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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강화
“그래서? 어떻게 된 거래?”
“아이바크에서 먼저 선공을 했대. 그래서 초기에 피해가 많이 났는데, 사령 마법사 조합이 나서면서 전세가 뒤집혔다고 하던데.”
“아이바크가 선공?”
그건 또 새로운 정보로군. 랑고트에서 먼저 침략한 게 아니라는 건가? 흠… 아이바크도 랑고트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단 말이로군.
그렇다면 랑고트와 또 다른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젤펜다임, 듀란과 헬펜이 문제다.
랑고트는 동쪽으로 아이바크, 아이바크 밑에 있는 듀란, 듀란의 밑에 있는 헬펜, 그리고 헬펜의 서쪽에 위치한 젤펜다임 등 총 4개의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상태다.
그것은 랑고트가 조금 길쭉한 형태의 영토이기에 일어난 일이다.
이런 상태에서 랑고트가 나라를 유지한 것은 랑고트의 전력이 다른 나라들보다 상당히 강하기 때문.
마법이나 문명이 조금 낮다 하지만, 기이하리만치 마스터의 숫자가 다른 나라를 압도한다. 랑고트에는 대전사라 불리는 자가 무려 1백여 명에 달한다.
전사의 나라 랑고트에서 대전사란 마스터를 의미한다.
마스터 캐릭터가 1백여 명! 이것은 대단한 전력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마스터라고 해도 결전 병기인 고렘과 일대일로 싸우지는 못한다. 그러나 랑고트도 다른 나라보다 조금 후지긴 하지만 고렘을 보유하고 있기에, 고렘이나 마법 전력에서 밀리는 것을 커버하고 있다.
“아이바크가 선공을 했다라… 듀란이나 헬펜은?”
“에? 그 두 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어.”
“그래?”
흠… 듀란과 헬펜은 그저 두고 보는 건가? 젤펜다임이야 여력이 없다지만…….
아니, 분명 듀란과 헬펜도 움직인다. 아이바크가 혼자서 움직이지는 않았을 거야. 랑고트의 전력이 강해지면 그들도 위험해지기는 마찬가지이니까.
하지만 지금쯤이면 스승님이 바로 그 가공할 비밀 병기를 완성하셨을 터. 그렇다면 삼국이 달려든다고 해도 랑고트에 승산은 있다.
“스승님이나 조합에서 나에게 연락이 없었으니 아직 내가 돌아갈 필요까지는 없겠지.”
흠… 전쟁이라. 잘만 하면 크게 한몫 벌 수는 있을 텐데. 하지만 내 가족들이 걱정인데……. 레나야 현실의 육신을 얻었으니 여기서 죽는다고 해도 별거 없지만, 다른 여자들은 안 그러니까 말이야.
“그런데 너는 뭘 보고 있는 거야?”
“설계도. 좀 대단한 걸 만들려고.”
‘생명 없는 신기(神機)의 창조’의 단점이라면, 한 번은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설계도를 ‘생명 없는 신기(神機)의 창조’에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데드 타이탄도 일단 만들기만 하면 다음에는 시체만 수백 구 있으면 단번에 만들 수 있다. 지금처럼 뼈를 따로 추려서 일일이 부품을 만들 필요 없이 말이다.
“또 뭘 만들려는 건데?”
“글쎄… 내가 실력이 안 되니까.”
저번 전투로 깨달은 것이 있다. 다른 유저들 대부분은 자신이 강해지는 길을 택했다. 일명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로망인 일인 무적 말이다.
일수에 산을 부수고, 일격에 바다를 가른다.
절대 무력.
그것을 목표로 유저들은 나아가고 있다. 사우전드소드도 그렇고, 그 베헤만 녀석도 그랬다. 아마 칼츠도 그렇게 하고 있겠지.
예전이라면 나도 개인 무력을 키우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을 시작할 때 고른 랜덤 선택에 따라서 나는 네크로맨서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개인 무력이 아닌 집단 무력을 창조하는 녀석이 되었지.
그래서 실제로 나 자신은 상당히 약해져 버렸다. 제대로 된 공격은 강마사악의 창 정도.
그 외의 다른 마법들을 수백 가지 알게 되고 조합을 통해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게 되기는 했지만, 개인 무력을 중심으로 성장한 녀석들과 차이가 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게 내가 저번의 전투로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장점에 모든 것을 투자한다! 그것을 위해서 언데드 타이탄을 제작하고야 말겠다.
“정리는 다 된 거야?”
“응.”
“그래? 그럼 나도 나가야겠군.”
아르혼 산맥 안에 마련한 아지트는 원래 커다란 원룸이었지만, 레나의 강력한 요청으로 각각의 방을 만들었다.
“준비 다 끝나셨습니까?”
“예!”
모두가 대답했다. 다섯 달 동안의 수련의 성과로 그녀들도 상당히 성장했다. 레나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마나 블레이드를 만든다거나, 마력이 엄청나게 강력해졌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전을 경험함으로써 무기를 다루고, 마법을 사용하고, 전투 상황의 임기응변에 능해졌다.
나는 그녀들이 조금 다쳤다 해도 나서는 법이 없었다. 어차피 상처야 생명력 흡수로 치료하면 되니까.
그녀들은 상처를 입고, 때로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그녀들은 숙련되어갔고, 점차 익숙해졌다.
불과 다섯 달이지만, 다른 용병들이 수년 동안 경험할 전투를 모두 겪었다. 아르혼은 그만큼 많은 몬스터들이 있었고, 또한 많은 위험을 이겨내야 하는 곳이다.
그녀들도 알고 있다. 내가 없었다면 진즉 죽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그녀들은 나를 믿고 조금씩 대담해져 갔다.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서 그녀들은 강해졌다.
몬스터와의 전투는 이제 충분히 경험했다. 이 정도면 기본적인 실력은 갖추어진 셈이다.
레나의 레벨만 해도 벌써 85이고, 헬라와 베나는 각각 42와 45다. 그리고 하이네와 이론드는 52와 46으로 헬라와 베나보다는 높다.
이제 살아남을 기반은 닦았다. 몬스터 사냥은 그만 해도 되겠지. 이제부터는 사람들과 부딪치는 일을 할 것이다. 우선은 상인들의 호송 의뢰 같은 것부터 할까?
“자, 그럼 오늘 사냥을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가죠.”
“정말인가요?”
하이네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입니다.”
아지트에 결계를 설치하고서 우리는 걸음을 옮겼다. 공간 이동으로 순식간에 가도 되지만, 어디까지나 수행 겸 사냥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니까 걸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저희 체력도 많이 좋아졌지요?”
“확실히……. 하지만 좀 더 좋아져야 합니다. 마법사라고 해도 체력이 약하면 전투 시 마법을 사용할 때 힘들거든요.”
하이네 양의 말에 웃으며 대꾸해주었다.
“호호호! 지당하신 말씀이네요. 앞으로 수련을 더 해야겠어요. 그래서 말인데… 마스터, 밤에 특별한 수련을 저에게 시켜 주지 않으시겠어요?”
“거기! 언니! 자꾸 라임에게 그렇게 노골적으로 할 거야!”
“응? 레나야, 너도 나처럼 하면 되잖아?”
그 말에 레나의 얼굴이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