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26화 (226/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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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트왕국

“랑고트와 아이바크의 끝쯤에 그 단서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찾아볼까 생각 중입니다. 일단 이번에 손해 본 것을 만회하고 말이죠.”

“네 마음대로 하려무나. 일단 저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는 두고 가라. 조사를 해보고 만들어야 하니.”

“저건 제가 조합에 제출하는 성과물로 하죠. 그럼 제가 직위를 안 받는다고 저보고 뭐라고 하는 사람 없겠죠?”

“그거야 내가 알아서 처리하마. 하지만 그 전에 해둘 말이 있다.”

“예. 말씀하십시오, 스승님.”

스승님의 기도가 변했다.

“너는 나 데스나크람의 제자다. 유일무이한 초마도사 데스나크람의 제자! 그 점을 가슴 깊이 새기거라.”

“그 말씀 뼈와 영혼에 새기겠습니다.”

금세 스승님의 얼굴에서 진중한 기색은 사라지고 다시 히죽 미소를 지으셨다.

“그래. 그럼 오늘은 신나게 술이나 마셔 보자꾸나! 으하하하!”

마시고 죽자.

***

나는 우월하다.

뭐가 우월하냐고? 내가 판타지 소설을 많이 봤다는 게 우월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나는 몇 가지 판타지 소설에서 사골 국물처럼 우려먹는 소재를 스승님에게 말씀드렸다.

내가 자주 본 판타지 소설이 뭐냐면 바로 영지물이다.

영지물이란 것은 영지를 경영하는 이야기를 주 내용으로 하는 판타지 소설이다.

그래서 나는 영지물에서 사골 국물처럼 우려먹는 것을 꺼내들었다. 이름 하여 무한 발전기.

언데드는 무한한 체력을 가진다. 쉬지도 않고 먹지도 않는다. 엄청난 노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언데드다.

그런 언데드를 이용해서 나는 인력 발전기를 생각해냈다. 오우거의 시체를 가져다 언데드로 만들어서, 한 10마리가 거대한 수레의 바퀴를 회전시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톱니바퀴가 움직이고, 발전기가 가동하게 된다.

그렇게 생산된 전력은 마법진의 힘을 통해서 순수한 마력으로 전환되고, 무한한 마력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닉네임을 고렘이라고 하는 괴상한 작가의 책 ‘퇴페른의 영주’에 사골 국물처럼 나오는 내용이다.

사실 그 책에서는 풍력발전을 도모하지만, 이 동네는 너무 추워서 풍력발전기가 얼어붙어 안 돌아갈 것이 뻔해서 언데드를 이용한 인력… 아니, 정확히는 사자력(死者力) 발전기를 건의했다.

또한 저그린의 개조를 통해서 관개수로를 정비하고, 관도를 짓는 등의 대규모 공사에 걸맞은 모습으로 바꾸고 그런 공사에 투입할 것을 건의했다.

거기다 사령 마법사 직영 영지를 할당받아, 그곳에서 마법 무구를 생산하여 판매해서 상업적인 이익을 얻자는 방안도 내놓았다. 그리고 북부의 가장 큰 문제인 추위를 마법으로 컨트롤하여 농업의 활성화를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건의했다.

그 외에도 부패와 질병 마법을 응용하여 유산균을 컨트롤해서 발효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에서부터, 페니실린처럼 곰팡이에서 추출한 여러 가지 의약품 사업, 비료를 만드는 것, 키메라 제작을 응용하여 새로운 농작물의 개발까지 다양하게 의견을 내놓았다.

왜 건의만 하냐고? 어차피 그거야 스승님이 하실 일이지, 내가 할 일은 아니니까.

스승님은 내가 건의한 것을 일일이 다 적으시더니 감명 받으신 얼굴로, ‘제자야! 너는 나를 이어 총조합장이 되어야만 한다!’라고 하셨지만 난 단박에 싫다고 하고 나왔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

“그래.”

집은 쉽게 구했다. 스승님이 손을 쓰셨는지 수도의 외곽, 성벽의 바로 아래쪽에 위치한 제법 큰 저택이 우리 집이 되었다.

이 저택을 사용하던 귀족가가 재수 없는 일로 죽는 바람에 재수가 없다는 이유로 안 팔리던 곳이란다.

“사람들을 고용하고 정리하는 건 엘린 네가 아이린 양하고 잘 의논해서 하도록 해. 그리고 적당한 상단을 운영할 방도를 강구하도록. 저번처럼 그냥 상점 하나가 아니고, 유통업을 할 수 있는 상가를 만들어보도록 노력해.”

“걱정 마. 나는 엘린이야.”

“너 혼자서 괜찮겠어?”

회의를 거쳐서 용병단으로서의 활동은 엘린과 아이린을 제외한 전원이 같이하기로 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엘린과 아이린은 이 수도에 남는다는 것이다.

“아이린이 있잖아.”

“그럼요! 제가 있잖아요.”

“끄응! 스승님께 말씀드려서 사령 마법사들을 몇 명 보내달라고 하지. 그리고 너에게 이걸 주마.”

나는 반지 하나를 엘린에게 넘겼다.

“뭐야, 이건?”

“이번에 집에 처박혀서 만들어낸 데스나이트의 반지다. 그걸 끼고 있는 상태로 언제든지 소환! 이라고 외치면 데스나이트 셋이 나타날 거다. 그것으로 신변을 보호하도록 해. 자, 아이린 너도.”

둘이 신기한 듯 뒤틀린 모양의 반지를 받아들어 손가락에 꼈다.

며칠 정도 연구해서 내가 가진 스킬을 조합하여 저 반지를 만들었다.

의외로 간단히 만들었달까?

“데스나이트 이외에도 순간 이동을 하루 다섯 번 사용할 수도 있으니까 요긴하게 사용하도록 해. 알겠지?”

“좋아. 아주 좋다구! 그런데 소환 시간은?”

“무제한. 이미 데스나이트들에게 마력 합금으로 만든 검은 심장을 만들어주었기에, 삼백육십오 일 내내 소환되어 있어도 상관없어.”

이 정도면 자기 스스로를 지킬 수는 있겠지. 데스나이트는 하나하나가 마스터 클래스의 캐릭터인 데다, 언데드 특유의 강함을 가지고 있으니까.

“상업망을 구축하는 데에 유용할 거야. 저번처럼 개인 상점이 아닌 유통을 중심으로 한 상단을 구성해. 알겠지?”

“알고 있어! 잔소리 좀 그만 해.”

“그럼 부탁하지.”

“어디 가려고?”

“잠깐 나갔다 오려고. 해가 지기 전에는 돌아올 거야.”

“그래, 알았어.”

나는 엘린의 대답을 뒤로하고 집을 나섰다. 내 등 뒤로 여자들이 자신의 방을 정하고, 어떻게 꾸밀 것인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뽀득뽀득.

눈을 밟으며 저택의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북부의 겨울은 춥다고 하더니 엄청난 눈이로군.

눈을 밟고 사령 마법사 조합에서 얻은 좌표 책을 꺼내들었다. 이 랑고트 왕국의 중요 지역의 모든 좌표가 기록되어 있었다.

“공간 이동.”

마법의 주문을 외우고 공간을 넘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시야가 바뀌며, 나는 새하얀 대지에 서 있었다.

“여기인가.”

주변은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새하얀 눈의 대지. 그리고 저 멀리로 반쯤 무너진 거대하고 고고한 백색의 성이 있었다.

“프로즌 쓰론. 얼음 왕좌라…….”

내가 바라본 거성은 마치 손을 형상화한 듯한 형태였다. 5개의 탑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고, 그 밑에는 두툼한 성벽이 둘러쳐져 있었다. 규모는 지름만 해도 5킬로미터쯤 되어 보이는 무시무시하게 거대한 거성이었다.

그런 거성의 중심에 손을 닮은 다섯 탑과 무너진 성벽이 보였다. 다섯의 탑은 건재하지만, 성벽은 여기저기 무너져 있었다. 그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의미심장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육신기일지도 모르는 아서스의 지팡이에 대한 단서가 있을 수 있다, 이거지. 흠…….”

듣기로 지금 저 성은 텅 비었다고 한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주위에 몬스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얼어붙은 대지 위에 먹을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는데 누가 살겠는가?

이 땅 아래에 북극처럼 바다라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이 아래에는 단단하게 얼어붙은 흙으로 된 땅이 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저 성은 버려졌다. 그리고 방치되었다. 무려 몇백 년 동안이나.

과연 내가 원하는 실마리가 있을까? 뒤져 봐야겠지.

하지만 일단은 나중에 뒤지러 와야겠다. 레나랑 같이 오기로 했으니까.

우선은 여인들의 실력 향상도 중요하니까.

“공간 이동.”

그렇게 프로즌 쓰론을 바라본 후, 몇몇 사냥터를 확인하고는 해가 질 때쯤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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