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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강화
@전력 강화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신무기를 만들고,
그 무기를 사용할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새로운 전략을 고안해내며,
그 모든 것을 이룰 막대한 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어떤 전략가가 말한 너무나도 당연한 말-
“어이, 여기야! 여기!”
내 외침이 숲 안에서 메아리쳤다.
북부의 강국 랑고트의 서쪽에는 젤펜다임과 같이 지독한 악명을 날리는 대산맥 아르혼이 있다.
지금 우리는 그 대산맥 아르혼에 들어섰다. 대산맥 아르혼은 대산맥이라는 이름답게 랑고트, 젤펜다임, 하슈반, 뮤리엄의 서쪽을 가로막고 있는 길고 큰 산맥이다.
“후욱! 후욱! 라, 라임, 마… 마법사 맞아?”
레나가 숨을 후욱거리며 다가와서 말했다. 뒤를 보니 다른 여인들도 새파란 얼굴이었다.
쯧쯧!
“여기서 휴식하도록 하지. 일단 모여.”
근처 나무들의 생명력을 흡수해서 여인들에게 전해주자 그제야 그녀들의 얼굴이 펴졌다.
“라임, 나랑 헬라 언니는 그렇다 쳐도, 하이네 언니와 이론드, 그리고 베나에게는 벅차다구!”
“지금 우리가 놀러왔냐? 게다가 생명력을 전하면 피로 회복 되니까 버텨. 그래야 체력이 빨리 붙지.”
내 말에 레나가 질렸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레나랑 맨 처음 수행 나갔을 때도 그랬었지.
“알았어. 정 그렇다면 좀 더 쉬엄쉬엄하지, 뭐.”
일단은 여기에서 휴식해야 하나? 추위는 내가 만든 마법 무구 ‘자동 온도 조절기 팔찌’를 모두가 착용하고 있어서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맨땅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는 무언가가 있는 게 좋겠지.
“생명 없는 신기(神機)의 창조.”
우득우득! 파직파직! 번쩍!
“이건…….”
헬라 양이 놀란 얼굴이 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흙과 돌, 나무가 뒤섞인 매우 그럴듯한 집이 나타났으니까.
“자, 이왕 쉬는 거 안에 들어가서 쉬자. 모두 들어와.”
“라임, 언제 이런 게 가능해진 거야? 나 몰래 수행했구나! 치사해!”
“치사하기는……. 내가 언제 몰래 수행했냐? 저번 사태에서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그게 치사한 거지!”
레나가 화를 내며 볼을 부풀렸다.
어째 점점 더 어려지는 것 같단 말이야. 여자는 모두 애라더니… 가 아닌가? 남자가 모두 애라고 했었나? 뭐, 아무렴 어떻겠어.
“자, 그만 하고 쉬자고.”
“화려하군요.”
하이네가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럴 만도 한 게 어차피 내가 쓰는 것은 일일이 컨트롤할 필요가 없으니까.
이 집을 만드는 설계도를 저장해두면 알아서 자동으로 지어진다. 이 세계의 NPC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유저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지.
“방은 나뉘어 있지 않지만 샤워실은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화장실도 따로. 그 정도는 해놨으니까 식량만 있다면 얼마든지 머무를 수 있습니다.”
“마스터는… 정말 대단하시군요.”
하이네 양이 그 매혹적인 눈을 반짝이며 나를 보았다. 마치 먹이를 눈앞에 둔 고양이 같은 눈빛이라 등 뒤가 서늘했다.
왜 그런 눈빛을 하시는 겁니까, 하이네 양?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참았다.
“자, 들어가죠.”
안은 커다란 원룸이다. 총 40평 정도의 커다란 방이 하나 있고, 주방과 화장실 겸 샤워실이 설치되어 있다.
마법의 힘으로 보온, 냉방까지 완벽하게! 지붕에는 큰 물탱크가 있어서 마법으로 습기를 모아 물을 저장하는 기능까지!
지금 전화하세요! 1588-2424!
…라고 홈쇼핑 광고에 내보내면 좋겠군.
“무슨 생각하면서 히죽대는 거야? 기분 나쁘게.”
“아니… 집이나 만들어서 팔려고. 이거 재료비도 안 들잖아?”
내 말에 레나가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왜 그런 눈이야?”
“또 돈 생각이야? 이론드랑 베나가 보고 뭘 배우겠어?”
“뭘 배우긴. 돈 버는 걸 배우지.”
“하아!”
레나가 요새 신경질적인 것 같단 말이야.
“네 마음대로 하세요. 그런데 집을 이렇게 지으면 어떻게? 우리 옷 갈아입는 건 어떻게 하라고!”
“그냥 갈아입으면 되잖아?”
“지금 우리 옷 갈아입는 거 지켜보겠다는 거야, 뭐야! 이 응큼쟁이!”
레나가 소리를 빼액 지르는데, 그 옆에서 하이네 양이 생글생글 미소 지으면서 무서운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머! 마스터께서 원하시면 저는 언제든지 벗을 수 있답니다? 지금 벗어도 될까요? 안 그래도 땀을 많이 흘려서…….”
헐! 진짜 벗는다!
“그만 해욧!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어머! 동생, 정정당당히 마스터를 쟁취하자고 저번에 이야기 끝났잖아? 나는 정정당당하게 마스터를 유혹하는 거야.”
나 없는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오간 거야, 대체?
“이게 어떻게 정정당당해요! 그, 그리고 이미 라임의 입술은 내 거란 말이야!”
어이! 지금 그걸 이야기하는 거냐!
“뭐… 뭐라고!”
“아아… 마… 마스터께서…….”
이론드와 베나가 충격 받은 얼굴로 쓰러졌다.
아니, 지금 이 사람들이 뭐 하는 거야?
“에… 저기… 어떻게 된 이야기입니까, 이거.”
헬라 양이 곤란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역시 누님! 저 온화한 미소를 보라!
“마스터께서 자리에 계시지 않을 때 하이네가 레나에게 마음을 드러냈어요. 그때 레나가 정정당당히 사랑을 쟁취하면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해서…….”
“에엑?”
이게 뭔 소리야? 그러니까 지금 하이네 양이 나를 조… 좋아한다, 이 말이야? 내가 신분 세탁하러 중, 고등학교 다닐 때도 나 좋다고 한 여자 애가 없었는데!
“그래서 저희 모두 그 말에 동의했어요.”
“그렇군요. 모두 동의… 그런데 왜 모두가 동의한 겁니까?”
“그건… 제 입으로는…….”
헬라 양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며 내 시선을 피했다. 그녀가 시선을 돌린 곳을 따라가 지그시 봤더니 점점 얼굴이 붉어졌다.
어허! 헬라 누님 귀엽네.
아니, 지금 귀여운 게 문제가 아니지. 이거 설마…….
따악!
“아야!”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뒤를 돌아보니 레나가 쌍심지를 켜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야! 뭐 하는 짓이야, 지금!”
“아니, 잠깐 새로운 진실을 알고자 추리를 하고 있었지.”
“이 바람둥이! 나뿐이라고 했으면서! 으엉엉엉엉!”
“아… 아니… 울지 마. 응? 나한테는 정말 너뿐이라니까.”
“저리 가! 이 바보! 으아아앙! 아빠아!”
레나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이 녀석이 이렇게 갑자기 울어버릴 줄이야!
아니, 그나저나 다른 여자들은 왜 안 말려?
나는 그렇게 레나를 달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했다.
***
끼악! 끼악!
몬스터가 사는 숲은 마숲이라고 부른다. 마숲의 밤은 상당히 시끄러운데, 마수 중에는 야행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엄청나게 시끄럽군.”
확실히 마숲의 밤이 시끄럽기는 한데… 오늘은 좀 더 특이하게 시끄러운데? 여기저기에서 서로 잡아먹는 소리가 아주 그냥 다이나믹하게…….
“후우…….”
집의 지붕에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니 그라곤이라는 야행성 비행형 몬스터가 날아다니고 있는 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