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16화 (216/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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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살자 베헤만

일전에 내 지배력에 굴복한 데스나이트지! 네놈이 강하다 하지만, 마스터 캐릭터인 데스나이트를 상대로 잘 싸울 수 있을까?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 다구리에 장사 없다!”

척! 척! 척!

아공간 주머니에서 데스나이트가 차례로 걸어 나왔다.

스승님의 혈기사와의 전투에서 잃은 데스나이트의 숫자는 무려 80기. 하지만 아직 20기는 남았거든. 그리고 20기의 데스나이트라면 백병전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오라! 지옥의 말이여!]

데스나이트들이 소환의 외침을 터트리자 녀석들의 검은 망토가 일렁이더니, 어둠에서 유황의 숨결을 내뿜는 지옥마가 튀어나왔다.

“네 녀석이 네크로맨서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하지만 허수아비로 날 막을 수 있을까!”

“글쎄다.”

[대리자의 이름하에 죽음을!]

데스나이트 20기는 순식간에 말에 올라타더니 그대로 돌진했다.

귀족가의 집은 매우 크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몇 미터나 된다. 그래서 말을 타고 달림에도 무리가 없었다.

“암룡보(暗龍步)!”

녀석의 몸이 마치 꿈틀거리는 용처럼 허공으로 솟구쳤다.

[죽음의 그물!]

하지만 데스나이트는 보통의 검사가 아니지. 사령 마법까지 같이 사용하는 마검사다!

“이놈들이!”

녀석이 몸을 뒤집으며 손을 내뻗었다.

“쇄룡장!”

아까와 같은 장풍이 일어나며 녀석을 덮어가던 검은 기운의 그물이 찢겨졌다. 하지만 그 때문에 추진력이 떨어진 녀석은 데스나이트 사이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크큭! 쓸 만한 인형들인데!”

녀석이 데스나이트와 싸우는 사이에 레나 쪽을 보았다.

저 녀석들도 보통은 아니로군! 하나하나가 마스터급의 캐릭터다! 레나와 공작, 그리고 메자이만으로는 역부족인가?

힐긋.

베헤만 녀석은 20기나 되는 데스나이트를 상대로도 잘 싸우고 있었다. 20기라고는 해도 한 번에 공격할 수 있는 것은 겨우 다섯뿐. 공간상 그것이 전부다. 그렇다면…….

“다섯은 저놈들을 공격해라! 열다섯은 원진을 그리며 마나 블레이드로 공격해!”

[명을 이행한다!]

데스나이트가 명령과 동시에 즉각 움직였다. 열다섯은 원을 형성해 빙글빙글 돌며 마나 블레이드를 길게 뽑아내어 공격하기 시작했고, 다섯은 바로 달려 나가 레나와 공작을 공격하는 놈들의 후위에서 대검을 휘둘렀다.

쾅!

다섯의 검은 기사 놈들이 뒤늦게 막아서려 했지만, 말을 타고 달려와 내리찍는 대검의 위력을 견디지 못했다.

일격에 팔이 부러졌고, 지옥마의 발길질에 흉갑이 우그러지면서 튕겨 나가 처박혔다.

[죽음을!]

그 위로 다시금 데스나이트의 무정한 일격이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콰직! 하고 검은 기사 놈들의 머리가 박살 나 부서졌다.

“크하하핫! 과연 대단하군! 오늘은 물러나야겠는걸! 용의 힘은 나를 초월하니, 나는 용이 되어 세상을 굽어보노라! 용인합신! 초월지력!”

“물러서서 방어!”

베헤만 녀석의 외침이 심상치 않아 데스나이트를 물리고 방어를 하도록 시켰다. 그리고 내 예상은 맞았다. 녀석의 몸에서부터 가공할 와류가 생겨나더니, 휘오오오오! 하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힘이 천장을 향해 뻗어나갔다.

콰르릉!

곧 천장이 박살 나며 하늘이 드러났다.

콰가가가가!

그리고 칼날 같은 것 수십, 수백 개가 사방으로 날아들었다.

“큭!”

그 모습에 마골의 방패를 앞으로 옮겨 방어하자, 카가가가강! 하고 쇠를 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불꽃이 튀었다.

소리가 가시고 앞을 보니 녀석이 웃고 있었다.

“히하! 다음에 또 보자, 라임.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될 거야. 네가 이 게임 같지 않은 게임을 하는 한 말이야. 하하하하핫!”

녀석이 탓! 하고 부서진 천장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수하들을 내버려 둔 채 사라져 버렸다.

대단한 신체 능력이군. 녀석이 진심으로 나왔다면 데스나이트가 있다고 해도 이기기는 힘들었을 터. 그럼에도 물러났다는 것은 변덕일까? 아니면 다른 포석이 있는 건가?

저 미치광이 놈이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아주 침착하게 돌아버린 놈이라서 흉계를 꾸미는 데에는 나보다도 더한 놈인데.

“괜찮으십니까, 공작 전하?”

공작에게 다가가자 그는 피로에 절은 눈으로 나를 보았다.

“자네… 사령 마법사였나?”

“사령 마법뿐만이 아닌 많은 마법을 사용합니다. 잡다하게 익혔거든요.”

내 말에 메자이가 불신의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이해할 수 없군! 데스나이트는 고수준의 사령 마법사만이 만들 수 있다. 게다가 데스나이트 자체가 기사들의 영혼을 담보로 만들어내는 것이야!”

“저건 제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일전에 다른 사령 마법사들과 싸울 일이 있었는데, 그때 그들을 죽이고 빼앗은 거죠.”

내 말에 메자이의 눈에 경악이 어렸다.

쯧쯧! 뭘 놀라시나.

어차피 나는 육신기 중 2개나 가지고 있다. 이 두 신기의 세트 효과로 마력이 추가 상승 한 데다, 레벨 업의 효과로 이미 내 마력 수치는 150을 넘었거늘.

그러고 보면 150 넘었으니까 대가가 맞기는 하네? 아이템 능력 덕분이기는 해도 말이야.

“밝히지는 않았습니다만, 저는 ‘대가’급 마법사입니다. 그리고 다재다능하죠.”

“뭐라고?”

메자이가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자신이 ‘대가’급 마법사인데, 나같이 새파랗게 어린놈이 대가라고 하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적들이 노린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라!”

“예, 공작 전하.”

공작의 말에 메자이는 빛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곧 시끌시끌하면서 병사들과 기사들이 들이닥쳤다. 나는 데스나이트를 다시 아공간 주머니 안으로 되돌리고, 레나를 불렀다.

레나는 기진맥진한 얼굴이었다. 메자이와 공작, 그리고 랜서드와 같이 싸웠지만 상대는 전부 마스터 캐릭터들이었으니 지칠 만도 하다. 레나가 마스터에 근접했다지만 아직 완전히 마스터가 된 것은 아니니까.

“괜찮아?”

“후우! 지쳤어.”

“고생했어.”

“아까 그것들은 네크로멘서들과 싸울 때 얻은 거야?”

“그렇지.”

레나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생각이야? 정체가 밝혀졌는데.”

“아까 그놈은 내가 전력을 다해야 겨우 이길 수 있는 놈이야. 예전부터 알고 있던 놈이지.”

“그렇게 위험한 자였어?”

“미치광이지. 그리고 그만큼 강해.”

살인술과 파괴에 관한 한 그 미친놈을 상대할 수 있는 자는 거의 없다. 게다가 게임을 하는 그놈의 감각도 보통을 넘으니 문제다. 그놈이야말로 전설적인 PK 플레이어이며, 악명 높은 사이코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놈을 만나버렸어, 정말.

제길! 그놈이 나타났으니 칼츠나 기타 등등의 녀석들도 만나게 되려나? 기분이 찝찝한데.

칼츠 녀석은 현재 공식 랭킹 1위니까 쉽게 볼 수는 없겠지만, 다른 놈들은 언제든지 만날 수도 있겠지.

“후우! 그래도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된 듯싶군.”

“그래도 많은 사람이 죽었어.”

“내가 알 바는 아니지.”

공작을 살린 것만 해도 내 할 일은 다 했다.

하필이면 그 미친놈이 여기 있을 게 뭐람. 그놈만 아니었다면 내 정체를 들키지도 않았을 텐데. 제길!

“돌아가자.”

어차피 여기에서는 이제 더 할 일도 없다. 완수금을 달라고 하기에도 조금 뭣한 상황이 되었으니 집에나 가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등을 돌리는데, 뒤쪽에서부터 전언을 가져온 병사의 외침이 들려왔다.

“리젠 삼 공자님이 납치되셨습니다!”

“뭐라고!”

그 소리가 걸음을 옮기는 나를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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