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21화 (22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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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진실

리자드맨을 닮은 외형에 이족 보행을 하고, 몸에는 비늘 모양의 갑각을 두르고 있다. 내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랑 비슷하다면 비슷하지만, 저쪽은 더 크고 날렵하게 생겼다. 그리고 야생적인 리자드맨을 더 닮았다.

저런 녀석까지 동원했다면 이미 여기서는 글렀군.

“이거나 먹으시지! 강마사악의 창!”

나는 강마사악의 창을 날리고, 아공간 주머니에서 시약을 꺼내 던졌다. 콰쾅! 하고 시약이 폭발하며 엄청난 양의 연기가 뿜어지면서 사방을 덮었다.

“도망갈 수 있을 것 같냐!”

그럼. 도망칠 수 있지.

“회수!”

살아남은 데스나이트와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가 빛과 함께 아공간 주머니로 빨려 들어왔다.

“크아악!”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나는 것을 들으며 바로 집과 붙어 있는 상점의 문으로 뛰었다.

내 독연 맛이 어떠냐?

“마법 발동!”

그 시간 동안 내가 집에 도배한 마법의 위력을 보여 주마!

위우우우우우웅!

집 전체가 빛을 내며 둥근 보호막에 휩싸였다.

이 집을 매개체로 하여 만든 절대의 보호막이다! 단번에 부수려면 고렘이 두드려도 반나절은 걸릴 거라고 보증하지!

“이놈! 라임!”

“앞으로는 좀 더 확실한 함정을 준비하도록. 그럼 바이! 바이!”

녀석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상점에 들어가 무구를 모두 아공간 주머니에 쓸어 담았다. 그리고 상점의 뒷문을 열고 집으로 향한 후 재빨리 지하실로 가보니 식구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라임!”

“이게 뭔 꼴이야, 이 자식!”

“하하! 사령 마법사인 것 들켰지, 뭐야.”

엘린이 멱살을 잡았다.

이런, 이런. 화내지 말라구.

“별수 있나? 다른 나라로 날라야겠어.”

“크윽! 여기서 기반 닦아놓은 게 얼마나 많은데…….”

엘린이 분한 듯 부르르 떠는 것을 보며 마법진을 점검했다. 그리고 쿠웅! 하고 건물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아공간의 주머니에 지하실에 쌓아놓은 물건을 모두 집어넣었다.

“좋아! 올라타! 탈출한다!”

“저쪽도 바보가 아닌 한 마법 방해를 할 텐데?”

“내가 그런 것도 생각 안 했을까 봐? 이건 그런 것을 대비해서 만든 거다.”

부오오오!

마법진이 빛을 발했다.

“그럼 간다! 공간 이동!”

빛이 번쩍이며 우리는 공간을 넘었다.

***

-움직인다, 모든 것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그리고 그것은 모든 것이 되어간다.

공간을 넘는 순간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고 나와 나의 가족들은 한적한 숲 속에 번쩍이는 빛과 함께 도착할 수 있었다.

이상하군.

공간을 이동할 때 들린 소리… 환청이 아니다. 환청이라면 이렇게 명확한 문장을 이루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왜? 왜 그런 목소리가 들린 건가? 아라한 컴퍼니의 메시지인가?

하나는 확실하다. 아라한 컴퍼니는 나를 확실히 지켜보고 있다. 녀석들은 무엇을 획책하고 있는 거지?

“왜 그래?”

레나가 의문을 담은 표정을 지었다.

“아냐, 아무것도.”

“그런데 여기는 어디야?”

엘린이 옆에서 우거지상을 하고는 투덜거렸다.

“스파인의 북쪽에 위치한 나라 렐릭이다.”

“레엘리익?”

“우리 집에서 북쪽으로 약 이백 킬로미터쯤 올라간 곳이지. 그 트라간스가 사는 산맥의 바로 위쪽이야.”

“국경이잖아!”

“물론 국경이지.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이곳은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라 상주 병력은 없어.”

“그런데… 저건 뭐야?”

여기는 내 사냥터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나는 습관대로 내 사냥터에 아지트를 만든다.

엘린이 조금 얼빠진 얼굴이 된 것도 주변을 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사냥터의 숙소다. 일단 여기에서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왕국으로 가기로 하지.”

“너… 밖에다가 이런 것도 만들어두는구나.”

엘린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다른 여인들도 모두 놀란 얼굴로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우리는 하나의 큰 나무로 만든 저택을 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3층 크기의 목조 저택. 무늬도, 장식도 없이 그냥 사각형의 나무 상자처럼 만들었지만 크고 단단하다.

주변에는 나무들을 이용해 만든 큰 방벽이 세워져 있고, 옆에는 우물도 하나 만들어져 있다. 누가 보면 숲 속의 별장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사냥을 하다 보면 주거 문제가 심각하거든. 나는 사냥터마다 이런 것을 꼭 만들어두지.”

내 스킬의 향상으로 이런 것을 짓는 것 정도는 이제 손쉽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만.

“일단 짐을 풀어둬.”

내 말에 여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여인들이 들어간 후 나는 혼자 남아서 생각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까?

내가 이 게임 안에서 살아가는 목적은 사실 하나다.

돈.

그게 주목적이고, 부차적인 이유로는 내가 현실보다는 가상의 세계를 더 좋아한다는 것이지.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골치 아픈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퍼스트 디자인 휴먼이고, 덕분에 내 과거를 지우고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지만 그런 이유야 사실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미 디자인 휴먼은 공식적으로 태어났고, 또 태어나고 있다. 게다가 레나의 몸체가 현실의 나에게 배달된 것을 보면 아라한 컴퍼니는 이미 나의 위치를 알고 있다고 추측해야 한다.

그럼에도 나를 내버려 둔다는 것은 나를 신경 쓸 의미가 없다는 것이겠지.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든가.

그렇다면 그 꿍꿍이는 뭘까?

사우전드소드 놈의 말이 진실이라면 녀석은 법적으로는 사망한 셈이다.

육체는 죽었고, 그 육신의 정신도 죽었다. 그렇지만 자아를 프로그램화해서 이 안에서 살아남아 있다.

육체와 혼이 죽었지만 자아는 프로그램으로서 살아 있다면… 그 녀석은 살아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인격을 복사한 프로그램일까?

분명 사우전드소드의 현재 모습과 아라한 컴퍼니가 나를 주시하고 있는 것은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그젝션 길드는 무엇을 위해서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걸까? 그 녀석들도 디자인 휴먼이라면…….

“후우! 제대로 알 수 있는 게 없군. 나와 관계없다면 모른 척하겠지만… 잠깐, 인격의 복사라면… 설마…….”

고개를 돌려 내가 지은 저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저택 안에 있는 레나, 엘린, 아이린, 헬라, 베나, 하이네, 이론드를 떠올리며 눈을 찌푸렸다.

“그런 건가.”

큭! 어떻게 해서 사람과 같은 NPC를 만들었는지 알아냈다.

그래. 간단한 이야기였어. 새로 프로그램 같은 것으로 인공지능을 만들 필요가 없었던 거야.

NPC는 사실 말하자면…….

“라임! 밖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사람의 인격을 복사해서 만든 또 하나의 사람인 것이다. 사우전드소드와 같은.

그것이 ‘라이프 크라이’ NPC의 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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