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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강화
“먹으면서 들으세요. 우리가 한 일주일 정도 숲 안으로 들어왔거든요? 그동안 해치운 몬스터가 꽤 많기는 했는데, 이 안쪽은 이제 그 유명한 대산맥 아르혼 산맥입니다. 지금까지는 입구였을 뿐이거든요.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강한 몬스터가 아주 많을 거예요. 아마 오크 부락이 있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걱정은 마세요. 제가 있으니 위험하지는 않으니까. 수련하기는 딱 좋을 거예요.”
내 말에 모두가 멍한 얼굴을 했다.
“저… 저기… 마스터.”
“예, 이론드.”
“오… 오크 말씀이신가요?”
“예, 바로 그 오크입니다.”
“오우거도 잡아먹는 그 오크요?”
“예, 바로 그 오크입니다.”
이 세계의 오크는 상당히 위협적인 몬스터다. 일단 숫자가 많다. 게다가 지성도 있고, 문화도, 나름의 문명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인간처럼 부족이나 나라를 세우기도 하는데, ‘라이프 크라이’의 설정에 보면 5백여 년 전에 오크들의 나라가 설립된 적이 있다고 한다.
오크는 태어나면서 전사라고 불릴 정도로 몸이 튼튼한 종족인 데다, 나이를 먹을수록 노쇠하지 않고, 도리어 덩치가 커지고 강력해진다고 한다. 또한 매우 호전적이며, 전쟁의 신을 믿는 데다, 나이를 먹어 덩치가 커지고 강력해진 특별한 오크인 워로드나, 워샤먼을 부족장으로 삼는다.
오크가 만약 1백 살을 넘게 되면 그 덩치가 오우거만 해지고, 오우거보다 힘도 3배나 강력해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건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위… 위험한 거 아닌가요?”
베나가 더듬거리며 묻기에 빙긋 웃어주었다.
“괜찮아요, 베나 양. 제가 있으니까. 그럼 식사를 끝내고 수련 겸 사냥을 시작하죠.”
잠시 후, 식사가 끝이 났다. 여자들이 정리를 하는 사이에 나는 밖으로 나와서 어스 솔저를 30여 기 꺼냈다.
너무 많으면 수련하는데 좋지 않으니까.
“그럼 출발하죠.”
집 근처에 마법 함정을 수십 개 만들어놓고 출발했다.
지치면 생명력을 흡수시켜 피로를 회복하며 안쪽으로 상당히 들어가자, 슬슬 몬스터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맨 처음 나타난 몬스터는 ‘와다그’라고 부르는 녀석이었다.
“이론드, 구속 마법! 하이네 양은 공격을! 진형을 짜요!”
이론드가 약간 경직된 몸으로, 그러나 침착하게 지팡이를 두 손으로 잡고 마법을 준비했다. 그러는 사이에 헬라와 베나가 각기 검과 화살로 와다그를 견제했다.
크앙!
와다그는 십수(十手)를 지닌 괴물로, 몸은 곤충처럼 갑각으로 뒤덮여 있고, 형태는 지네를 닮았다.
보통 때는 10개의 다리로 땅을 기어서 내달리는데, 전투태세에는 몸을 뱀처럼 세워 여러 개의 다리를 휘둘러 공격한다.
그 다리라는 게 상당히 길고 딱딱하고 뾰족한 데다, 힘도 좋아서 잘못 꿰뚫리면 그대로 즉사다.
카캉! 카캉!
와다그는 4개의 다리를 땅에 디딘 채로, 나머지 다리가 달린 긴 몸뚱이를 일으켜 다리를 휘둘렀다.
때로는 몸 자체를 내리찍으며 공격했지만, 헬라는 정면에서 침착하게 다리 찌르기를 막아내며 간간이 칼을 휘둘러 녀석의 배를 그어대고 있었다.
베나 역시 뒤에서 마법의 활을 들어 녀석의 몸 이곳저곳에 화살을 쑤셔 박는 데 열중했다.
“나의 의지가 여기에 있으니! 내 의지에 의해서 그대는 움직이지 못하리라! 마력 포박!”
그때 이론드의 마법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번쩍! 하는 소리와 함께 이론드의 지팡이 끝에서 뿜어진 광채가 긴 줄이 되어 뻗어나가서 녀석의 몸을 휘감았다.
키에엑!
녀석이 거칠게 몸부림쳤지만 아까처럼 자유로운 몸부림이 아니었다.
헬라가 마법 검을 들어 내리치자 녀석의 다리가 서컹! 서컹! 하고 잘렸다.
“모두 물러나! 뜨거운 태양의 여신의 숨결을 이곳에! 화염의 숨결!”
하이네가 두 손을 뻗자 그녀의 두 손목에 있는 마법의 팔찌가 마력을 증폭하며 빛을 냈다.
화르르륵!
곧이어 거대한 화염이 허공에서부터 생겨 떨어져 내린 후, 녀석의 몸을 약 15초간 달구다가 사라져 버렸다.
키… 키익!
그렇게 뜨거운 열기에 15초나 당했음에도 녀석은 죽지 않았다. 그에 마무리는 헬라가 했다.
콰직!
“좋습니다, 좋아요. 하지만 이론드 양, 좀 더 침착해야겠습니다. 아까 마법을 연성하는데 약간의 실수를 해서 연성이 늦어졌습니다. 하이네 양은 합격점입니다. 이제부터는 더 빠르게 마법을 연성하는 데 주력해주세요. 그리고 헬라 양, 잘하셨습니다. 하지만 동료들이 뒤에 있으니 너무 무리하게 공격하는 것은 고치셔야 할 것 같군요. 베나 양, 활은 단 하나도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다음부터는 급소를 노리도록 하세요. 모든 생명체는 눈과 입 근처가 급소니까요.”
내 말에 여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였다.
“자, 그럼 다음 파트로 가죠. 우선 이 녀석은 가방에 넣으세요.”
하이네가 나서서 와다그를 공간 확장 가방에 넣었고, 우리는 안쪽으로 계속 행군을 시작했다.
키에엑!
그때, 나무 위쪽에서 거대한 낫과 같은 두 팔을 가진 그레이 맨티스가 튀어나오며 떨어져 내렸다.
카강!
헬라와 레나가 재빠르게 반응하며 녀석의 두 팔을 막았고, 동시에 이론드가 아까와는 다르게 꽤 빠른 속도로 포박의 마법을 사용했다.
키악!
빛의 그물에 뒤덮여 몸을 뒤흔드는 녀석의 머리로 베나의 화살이 날아가 박혔다.
흠… 깔끔한 솜씨로군.
“좋아! 계속 갑니다!”
“이예!”
그렇게 우리 일행은 안쪽으로 계속해서 들어가며 사냥을 했다.
***
숲에서 사냥을 한 지 벌써 다섯 달째가 되었다.
물론 그동안 수도에 있는 집에 다녀오기도 했고, 여자들 몰래 틈틈이 마력 합금을 만들고, 어스 솔저의 숫자를 늘리고, 언데드 타이탄을 제작했다.
언데드 타이탄! 무려 50여 미터짜리 거대한 언데드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내 목표이다!
“영혼 지배!”
죽인 몬스터의 영혼을 붙잡아 녀석들의 뼈에 봉인해버렸다. 그리고 그 뼈는 ‘생명 없는 신기(神機)의 창조’를 이용해 하나로 합쳐 거대한 뼈 덩이로 만들었다.
후후! 지난 다섯 달 동안 모은 뼈만 해도 무게로 몇십 톤은 된다.
내가 왜 이걸 모았느냐고? 바로 언데드 타이탄을 만들기 위해서이지.
“라임! 큰일 났어!”
“뭐가 큰일인데?”
언데드 타이탄의 설계도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레나가 옆에서 호들갑을 떨었다.
여기는 숲에 만든 아지트. 이제는 별장이라고 할 만하다.
“엘린 언니한테 연락이 왔는데, 지금 전쟁이 났대!”
“전쟁?”
“응! 지금 랑고트가 옆 나라 아이바크하고 맞붙었다는데?”
벌써 전쟁이야? 나는 한 일이 년은 있다가 붙을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