리젠 3공자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허억… 허억……!”

나는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얼굴로 쓰러져 숨을 내쉬는 소년 리젠을 보며, 다른 이들과 다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멍청한 짓을 하는군. 그런다고 건강해지고, 뛰어난 무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지.

“오늘의 수련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랜서드는 돌아섰다. 연금술사와 마법사 역시 사라졌고, 신관만이 남아 리젠에게 신성 마법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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