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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트왕국
“그 일은 우리 조합에서도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었다. 하지만 다른 국가에서 랑고트 왕국에 들어선 우리를 얕잡아 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방관한 사항이지.”
“그런데 그렇게 내버려 두었다면 젤펜다임 왕국의 모든 사람이 다 죽었을 겁니다.”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네가 날뛰지 않더라도 이미 어느 정도의 제어는 해두었으니까. 너도 알겠지만 우리들의 역사는 깊다. 아무리 방관을 택했다 하지만 손놓고 있었겠느냐?”
“그렇군요.”
흠… 이야기가 그렇게 된 건가?
“마법 전력과 문명이 다른 왕국에 비해서 그리 좋지 않은 랑고트 왕국으로서는 우리들을 등용함으로써 전력을 확대하고, 문명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그로 인해 여러 가지 협상과 조약에 의해서 여기에 둥지를 틀 수 있었지. 물론 네놈의 스승인 나의 힘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어떠냐? 자랑스럽지 않느냐?”
“자랑스럽기는 한데… 스승님께서 너무 촐싹거리시는 것 아닙니까?”
“하하핫! 누가 나에게 뭐라고 할 수 있겠느냐!”
“그렇기는 하겠습니다만.”
“그런데… 듣기로 네가 젤펜다임에서 일을 벌인 녀석의 육신기 중 하나인 서클릿을 가지고 있다지? 조심하거라. 그걸 노리는 녀석들이 한둘이 아니니.”
“이미 사령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퍼졌습니까?”
“모두가 아는 것은 아니지만, 고위직에 있는 녀석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네 녀석이 내 제자이니 함부로 나서지는 않겠지만, 뒤에서는 여러 가지 공작을 하겠지. 에잉! 그러게 누가 그렇게 눈에 띄게 활동을 하랬느냐? 이미 네 녀석은 이쪽에서는 유명인사다.”
“제가 워낙 여기저기 참견을 잘하는 성격이라서.”
뚜벅뚜벅 통로를 걸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마법진에 올라타 공간 이동을 하면서 탑의 상층부로 향했다.
“나야 이미 도구의 능력을 따지지 않는다만, 다른 놈들은 다를 게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스승님과 나는 세 번째 공간 이동을 하여 어두컴컴한 지하실 같은 곳에 도착했다.
“이거다, 너에게 보여 줄 것은.”
팟! 하고 빛이 일었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거대한 지하 공동이었다. 일전에 혈전을 벌였던 곳처럼 거대한 도시가 들어갈 정도로 큰 것은 아니지만, 능히 성 하나는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하나의 거인이 서 있었다.
“스승님, 저건…….”
“흐흐! 우리 사령 마법사들의 수호신이 될 녀석이지. 언데드 워커. 그렇게 이름 붙였다.”
거대한 거인. 그 키가 무려 1백 미터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녀석이 내 눈앞에 있었다.
외관은 투박했다. 둥글고 두툼한 철갑을 두른, 마치 몇십 년 전에 유행했다던 SF 로봇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을 재현한 듯한, 두툼하고 두꺼운 몸을 지닌 거인이었다.
언데드 워커라는 이름하고는 영 어울리지 않는데? 오히려 마징X라든가, 그랜다이X 같은 이름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
“대단히 크고… 두텁군요.”
“그게 핵심이지. 지금까지 고렘이 삼십 미터를 넘어가지 못했던 이유는 물리학적인 문제와 마력 구동의 문제 때문이었다. 체적량이 클수록 하중을 버티기 위한 골격과 갑주의 강도 문제가 대두되었던 데다, 그런 육중한 몸을 움직일 에너지라면 오히려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이익이니까. 하지만 네 녀석의 방식을 응용하여 그 문제를 해결했다. 효율적인 마력의 사용과 부분적 마법의 접합을 사용해 드디어 이걸 만든 것이다.”
“위력은 어떻습니까?”
“후훗! 단지 크기만 이렇게 거대한 게 아니다. 이 녀석은 최대 사정거리 오백 킬로미터의 초강력 마력 가열포를 사용할 수 있지. 그것은 전설의 대파괴 마법인 메테오 다운로드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녔다고 자부한다. 도시 하나 따위는 한 번에 박살이지.”
“사정거리가 오백 킬로미터나 됩니까?”
뭐, 그런 무지막지한 병기가 다 있어? 아니, 그 전에 전설의 대파괴 마법의 이름이 왜 그따위야? 메테오 다운로드? 메테오도 이제는 다운로드하는 시대인가?
“이걸 만들기 위해서 사령 마법사 조합의 십삼 인의 마스터가 한자리에 모였고, 사령 마법사 조합의 총력이 들어갔다. 그 정도 위력이 나와주지 않으면 곤란하지.”
“으음… 세계 정복이라도 하시려는 겁니까?”
“하! 세계 정복이 어디 쉬운 말이냐? 이게 있다고는 해도 세계 정복을 하려고 들면 분명 필패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고서 그런 말을 하거라.”
나도 많이 강해져서 이것저것 만들어 세계를 제패할 능력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라고 생각했었는데 삽질이었군.
이런 걸 만들고 계셨다니… 놀랍다.
놀라워서 입이 안 다물어진다. 1백 미터라고? 이거 무슨 걸어 다니는 전함이냐?
“뭐, 그래도 이 근방의 다섯 나라 정도는 잡아먹을 정도의 전력은 된다. 지금 북부의 광석은 모조리 우리에게 공급되고 있는데, 그를 통해 고렘을 대량으로 만들고 있지.”
“고렘이라구요?”
“그래. 이거다. 네 녀석의 생각을 차용했지. 일종의 파워 아머랑 비슷하다.”
“파워 아머랑 비슷하다니요? 어라? 이건…….”
한쪽에는 내가 스파인에서 그 미치광이 베헤만 녀석과 싸우기 전에 본, 바로 그 팔 4개짜리 고렘이 있었다.
“언데드와 고렘을 합친 거지. 고렘은 자아를 만드는 것이 상당히 어렵지 않느냐? 명령에 따르게 한다고 해도 단편적인 명령밖에 못 따르니까. 그래서 고렘은 조종형, 탑승형, 자율형이 있지만, 자율형 고렘은 거의 만들지 않지. 그런데 그걸 우리의 영혼 마법으로 대체했다.”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스켈레톤을 만들고, 그 뼈다귀 위에 고렘의 몸체를 입혔다는 말이다. 그래서 파워 아머랑 비슷하다고 한 거지. 스켈레톤이 비록 하급 언데드이지만, 그래도 고렘의 자아보다는 낫지 않느냐?”
“허!”
그런 건 생각도 못했다. 사실 나야 게이머일 뿐이고, 그렇기에 그런 식의 상상은 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까 내부에는 언데드를 집어넣어 고렘을 조종하도록 했다, 이거군요?”
“그렇지! 그렇게 하면 자율형의 무인 고렘을 대량생산할 수 있거든! 자아를 가진 마법 무구는 대량생산이 불가능하지 않느냐? 하지만 언데드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대량생산이 가능하지. 그리고 그런 것은 나 자신에게도 유용하단다.”
“예?”
“나는 내 육신의 일부를 마법을 통해 개조 강화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생명의 또 다른 일면을 발견하고 깨달음을 얻어 지금의 경지를 손에 넣은 것이다. 이게 다 네 녀석 덕분이지. 그러니 내가 제자 복이 참 크다고 할 수 있지 않느냐?”
“그… 그런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