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트왕국
내 아이디어… 그러니까 평범한 좀비라도 뼈라든가 하는 걸 개조하여 강화한다, 라는 그런 아이디어를 이렇게까지 적용할 줄이야!
“저것들은 저그린이라고 명명했다. 현재 총 오천 기가 생산되었지. 하나하나가 마스터급의 무인이 아니고서는 파괴가 매우 힘들다. 그 수가 열 배나 차이가 나도 능히 상대가 가능하고, 열 기만 있으면 타국의 일반적인 고렘들도 파괴할 수 있지.”
“벌써 오천 기나 만든 겁니까?”
“그럼!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랑고트 왕국에 정식으로 등단했겠느냐? 내년까지는 약 일만 기를 완성할 것이고, 그럼으로써 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는 아이바크지.”
“젤펜다임이 아니구요?”
“젤펜다임을 공격하게 되어 그 땅을 손에 넣으면 헬펜, 하슈반, 듀란의 견제를 받게 되지 않겠느냐? 아이바크를 공격하면 듀란의 견제만 신경 쓰면 된다. 아이바크를 공격하여 무너트리고, 바로 듀란을 공격해 무너트릴 계획이다. 아마 이 년 안에는 두 왕국 모두 지배할 수 있게 되겠지. 그 후에는 내정을 기하기 위해 한 오 년 정도는 침묵하게 될 게다.”
“그리고 다시 정복 전쟁을?”
“그 후에 다시 다른 나라를 공략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하기는 하겠지만, 아무래도 그때가 되면 나라들이 연합을 할 것이 뻔하니 조금 어려워지리라고 예상한다. 랑고트의 귀족들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만.”
헹! 하고 콧방귀를 뀌시는 스승님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저 저그린이라는 고렘을 베헤만이 썼다는 것은, 그 공작가의 삼남을 납치하는 데에 사령 마법사 조합에서 힘을 썼다는 이야기가 되는 건가?
그렇군. 이번 겨울이 지나면 아이바크를 칠 것이니, 그동안 다른 나라들이 서로 치고받고 하라고 공작을 한 거였군.
과연 사악한 계책이다.
“스승님께서 이루신 업적이 높으시군요.”
“하하! 내가 누구냐? 바로 데스나크람 아니냐? 후후후! 네가 보기에는 어떠냐?”
“이 저그린이라는 것은 확실히 쓸 만합니다. 백병전 전용이기는 하지만 내구력이 높고, 일반 병사는 거의 학살할 수 있으니까요. 아마 오만 기 이상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가히 무적의 군대라고 불릴 만하겠군요.”
“그렇지. 게다가 이 언데드 워크가 있고, 따로 개발하는 고렘도 있으니 말이다.”
“언데드 자체의 강화와 생산은 안 합니까?”
“너도 알다시피 그건 인식이 좋지 않다. 그래서 언데드에 관한 부분은 상당 부분 약화되어 포기했다. 백 년 후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아마 효과는 느리게 나타날 것이다.”
“문화적 교육을 하시려나 보죠?”
“호오! 네 녀석 잘도 이해하는구나? 맞다. 인식을 바꾸려면 몇 세대가 지나야 하는 법. 그동안에 사령 마법에 대한 교육과 실생활에 응용되는 실례를 통해서 파급 효과를 통해 변화시켜 나갈 생각이지.”
역시 스승님이군. NPC라지만 대단하다. 이런 계획이라니! 역시 한 무리의 지도자다운 추진력과 대담성, 그리고 계획성을 동시에 가지고 계시다!
“음… 그런데 이 저그린이라는 고렘 말입니다. 좀 더 개량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만. 제가 설계도를 안 봐서 잘 모르겠군요.”
“뭐라고? 이보다 더 개량을 해?”
“음… 제가 만든 것 한번 보시겠습니까? 나와라!”
스승님이 주신 아공간 주머니가 벌어지며 거구의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가 대지 위에 섰다.
“트라간스의 시체로 만든 언데드입니다. 저는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라고 부르죠.”
스승님은 내 말을 전혀 듣지 않고 계셨다.
“허! 이거 네가 만든 거냐?”
“그럼요. 일부러 덩치 큰 녀석을 만들려고 노력 좀 했죠. 그래서 대형 몬스터 중에서 특히 딱딱한 껍질을 가진 녀석을 찾아 헤맸죠. 그러다 보니 광물을 먹고사는 트라간스라는 놈이 딱이더라구요. 그놈을 죽인 다음 언데드로 만들고, 여러 가지 마법적 처리를 해서 저렇게 고렘처럼 만들었습니다. 꽤 강하다구요.”
스승님이 내 말에 저그린을 한 번 보더니, 내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를 보았다.
“이… 이…….”
이크! 화나셨나.
“이거 멋지잖아! 제기랄! 역시 내 제자야!”
스승님이 나를 와락 껴안으셨다.
꾸엑!
“허허헛! 이 녀석, 장하구나. 이런 것도 만들고 말이야! 대단해. 확실히 저그린보다 더 강력하겠어! 문제는 트라간스를 잡아서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트라간스가 안 되면 오우거 같은 대형 몬스터를 언데드화 시킨 다음, 저 저그린처럼 파워 아머를 응용해 갑옷을 입히시면 되잖아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트라간스로 만들 경우 갑옷을 만들 때 따로 광물이 안 들어가서 비용 절감의 효과가 있죠.”
“흠! 그거 좋은 의견이구나. 게다가 이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라는 녀석은 단지 언데드화시킨 것뿐만 아니고, 망령을 잡아먹으며 힘을 늘리는 기능도 추가한 듯싶은데?”
“그거야 당연히 추가 기능이죠. 제가 개발했습니다.”
“역시 내 제자야! 허허헛! 이걸 우리 조합의 정규 생산품으로 집어넣어야겠다.”
“저기… 스승님, 이거 저작권료는 주시는 거죠?”
“쫀쫀한 것도 내 제자답구나.”
“하핫! 쫀쫀해야 잘 먹고 잘 살죠.”
“이그! 내 제자인데 그럼 내가 한자리 안 줄까 보냐?”
“저는 가입만 하고 직위는 받지 않으려고 하는데요?”
“뭐?”
“그게, 저는 직위에 얽매이는 건 싫어서요. 용병질이나 하고 다닐 겁니다.”
“제자야,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떻겠느냐? 어찌 좋은 자리 내버려 두고 험한 길을 가려는 거냐? 처자들은 어쩌고?”
“다 같이 다닐 건데요? 그녀들에게 실전 수련도 시키고 하려구요. 스승님이 주신 아공간 주머니가 있으니 어차피 노숙 걱정은 안 해도 되죠. 아예 저택을 통째로 집어넣고 다닐 겁니다. 여기에 근거지로 할 저택 하나만 사둘까 해요.”
내 말에 스승님의 얼굴이 경악에서 허탈로 바뀌어갔다.
“누가 내 제자 아니랄까 봐 참 가지가지 하는구나. 그래. 네 마음대로 하거라.”
“하하!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럼 네 녀석은 거처만 정해놓고 떠날 생각이냐?”
“일단 몇 가지 일을 처리해놓고 떠날 생각입니다. 그리고 스승님이니까 말씀드리는 건데… 저는 육신기를 쫓고 있습니다.”
“뭐라?”
스승님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이미 하나가 손에 들어왔으니, 나머지 다섯도 손에 넣을까 합니다. 사실 육신기를 얻고 난 후 제가 꽤 대단한 진전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으음… 육신기라……. 그것은 지금에 와서는 찾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