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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응? 아니라는 거야? 그럼 슬픈데…….”
“그, 그게 아니라… 이 바보가 지금 이런 데서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아, 그리고 너에게 각종 무술을 가르칠 스승이기도 하지. 공경하도록.”
내 말에 리젠은 멍한 얼굴이 되었다가 붉어진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소리십니까!”
“무슨 소리기는. 네 녀석의 수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거야. 그러니 각오하도록 해. 아, 물론 그렇게 괴롭지는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우선 이걸 차라.”
나는 각각 2개의 팔찌와 발찌를 건네주었다. ‘드라곤 볼’이라는 만화에도 나오고, ‘비뢰X’라는 무협 소설에도 나오는 무게 증가 팔찌였다.
물론 저것은 특별품으로, 맨 처음에는 몸의 무게의 약 5퍼센트 정도의 가중치밖에 되지 않는다.
이 녀석의 몸무게는 대충 50킬로그램대에 속하므로 총 2.5킬로그램밖에는 늘지 않고, 게다가 그건 중력 마법에 의해서 팔다리가 아닌 몸 전체에 부과된다.
한마디로 그렇게 힘든 건 아니라는 말씀. 하지만 그렇다고 부담이 안 되는 건 아니지. 일단 이것부터.
“의문은 풀렸나?”
시종이 녀석의 발목과 팔목에 내가 준 것을 채워주었다. 부드러운 재질의 가죽으로 만들었으니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중력을 부과하는 것은 매달린 보석들이니까.
“이거… 약간 몸이 무거워진 것 같습니다만?”
“그 무게 부여가 네 수련의 핵심이다. 그 무게는 차차 무거워질 것이고, 너는 그동안 간단한 운동을 통해서 건강해질 거야. 아,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너의 식생활 역시 내가 책임지게 되었다. 잘 부탁한다고.”
“그건 무슨 말이죠?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습니다!”
“어허! 이 모든 것이 너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말했잖아? 생각을 하라구. 건강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라고 말이야.”
“이익!”
“아무것도 모르면 잠자코 있어. 아니면 생각해보든가. 하지만 나는 힌트도 안 줄 거다. 내 장사 밑천이니까.”
내 말에 녀석은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는 듯한 표정이 되더니, 흥! 하고 방을 나가버렸다.
이야! 괴롭히는 재미가 있는 녀석이군.
“뭐야? 그렇게 놀려도 되는 거야?”
“놀리는 재미가 있잖아?”
“쳇! 라임 너, 성격 안 좋아. 정말 나빠.”
“하하! 그게 내 매력 아니겠어?”
나는 레나의 쏘아보는 눈길을 즐기며 웃음을 터트렸다.
***
리젠 녀석의 방으로 식사를 가져가 녀석의 앞에 섰다. 물론 나와 레나는 미리 먹고 왔다.
“자, 식사 시간이다, 애송이 꼬맹아.”
건강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체계적인 식사와 체계적인 운동, 그리고 체계적인 생활이다.
이 꼬맹이에게는 우선 그게 중요하다.
물론 이 녀석의 몸이란 일반인보다도 약해빠진 것이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연금술사 제락투라스에게 부탁하여 만들어낸 특별한 영양제. 각종 비타민과 철분 등이 잔뜩 들어간 비약이지.
제락투라스가 매번 만들던 원기 회복의 비약이니 뭐니 하는 것보다 만들기도 쉬운 모양이기에 만드는 비법을 배워두기까지 했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서의 내 모습, 즉 아바타는 현실의 내 몸을 기초로 재구성한 프로그램이지.
그렇다는 것은 이 세계의 법칙을 따른다는 것이니까, 이 영양 비약을 먹으면 나도 큰 키에 딱 벌어진 어깨를 가질 수 있으려나?
“이게 뭡니까?”
“네 아침. 식사도 내가 결정한다. 맛은 있으니 걱정 말라고.”
아침은 간단하면서도 소화가 잘되는 음식으로 준비했다.
‘라이프 크라이’의 아침 식사는 빵과 수프, 그리고 샐러드가 전부다.
그런 식단이 귀족 정도 되면 베이컨이니 뭐니 해서 좀 다양해지지만, 기본적으로 베이컨은 소화가 잘 안 되거든.
이 꼬맹이는 소화력이 약해서 아침에 단백질의 식단은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빵과 수프 외에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서 계란 오믈렛을 만들었다.
“큭! 맛있잖아.”
“당연하지.”
내 요리 스킬의 레벨은 높거든.
“그나저나 너 다른 사람에게는 고분고분하게 대하면서 나에게만 으르렁거리는군. 뭐,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이야… 라임 성격 나온다.”
레나의 말에 나는 훗! 하고 웃어주었다.
“내 성격 어디 가겠어? 자, 이 녀석아, 어서 일어나라고. 오늘부터 수련을 시작한다. 아, 그렇게 겁먹을 필요는 없어. 완전히 힘들지는 않을 테니까.”
식사를 끝마친 녀석은 투덜거리며 옷을 입기 위해서 시종을 불렀다.
“잠깐. 옷은 너 혼자 입어라. 시종이 계속 챙겨 주니까 몸에 더더욱 힘이 없는 거야.”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무슨 소리기는, 혼자 하라는 거지. 왜? 나라도 도와주랴?”
“크윽! 됐어요!”
어이쿠!
“옷 입는 동안은 나가주지.”
나는 레나와 함께 방을 나갔다.
“라임, 너무 괴롭히지 말라구. 그러다가 공작님이 화내시면 어떻게 할 거야?”
“공작님은 그렇게 속이 좁은 분이 아닐걸.”
내 말에 레나는 못 말리겠네, 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수련시키려고? 나 때처럼 할 거야?”
“아니. 처음부터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일단은 달리기부터 시킬 거야.”
“달리기?”
“그게 정석이지.”
내 말에 레나는 흐응! 하고 콧소리를 냈다.
그때 콰당! 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들어가 보니 녀석이 쓰러져 있었다.
“와왓! 보… 보지 마!”
녀석은 옷을 엉망으로 입은 채 넘어져 있었다.
어떻게 하면 저럴 수가 있는 거지?
“풉!”
“웃지 말라구!”
“아하하하!”
정말이지 어린애라니까.
레나도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는 게 보였다. 나 역시 겨우 웃음을 참으며 레나와 함께 녀석을 일으켜 세워주고 옷을 혼자 입도록 도와주었다.
“제… 제길!”
“하여튼 어린애라니까. 혼자 옷도 입지 못하는 걸 보니.”
“닥쳐!”
이 녀석, 까칠해졌네그래?
나는 화내는 녀석을 데리고 연병장으로 갔다.
“크큭! 뭐, 좋아. 그럼 오늘의 수련을 시작해볼까. 자, 달려라.”
“뭐?”
“달리라고. 달리는 거 몰라?”
“무슨 소리야!”
“기초 체력 훈련이다. 너는 앞으로 한 달 정도는 계속 달리기만 할 거야. 아, 물론 간단한 근육 운동도 하게 될 테지. 이미 그에 따른 물품은 준비했어. 너는 달리기만 하면 돼. 물론 오늘은 첫날이니까 살살 달리고. 네 몸 상태로 보면… 다섯 바퀴가 좋겠군. 레나, 네가 같이 달려줘. 물론 천천히. 알겠지?”
“오케이.”
레나는 대답하고는 제자리에서 탁탁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