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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크라이-209화 (209/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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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쯧쯧! 이래서야 될 일도 안 되겠군. 애초에 약해빠진 몸을 약간의 단련과 창술의 수련으로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글러먹은 것이다.

“그럼 몸조심하십시오.”

신관마저 사라지고 나서 시종들에게 부축을 받아 방으로 들어가는 리젠을 끝까지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안 되겠군.”

“뭐가 안 된다는 거지?”

갑작스럽게 들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의외의 인물이 서 있었다.

“헤이론 공작님, 계셨습니까?”

“내 아들의 일이지. 아비 된 자로서 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군요.”

무뚝뚝한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은 듯했지만, 그의 행동이 부정(父情)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 사람도 보통의 사람은 아니군. 자식을 강하게 하고자 자식 앞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건가.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은 마스터급의 캐릭터였지.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방식이 틀렸습니다.”

“방식이?”

“몸이 약한 것을 우선 해결하고 나서 창술을 수련시켜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 마법의 창 따위는 만들어봤자 의미가 없는 겁니다.”

내 단호한 말에 공작의 무표정한 얼굴이 나를 향해 돌려졌다. 그러자 알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마스터급의 인물은 달리 말하자면 마력 수치 200을 돌파한 나의 스승님과 같은 급의 인물이라는 이야기다.

과연 대단한 힘이군. 이것이 일인무적의 힘을 가진 자의 기도인가?

“자네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는가?”

“글쎄요… 연구를 조금 해봐야겠습니다만… 대략적인 윤곽은 잡았습니다. 우선은 먹는 것, 그리고 수련 법, 그에 따른 비약과 마법 무구를 만들어야겠지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거대한 하나의 수련으로 봐야 합니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죠. 삶은 영원한 고행의 길이라고 말입니다.”

내 말에 공작은 나를 고요히 주시했다.

“삶은 영원한 고행의 길… 그렇군. 생활 그 자체를 수행으로 삼으라는 말인가.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글쎄요… 그 부분을 지금 생각 중입니다. 다만, 공작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죠. 아시다시피 저는 장인이지만… 마법사이니까요.”

내 대답에 공작은 나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자네에게 맡기겠네. 하지만 궁금하군. 자네는 누구인가?”

“글쎄요… 그저 조금 유별난 마법사라고 알아두시면 됩니다. 마법사씩이나 되어서 장인의 길을 걷고 있는 것만 해도 유별나지 않습니까?”

나는 빙긋 미소를 짓고는 자리를 떠났다. 의뢰주의 허락은 받았으니 일을 진행하면 될 일이다.

“아아…….”

여기는 확실히 가상의 세계이다. 그렇기에 또 하나의 ‘세계’인 것도 사실이겠지.

“현실의 거울이라고 할까.”

거울에 비친 세계의 모습은 그 상은 다르다 하나, 결국 현실과 같구나. 사람은 결국 또 다른 현실을 위해서 계속해서 달려 나갈 뿐인가?

나는 잡생각을 떨치고 공작가에 마련된 대장간으로 갔다. 그리고 마력 합금을 꺼내어 내가 생각해낸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실험을 계속했다.

땅! 땅! 땅! 땅! 땅!

만들고, 부순다. 만들고, 부순다.

그런 작업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나니 무려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좋아.”

만들어낸 것을 보고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도구는 갖추어졌군.

이제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확실한 수련 효과를 위한 계획서다.

쯧! 나노머신이나 유전자 조작 기술 같은 게 있다면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데. 안타깝군.

일단은 이 정도면 되겠지.

“생명 흡수 반지… 드디어 만들었다.”

그것도 고효율의 마법이 걸린 반지이지. 데미지도, 체력도, 마력조차도 전부 회복시켜 주는 반지이다.

이것으로 저하된 체력과 상처 입은 육체를 손쉽게 회복시킬 수 있다.

여기다 충분한 영양분이 중요하겠지. 이건 연금술로 어느 정도는 충당할 수 있겠어.

“이렇게 하면.”

계획서 역시 훌륭하게 작성되었다. 약간 어설프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효과를 볼 수 있겠지.

그렇게 모든 것을 준비하니 벌써 2주나 흘러가 있었다.

“그럼 슬슬 움직여 볼까.”

마법사와 신관, 연금술사와 기사는 여전히 소년을 둘러싸고 이것저것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글러먹었어. 관점이 잘못되었다구. 강해지는 것에 집착해서 저렇게 무턱대고 수련만 해서야 몸이 좋아질 리가 없는 것을.

“오랜만에 보는군. 아직 떠나지 않았는가?”

“그간 준비할 게 있어서요.”

마법사 메자이의 말에 대충 대답해주고서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 전과 나아진 것이 별로 없어 보였다. 정확한 수준은 마법으로 확인해봐야겠지만.

“오늘도 글렀군.”

“메이지 메자이! 그런 말은 실례요!”

랜서드의 강한 말에 메자이는 혀를 차고는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예전처럼 그들은 소년 리젠에게 각자의 일을 하고 사라졌다.

쯧쯧! 어리석은 놈들이로다.

“어이, 괴롭냐?”

신관의 신성 마법으로 기운을 차린 리젠이 시종의 부축을 받아서 일어서다가 흐릿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당신은…….”

“일전에 봤던 대장장이지. 아, 말 놓을게. 이래 봬도 너보다는 어른이니까.”

내 말에 그 녀석이 흐릿하게 웃었다. 자조하는 듯한 미소였다.

“괜찮겠죠. 어차피 시종들에게도 무시 받는 처지이니…….”

“딱히 너를 무시하려고 반말을 하는 건 아니다. 네 녀석 하는 꼴을 보니 너무 어린애 같아서 말이야.”

“저는 어린애가 아니에요.”

나를 노려보며 반박하는 꼴이 귀여웠다.

그러고 보면 이 녀석, 그 차가운 공작의 아들답지 않게 귀엽게 생기기는 했군.

“글쎄… 네가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너 하는 꼴을 보면 어린아이가 맞아.”

“어디가 어린아이라는 거죠?”

“어디가? 모르겠어? 생각 안 하는 점이 네가 어린애라는 거다.”

“무슨 그런!”

화를 내려는 녀석에게 나는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럼 네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냐? 너는 그냥 남들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을 뿐이잖아.”

“무슨 소리입니까!”

억지로 어른스러운 척하려고 하는 것은 어린애들의 특징이지.

“너 말이야, 태도가 눈에 훤히 드러나. 하기 싫어 죽겠는데 억지로라도 하는 티가 팍팍 나거든. 내가 생각해봤는데, 그런 경우는 대부분이 칭찬을 바라고 하는 일이지. 너 아버지의 칭찬을 받고 싶어서 억지로라도 하는 거 아냐? 그래서는 안 되지. 문제의 해결법이 달라.”

내 말에 녀석은 나를 노려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저런 얼굴은 자기 아버지를 꼭 닮았군. 확실히 공작의 자식이기는 한가 보네.

“모르겠냐?”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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