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33화 (23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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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들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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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레나에게 주었던 마갑의 반지를 다른 여인들에게도 모두 지급했다. 하이네와 이론드에게는 마법사 전용의 마력 증폭의 힘이 있는 마갑을 주었고, 베나와 하이네에게는 레나와 같은 마갑을 주었다.

나 역시 마갑을 저장한 반지를 새로 손가락에 꼈다.

탈착 시 알몸이 되는 문제도 해결했으니까 이걸로 전력 상승은 당연!

이로써 제조에서만큼은 나를 따라올 유저는 없다. 아니, 이제는 NPC들 중에서도 드워프를 제외하고는 나를 따라올 자가 없는 지경이다.

물론 단체로 이야기하면 조금 곤란하기는 하다. 나는 아직 그 언데드 워커 같은 정교하고 거대하며 강력한 물건은 모르니까.

같이 사냥을 가서 수련을 하고 온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추운 겨울과 조금 덜 추운 봄이 가고, 이 북부의 대지에도 얼음이 녹는 여름이 왔다.

이 동네의 여름은 다른 나라로 치면 조금 따뜻한 가을 정도라서 여전히 추운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사령 마법사 조합의 마법으로 대규모 농토의 환경을 바꾸어 곡물의 양이 상당히 증대되었다.

아이바크는 패전을 계속했고, 듀란과 헬펜이 끼어드는 바람에 전쟁은 종전되었다.

사실 전쟁을 계속하자면 계속할 수 있고, 더 밀어붙이면 아이바크는 확실히 잡아먹을 수 있지만 랑고트는 종전을 하고 전쟁 배상금을 타냈다.

다른 나라는 랑고트의 온순한 대처에 의문을 표시했지만, 랑고트에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오크들이 서쪽의 대산맥 아르혼에서 대규모로 뭉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슬슬 오크들의 진격이 시작되겠군.”

나는 지금 언데드 타이탄의 설계도를 들여다보며, 예전에 5개월간 사냥한 시체들을 짜 맞추고 제련하고 있다.

팔다리, 몸통, 머리를 모두 따로 만들고, 최종적으로 이어붙일 생각이다.

작업을 하면서 오크들에 대한 생각을 했다.

오크들은 왜 모여든 걸까? 아라한 컴퍼니가 만든 이벤트일까? 아니면 뭘까?

이로써 오크와 인간의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만들어진 세계. 하지만 또 다른 현실인 이곳. 나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려는 걸까?

“후우…….”

나는 능력이 있다. 사실 다크 게이머로 활동하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 주식을 해도 되고, 투기를 해도 되고, 프로그래머로 활동해도 되겠지.

그럼에도 내가 다크 게이머를 하는 것은 게임이 좋아서이다. 특히 가상현실이라는 것이 좋다.

거창한 목적은 없다. 그저 게임을 하며 삶을 연명할 자금을 벌어들이는 정도가 목적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이 또 다른 현실에서 무엇을 원하는가?

어쩌면 아라한 컴퍼니는 이 세계를 만듦으로써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탄생이 그들의 실험에 의해서이듯이.

“언제나 그렇듯 준비는 해놔야겠지.”

나는 미래를 준비한다. 그래서 음험한 학살자라는 별명을 얻은 것이지만.

“룰루~”

콧노래를 부르며 부품을 짜 맞추고, 일일이 마법을 걸었다.

이 녀석을 만드는 데 오로지 순수한 시체와 내 마력만이 들어갔다. 시체에 마력을 부여해 마력 합금처럼 만들고, 그것을 다시 시체들과 결합시키면서 특수 마법을 몇 가지 부여했다.

그렇게 팔다리, 몸통, 머리를 만들고 나서 결국 하나로 결합 시켰다.

“깨어나라! 언데드 타이탄!”

쿠구구궁!

마법진에는 각종 마력 증폭을 위한 시약을 잔뜩 뿌렸고, 주변에는 사마력을 발생시키는 음험한 마법진을 추가로 설치했다.

거대한 사마력이 폭풍처럼 흔들리면서 거대한 녀석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쿠르르릉!

그러자 곧 높이 50여 미터의 거구를 지닌 죽음의 거인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무려 1천 마리가 넘는 몬스터의 사체를 가지고 만든 죽음의 거인이 드디어 완성된 것이다.

“으하하하!”

좋아! 완성이다! 만들 수 있을 줄 알았지! 으하하하!

“일어서라! 언데드 타이탄! 나의 병사여!”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1천이 넘는 몬스터의 시체, 그리고 그 몬스터들의 영혼을 매개체로 하여, 랑고트 왕국의 왕성에서 살아가는 자들의 원념(怨念)을 긁어모았다.

본시 죽음과 망자의 기운은 원념과도 통하는바. 그것들이 서로 공명하며 한곳에 모여드는 속성이 있다는 것은 저주받은 왕의 서클릿의 여러 가지 지식에 나와 있는 정보다.

그 지식을 이용해서 원념을 긁어모으고, 그렇게 긁어모은 원념을 강대한 에너지로 변환하여 사용한다.

그로써 이 괴물은 완성되는 것이다.

그그그그그! 쿠우웅!

녀석이 일어나 섰다. 여기는 내 집에서 지하로 1킬로미터나 파고들어 만든 비밀의 지하 공방. 누구도 여기에 이런 게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어어어!

녀석은 전신에 흑색의 철갑을 걸치고, 머리에는 입만이 드러난 투구를 썼다. 그리고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금속의 안갑에는 66개의 마법의 보석이 눈 대신 빛을 발하고 있다.

이것이 언데드 타이탄! 내가 만든 절대 파괴 병기!

언데드 워커에 비하면 그리 강력하다고 할 수 없지만, 시체 1천과 내 마력을 증폭시킬 마법진만 있다면 만들어낼 수 있는 마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작 단가가 싸다는 거지!

“조용히!”

내 말에 쿠웅! 하고 녀석이 입을 다물고 섰다.

“들어가라!”

아공간 주머니에서 빛이 일고 녀석의 몸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아공간 주머니로 빨려 들어가 버린 것이다.

“좋아! 이거 본격적으로 하면 이 세계 정복도 가능하겠는데?”

위력은 분명 언데드 워커에 비하면 상당히 약하지만, 나의 언데드 타이탄은 가격 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싸다.

즉,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말씀.

언데드 타이탄 20기만 있어도, 십만 군대 정도는 그대로 뭉개버릴 수 있다.

언데드 타이탄에는 수백 가지 마법이 들어가 있어 마법 저항력이 막강하고, 언데드 브레스라고 하는 특별한 기술과 망령, 원념, 증오 같은 부정적 기운을 무차별적으로 흡수하여 힘으로 사용하는 능력까지 갖추었으니까.

어디 보자, 그럼 언데드 타이탄을 대량생산해볼까? 그러려면 오크 부족과 전쟁을 하는 곳에 가서 그 시체들을 써먹으면 좋겠군그래.

그런데 그놈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삐익삐익!

“응?”

그때 위에서 나를 찾는다는 알림판이 빛을 발했다. 그에 공간 이동을 해 바로 집으로 돌아와서 나를 찾은 이를 바라보았다.

“헬라 양, 무슨 일인가요?”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마스터.”

“손님이요?”

“예. 랑고트 왕국의 사자라고 하는데…….”

“나가보죠.”

랑고트 왕국의 사자? 그 인간들이 왜 찾아온 거야?

응접실로 가보니 웬 중년인 1명하고 2명의 전사가 서 있었다.

이 나라에는 기본적으로 귀족과 왕족은 있지만 기사는 없다. 게다가 이 나라의 귀족이란 것은 뛰어난 전사만이 될 수 있다. 귀족의 자식이라고 해도 전사로서의 능력을 검증받지 않는다면 귀족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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