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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발
이미 선수금으로 3만 골드를 받아 챙긴 지 오래고, 이제 얼마 후면 3만 골드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흠… 하지만 3만 골드보다는 차라리 고급의 검술서나 무술서를 달라고 할까? 레나가 상당히 강해지기는 했다지만, 더 나은 검술서가 있으면 도움이 될 테니까.
“며칠 후면 이번 의뢰도 끝이네.”
“그런 셈이지. 시간도 많은데 대련이나 할까?”
“그럴까?”
나야 이리드를 통해 강해지지만, NPC인 레나는 스스로의 경험에 의해서 강해진다.
물론 나 역시 경험을 통해서 강해지기는 하지. 무기를 쓰는 법이라든가, 전략이라든가 하는 것들로 말이야.
사실 레나는 무술에 있어서는 천재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천재가 아니면 뭐겠어?
“그럼 슬슬 나가…….”
콰릉!
그런데 그때, 폭발음과 함께 저택 전체가 부서지는 듯한 큰 소리가 들렸다.
“적이다!”
밖에서 병사인지, 기사인지 모르는 자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콰르릉! 콰쾅!
추가적인 폭음이 연달아 터졌다.
무슨 일이 있는 거로군. 쳇! 느긋하게 대련 따위를 할 상황은 아니라는 건가?
“나가보자.”
“응.”
철컥! 하고 장비를 챙기고, 문을 열자마자 옆에서 칼날이 날아들었다.
“어딜!”
나는 오른손의 도끼로 캉! 하고 칼날을 쳐내고, 옆을 향해 몸을 돌리며 왼손의 도끼를 날렸다. 그러자 복면을 뒤집어쓴 놈의 목에 도끼날이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이게 무슨 일이야?”
“글쎄… 습격을 받고 있는 듯한데.”
젤펜다임에서도 그렇고, 여기 스파인에서도 그렇고 내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끊이지를 않는군그래!
“소문의 대장장이다! 죽여라!”
통로 저쪽에서 웬 은색 복면을 한 새끼가 소리를 지르자, 그 옆에 있던 5명 정도의 검은 복면을 한 놈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조무래기 녀석들이… 강마사악의 창!”
슈와아아악! 하고 와류가 생겨나 길게 늘어지며 앞으로 뻗어갔다. 달려오던 녀석들 전부가 강마사악의 창에 갈가리 찢겨져 죽어버렸다.
“크허어억!”
음… 너무 끔찍하게 죽였나.
레나를 힐끗 봤다. 별로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지만 주의해야겠군. 그래도 여자 애인데.
“가자, 라임!”
“오케이.”
문제는 이 상황이 어떤 것이냐는 거고, 우리가 어떤 목적을 위해서 움직여야 하느냐는 건데. 일단 움직여 볼까?
“쳐라!”
“물러서지 마라!”
통로를 지나 별채를 나서자 여기저기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쿵! 쿵!
“저건 고렘이잖아!”
거기다 놀라운 것은 전투 병기인 고렘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일전에 본 라스 가드나 켄타우로스처럼 거대한 녀석은 아니었지만, 키가 3미터나 되는 중장갑의 고렘이었는데 팔이 4개였다.
그 4개의 팔은 전후좌우로 뻗어 있고, 팔의 끝 손이 있어야 할 자리에 커다란 철추를 매달고서 휘두르고 있었다.
콰앙!
라스 가드의 신장은 무려 15미터. 그 박력은 거대 몬스터들조차도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위력이다. 그런데 저 3미터의 4개의 팔을 가진 기형 고렘도 만만치가 않았다.
하기야 어차피 인간이 대상이라면 그렇게 거대할 필요까지도 없지. 저 정도만 되어도 충분해.
“이거 심각하잖아!”
“아무래도 어떤 놈들이 작정하고 쳐들어온 것 같은데?”
화악!
그때, 정원 저편에서 헤이론 공작의 가신으로 보이는 마법사가 강력한 마법을 사용했다.
“화염의 쐐기!”
콰르릉! 소리를 내며 날아간 거대한 화염의 창.
내 강마사악의 창에 비해 손색이 없어 보이는 위력을 가진 그것이 팔을 휘두르며 병사들을 도륙하고 있던 기형의 고렘에게 부딪쳤다.
콰릉!
하지만 불꽃이 터지고 연기가 가신 후의 그 자리에는 조금 그을린 모습의 고렘뿐이었다.
“우선 저것들부터 부숴버려야겠어! 레나! 너는 사람들을 보호해!”
“알았어!”
레나는 내 말에 급히 몸을 날리며 결전을 벌이는 자들에게 달려갔다.
복면인들은 레나에게 맡겨야지. 마스터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레나는 꽤 강하니까 맡길 수 있겠지.
지금 내 시야에 들어오는 고렘의 수는 4대. 그럼 고렘부터 부수어볼까?
“마항력이 높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파괴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저 녀석의 장점은 방어력, 내구성, 그리고 강력한 힘인가? 물론 백병전 전용으로서는 좋다. 하지만 그게 너의 약점. 우선 꼼짝 못하게 해주지.
“강마의 손.”
슈와악!
보이지 않는 손이자 나의 여러 가지 스킬 마법 중에서도 가장 쓸모 있는 마법인 강마의 손을 꺼냈다.
총 6개로 이루어진 이 손은 지금은 내 마력에 의해 추가 보정을 받아 손 하나가 무려 2백 킬로그램까지 들어올리는 괴력을 가지고 있다.
“가라.”
강마의 손이 하나를 남기고 전부가 파팟! 하고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동시에 콰쾅! 하고 고렘 근처의 땅이 폭발했다.
쿠릉!
고렘 근처의 땅이 무서운 속도로 파헤쳐져 주저앉았다. 고렘은 이족 보행이지만 그렇게 빠르지 않았고, 땅이 파헤쳐지자 금세 균형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결국 쿵! 소리와 함께 넘어져 버렸다.
좋아! 지금이다!
“확실한 치명타! 빙결의 손! 마력 부여! 죽음의 기운 방사!”
스킬과 마법을 조합하여 순식간에 외치며 몸을 날렸다. 그러자 우우우우웅! 하고 언데드 로드 본 액스에 검푸른 빛이 강렬하게 서리더니, 무섭게 빛을 발하며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좋아. 죽어라!
진동하며 빛을 내는 도끼를 강하게 찍어 내렸다.
콰아앙!
녀석의 등판에 정확하게 공격이 작렬! 폭발과 함께 녀석의 상체에 커다란 금이 갔다.
“한 방에 안 부서지다니 대단한데? 확실한 치명타!”
콰쾅!
“확실한 치명타!”
콰쾅!
몇 번이나 내려치고 나서야 완전히 상체를 박살 냈다.
흠… 과연 고렘이라고는 해도 나의 언데드 로드 본 액스보다는 강도가 약하다는 것이 증명되었군.
하기야 내가 이거 만들 때 들어간 아이템들이 보통은 아니니까 말이야.
“좋아. 하나 부쉈고.”
힐끗 보니 레나가 효과적으로 복면인들의 목을 따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레나가 아니로군.
“네놈! 어디에서 튀어나온 놈인지 모르겠지만, 쉽게 죽을 거라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것이다!”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복면의 마법사들이 다섯, 그리고 3기의 고렘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위기잖아. 상관없지만.”
나는 위기에서도 잘하거든. 그럼 시작해볼까?
“순간 이동.”
시야가 변하고, 공간이 변했다. 동시에 나는 마법사 놈들 중 한 놈의 뒤에 나타나 있었다. 그리고 무정하고도 빠르게 도끼를 내려찍었다.
“끄아악!”
비명을 내지르며 추락하는 마법사를 보며 무표정하게 다른 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덤벼라.”
마법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