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10화 (210/347)

────────────────────────────────────

────────────────────────────────────

수련

모르나 보군. 역시 애야. 애가 애인 이유는 경험이 적어서지. 경험이 적어서 여러 가지 경우를 뇌에서 시뮬레이트할 수 없다는 게 문제랄까.

“내가 가르쳐 주지. 네 녀석의 문제의 해법은 두 가지다. 그냥 약한 채로 살 방법을 찾든가, 건강하게 될 방법을 찾든가.”

“그걸 누가 모른데!”

“어허! 이제는 반말이군. 여하튼 말이야, 들어봐. 그 사실을 알면 말이야, 그걸 또 세부적으로 생각해야지. 약한 채로 살 거면 뭐 하면서 살 건지 생각해보든가, 건강하게 될 거면 건강하게 될 방법을 찾든가 해야 하는 거야.”

“그게 뭔지 당신은 알아?”

“알지. 나는 어른이거든.”

내 말에 녀석의 눈이 살벌해졌다.

쯧쯧! 이거 안 되겠군.

“어이, 건강하다는 기준이 어떤 것 같냐? 그리고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냐?”

전혀 모르는군.

“거봐, 전혀 모르잖아. 생각도 안 해봤지? 그러니까 애다. 너는 애야. 안 그래, 꼬마?”

“자기도 꼬마인 주제에!”

“하하하! 나는 몸은 꼬마지만 정신은 어른이라고. 내 나이가 몇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래 봬도 서른 넘게 나이를 먹었단다.”

내 말에 녀석의 얼굴이 헉 하고 변해버렸다.

“뭐, 좋아. 그러든가 말든가, 어린아이인 너를 위해서 내가 가르쳐 주지. 일단 건강하게 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거다.”

결국 나 혼자 해버리는 게 되겠지만 의뢰를 착실하게 처리해주지. 그러려면 레나도 불러야겠는데?

***

“자네 혼자?”

“예, 저 혼자입니다.”

“하지만 자네 혼자서 가능하겠는가?”

“가능하죠. 저는 천재가 아니거든요.”

내 말에 공작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그 짧지만 강렬한 눈빛에 대답을 내놓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관점의 차이죠. 누군가에게 쉬운 일이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일인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관점?”

“예, 관점. 지금까지 그래서 실패한 겁니다. 관점이 다른 거죠. 솔직히 말씀드려서 랜서드 경은 우수한 스승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건강한 사람에 한한 겁니다. 삼 공자께는 그리 우수한 스승은 아니죠.”

“자네는 우수한 스승인가?”

“예.”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 아이를 제 발로 걷게 할 수 있는 건가?”

“가능합니다. 다만,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요.”

“좋아. 자네에게 전권을 맡기겠네. 하지만…….”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저 외의 대안도 없지 않습니까?”

나는 웃으며 공작의 집무실을 나섰다.

자, 이제 어떻게 한다? 레나는 슬슬 도착했으려나?

그래도 레나는 생명 소실의 병을 제외하면 건강해서 가르치기는 쉬웠었지.

“라임 님, 레나 양이 도착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레나를 부른 이유는 이 반지를 주기 위해서다. 그녀에게 아직 생명 흡수의 반지를 만들어주지 않았으니까. 슬슬 레나에게 생명력을 전해주지 않으면 위험하거든.

“레나, 거기 너 뭐 하는 거야!”

레나가 도착했다기에 나에게 배정된 방에 돌아가 보니 그녀가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고 있었다.

“응? 왔어?”

“어이, 왜 짐을 풀어서 정리 중인 거야?”

“라임 여기에 꽤 오래 있을 거라며? 나도 여기 있으려고.”

“그러냐? 하긴 뭐, 상관은 없지만. 가게 쪽은 어때?”

“잘되고 있어. 아이린이 아주 의욕 만만이야. 여러 가지를 많이 만들더라구. 특히 연사 석궁을 만든다고 열심히 하던데.”

“연사 석궁이라.”

내가 사용하는 슬레이터랑 같은 종류 말이로군. 요새 와서는 이 슬레이터는 잘 안 쓰게 되어버렸지만.

“확실히 아이린의 손재주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나야 스킬로 물건을 만드는 거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데 한 가지 웃기는 게, 내가 스킬로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을 NPC들은 제대로 작업해서 만드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내가 옆에서 물건을 잔뜩 만들면 아이린이 오옷! 하고 감탄사를 내뱉으며 눈에 불길이 일기도 했고 말이야.

“좋아. 그럼 온 김에 여기 앉아봐. 앞으로는 같이 있도록 하자구.”

나는 침대에 앉아서 옆을 탁탁 두드렸다. 그리고 포션 병을 꺼내는 사이 레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옆에 와서 앉았다.

“뭐 해?”

“네가 벗겨 줘.”

“으응?”

“네가 해줘.”

레나의 생뚱맞은 소리에 당황스러웠다.

아니, 이 녀석이……. 에휴! 뭐, 좋아.

레나의 윗옷에 손을 대었다. 사락! 하고 윗도리를 들어서 레나의 등이 드러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매끈한 피부의 등을 보며 나직하게 스킬을 사용했다.

위잉!

포션 병에서 뽑아낸 생명력이 손에 맺히고, 그 손을 레나의 등에 가져다 댔다.

레나의 체온이 손에 전해져 왔다.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도 등에 가져다 댄 손을 통해 느껴졌다. 또한 생명력이 천천히 스며들어가 안쪽에서 퍼져 가는 것도 느껴졌다.

“아…….”

흠… 레나 말로는 생명력이 퍼져 나가는 감각이 매우 기이하다고 했다. 내가 스스로 할 적에는 그냥 청량감? 그런 것밖에 느끼지 못했는데.

“됐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봐.”

레나의 옷을 내려 주고서 말하자 그녀가 왜? 라는 눈빛을 보였다. 나는 그런 그녀의 왼손을 잡아채서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오른손의 손가락에는 반지만 3개이니까 이건 왼손에 끼워줘야지.

“이 반지는 뭐야?”

“생명 흡수를 사용할 수 있는 반지야. 드디어 만들었지. 내가 없어도 이거면 될 거야.”

내 말에 레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는 왠지 모르게 억지 미소를 짓는 듯한 얼굴이 되었다.

“왜 그런 얼굴이야?”

“으응… 아니야. 그냥… 좀…….”

“왜? 내가 직접 해주는 게 아니면 싫어?”

화악! 이라는 소리가 귀에 들릴 듯이 레나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하하하! 정말 귀엽잖아.

“이 바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하하! 정말이구나? 요 귀여운 녀석.”

레나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껴안아버리고 말았다.

아아, 이 녀석은 왜 이렇게 귀여운 건지.

“그래도 유사시를 대비해서 가지고 있어. 하지만 평소에는 내가 해줄게. 그러면 됐지?”

“너…….”

“하하! 무리할 필요 없어. 언제나 같이 있을 거잖아.”

그렇게 레나를 품 안에 안고 살짝 기분을 내보았다.

똑똑!

“에이 씨!”

막 분위기 잡고 있는데 누구야? 라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레나는 화들짝! 놀라더니 일어나서 옆으로 가버렸다.

쳇! 누구야?

“리젠 공자님이 오셨습니다.”

문이 열리고, 제3집사장과 리젠 녀석이 들어섰다.

“뭐야? 왜 왔냐, 꼬마?”

“아버지께 들었습니다. 당신이 제 전임 스승이 된다고 말이죠.”

“그래? 그거 따지러 온 거냐?”

저 녀석이 나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다니… 좀 빡세게 가르쳐야겠군.

“이쪽은 나의 연인인 레나다.”

“여… 연인이라니! 이 바보야! 무슨 소리야!”

레나가 얼굴이 빨개진 채로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이런, 이런. 쑥스러워하는 레나도 귀엽구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