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15화 (21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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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살자 베헤만

“지랄.”

내 말에 녀석은 과장되게 두 팔을 들어올렸다.

“오오! 아직도 그런 생각이야? 여전히 고리타분하군. 이 세계에 와서 좀 더 진보할 줄 알았는데? 나는 네가 ‘여자’를 ‘동료’로 삼았다는 점에서 매우 놀랐다고.”

녀석의 시선이 레나를 향했다.

“히익! 뭐야, 저거!”

“미친놈. 살인에 미친 쓰레기야.”

“크큭! 쓰레기라니. 나는 쓰레기가 아냐. 미치지도 않았어. 예전에 말해줬을 텐데? 나는 현실에서는 그럭저럭 잘나가는 평범한 회사원일 뿐이야. 나이 마흔다섯에 과장 자리를 차지한, 그럭저럭 견실한 회사원이란 말이지. 게다가 딸도 한 명 있어. 외동딸인데 요새 사춘기인지 이 아빠와는 대화를 자주 나누려고 하지 않더군.”

그렇게 말하면서 녀석은 두 손을 늘어트렸다.

“슬프다고, 이 아빠는 말이야. 그리고 이 과장님은 가끔 위가 아파. 부하들이 말을 듣지 않는단 말이야. 신세대랍시고 회사의 규율을 무시하다니, 곤란하지. 물론 그래서 나는 눈물을 머금고 해고를 했지만.”

녀석이 갑자기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시체 중 하나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래. 눈물을 머금고 해고했지. 이렇게.”

우직! 하고 녀석은 머리를 손의 악력으로 으깨어 부수었다. 그러자 피가 튀고, 뇌수가 녀석의 장갑에 엉겨 붙었다.

“보지 마, 레나.”

나는 레나를 뒤로 세우고 앞에 섰다.

저 미친놈은 여전하군. 정말 여전해.

“네놈 레퍼토리가 달라졌잖아.”

“달라졌다니? 나는 언제나 같은 이야기를 했지. 물론 관점에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큭! 재수 없는 놈인 건 맞지만 저 녀석은 무시할 수 없다. 저 미치광이 같은 부분이 바로 녀석의 강점.

녀석은 옛날부터 그랬다. 맨손, 혹은 장갑을 낀 손을 주 무기로 상대를 두드려 패서 죽이는 것을 즐기던 녀석이다.

덕분에 녀석은 본능적으로 캐릭터를 죽이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그 나름의 스킬트리와 테크트리를 만들어냈다.

미쳤지만, 그리고 잔인하지만 나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천재다.

“라임! 당신은 이자를 아는 건가!”

공작의 말이 들려왔다. 그에 힐긋 그쪽으로 눈길을 주며 대답했다.

“예. 미치광이 살인마죠. 그리고 강합니다. 아마도 마스터이신 공작님만큼이나…….”

“그렇더군. 이미 내 기사들이 저놈에게…….”

“히하! 그런 허접한 놈들에게는 기사라는 호칭이 아까워! 적어도 여기 있는 내 수하들 정도는 되어야지.”

“수하? 너 혼자 다니던 녀석이었지 않았냐?”

내 질문에 녀석이 히죽 웃는 게 보였다.

“여기 와서는 조금 변했지. 네가 변하듯 나 역시 변하고 있어. 물론 본질은 별로 변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다른 거지. 안 그런가, 동업자?”

“동업자라고 부르지 마라, 역겨운 새끼.”

“너도 다크 게이머고, 나도 다크 게이머 아닌가? 그럼 동업자이지.”

“닥쳐.”

“좋아, 좋아. 잡담은 그만두지. 그런데 말이야, 네 여자 친구를 능욕하면… 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까?’라는 말과 함께 녀석의 신형이 나를 향해 쇄도해왔다. 동시에 녀석의 수하들은 공작과 랜서드, 그리고 메자이를 향해 몸을 날리는 것이 보였다.

“레나, 공작을 도와!”

이 새끼가 나를 깔보는 건가! 나 라임을!

“도인장(刀刃掌)!”

처음 들어보는 스킬을 사용하며 달려든다고 내가 쫄 것 같냐?

“확실한 치명타! 작은 불꽃!”

나는 도끼에 마법을 불어 넣으며 마주 부딪쳐 갔다.

콰르릉! 하고 녀석의 두 손과 부딪친 도끼 사이에서 엄청난 폭음이 일며 몸이 뒤로 밀려났다.

대단한 폭발.

도인장이라는 스킬이 보통이 아니군! 동대륙의 스킬인가? 동대륙에 무협 소설에 나오는 무공과 같은 스킬들이 있다고 들은 바는 있지만, 그걸 저 빌어먹을 놈이 가지고 있을 줄이야!

“하히하히하! 역시 대단하군, 라임. 보통이 아니야. 음험한 학살자 라임… 대부분은 네가 계략만 잘 꾸미는 줄 알지.”

“닥치시지.”

“재미있어! 정말 재미있다구! 너를 안 지 벌써 몇 년이나 되었지만 네 녀석과 싸울 때면 늘 가슴이 두근두근해. 사람의 생살을 벗겨 낼 때보다 더 두근두근하지. 그런 내 마음을 알겠어?”

“이런 미친놈!”

나는 품에서 연금술의 시약을 꺼내 던졌다.

“흐하하하! 미친놈의 사랑을 받아주오, 줄리엣!”

콰쾅!

시약이 폭발함에도 녀석은 그 폭발을 몸으로 받아내며 돌진하더니 손을 뻗었다.

“쇄룡수(碎龍手)!”

이 새끼, 동대륙의 무공을 제대로 배워왔잖아! 제길! 지금부터 숨겨 놓은 한 수를 써야겠군.

쳐라!

퍼어억!

“컥!”

녀석의 허리가 반으로 꺾이며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내가 아까부터 뽑아놓아 사용한 강마의 손이 후려친 것이다.

“확실한 치명타!”

그리고 균형이 무너진 녀석의 머리를 향해 도끼를 내리찍었다.

카캉!

그런데 녀석의 몸이 어느새 허공에서 뒤집어져서는 손을 들어 내 도끼를 막아냈다.

이 개새끼가!

퍼억!

녀석의 등짝을 강마의 손으로 후려치고, 연달아 6개의 강마의 손을 운용해 사방에서 녀석의 몸을 두들겼다.

“크… 크하하핫!”

처맞으면서도 웃냐! 이 미친놈아, 그만 죽어라!

“확실한 치명타!”

부우우웅! 하고 도끼가 허공을 갈랐다. 동시에 녀석도 눈을 번쩍 뜨더니 외쳤다.

“쇄룡수! 도인장! 쇄룡도인쌍식!”

녀석의 두 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싶더니 사방으로 무시무시한 칼날 같은 기운을 뿜어냈다.

“마골의 방패!”

나는 마골의 방패를 꺼내 막아내고 뒤로 물러섰다. 카가가강! 하고 마골의 방패를 긁어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흐… 과연 라임이군. 눈에 보이지 않는 물리적 공격인가? 꽤 아픈걸? 아파서 좋아. 고통스러워서 좋아. 스릴 있어서 좋아! 더! 더! 더 해봐라!”

온몸이 2백 킬로그램을 들을 수 있는 강마의 손에 두드려 맞아 피멍이 들었음에도, 녀석은 좋다고 광소를 터트리면서 달려들었다.

이 미친놈이 정말!

“강마사악의 창!”

“쇄룡장!”

녀석의 손이 흔들린다 싶더니 손에서부터 희뿌연 기운의 덩어리가 뻗어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장풍이냐!

콰쾅!

“크하하핫! 룡아수(龍牙手)!”

녀석의 손이 어떤 맹수의 입과 같은 모양으로 구부러지면서 닥쳐들었다.

제길! 이놈 역시 강해! 하지만 나도 호락호락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아야지!

“나와라!”

번쩍! 하고 아공간 주머니에서 검은 검이 쑤욱 하고 튀어 나왔다. 그 검은 검이 녀석의 손을 쳐내고, 그대로 주머니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내 앞에 전신을 드러냈다.

“흠!”

“멸살!”

[대리자의 명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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