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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대전
“이 집의 주인인 사령 마법사 라임입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위대하신 건국 왕이자 대전사 쓰랄 님의 후손이신 록타르 3세 폐하의 전언을 가져온 전사 우룰투라고 합니다.”
중년인은 그의 뒤에 선 두 전사에 비해 오히려 더 강한 힘을 지닌 듯했다.
“앉으시지요.”
“그럼.”
그와 나는 나란히 마주 앉았고, 곧이어 헬라 양이 다과를 직접 가지고 왔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귀하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사령 마법사 조합 측으로부터 들었습니다. 또한 대산맥 아르혼에서 준동한 오크들의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린 것이 바로 귀하라는 이야기도 이미 들었습니다. 이에 본 왕국의 지배자이신 록타르 3세께서는 귀하에게 오크 정벌군의 제2군단의 참모장으로 함께해주었으면 한다는 어지를 내리셨습니다.”
제2군단의 참모장? 흐음…….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있으실 텐데요?”
“초마도사이신 데스나크람 님의 추천이 있으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서신도 여기…….”
이런, 망할! 스승님이 수를 썼구먼! 쯧! 그렇다면 빼도 박도 못하잖아! 제길! 출진 전에 이리드나 확인하러 가야겠군.
그러고 보니 무려 8개월 동안 이리드 확인을 안 했으니, 원. 하기야 너무 많은 마법 지식을 얻어서 그거 정리하는 것만 해도 빡빡했으니까.
서신을 열어보니 스승님다운 장난스러운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걸 본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참모진은 마법 병단으로서의 활약도 동시에 하는 거로군요?”
“맞습니다. 현재 제3군단이 출진 준비를 하고 대산맥 아르혼 아래에 집결해 있습니다. 귀하께서는 사령 마법사 조합의 마법사들을 이끌고 병단의 전략을 구성하고, 마법 전력으로서 활약하시게 될 겁니다.”
그는 각 군단마다 각기 2만의 병사들과 2천의 저그린 EX, 그리고 랑고트 왕국의 고렘인 아이스 할버드 1백 기가 같이하고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스승님의 명도 있고 하니 참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내 말에 사신은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집결 날짜가 적힌 서류와 여러 가지 정보가 적힌 보고서, 그리고 임명장을 놓고 가버렸다.
“마스터, 전쟁에 참여하실 건가요?”
“음… 아무래도 그래야겠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참여해서는 안 되겠죠.”
“위험하기 때문인가요?”
“예.”
헬라 양의 질문에 짧게 긍정해주었다.
“저 혼자라면 상관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가족을 단 하나라도 잃고 싶지는 않군요. 엘린에게 말해두겠습니다. 앞으로는 상단의 호송에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아직 마스터 품속의 어린아이군요.”
“시간이 지나면… 제 품에서 독립할 수 있게 되겠지요.”
헬라 양은 나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응접실을 나갔다.
흠… 내가 너무 감싸기만 하는 걸까나. 그래도 위험은 최소화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라서리. 쩝! 뭐, 나 없이 호송 일을 하는 것도 큰 경험이 될 테지. 최소한의 안전 장치는 해두었으니까.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스승님의 명이기도 하니까… 군을 지휘하러 가볼까.”
어차피 참모니까 내가 직접 지휘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옆에서 계획만 짜는 것은 오히려 내 특기지.
@오크 대전
오크! 오크! 오크! 오크! 오크! 오크!
-오크들의 외침-
“이번에 참모장으로 발령받은 사령 마법사 라임입니다.”
집결 날짜가 되어 집결 장소로 갔더니, 임관식이 어쩌고저쩌고, 여러 가지 행사가 어쩌고저쩌고하고는 드디어 군대가 출진을 시작했다.
1군단은 미리 이동해서 대산맥 아르혼 아래에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내가 속한 2군단은 그 1군단에서부터 남쪽으로 약 20킬로미터쯤 떨어진 장소에 도착해 진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어서 오게. 내가 제2군단을 책임지고 있는 케록트라네.”
지휘관들의 회의 막사. 다른 나라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막사는 동물 가죽으로 만든 천이 두툼하게 이어져 있고, 안에는 양털이 들어간 이불인지 방석인지 모를 것이 깔려 있었다.
중앙에서는 불이 피어오르고 있고, 모두가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상석으로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는, 다른 이들보다 체구가 1.5배쯤 커 보이는 거구의 중년 사내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전사 케록트! 제2군단장이며 대장군이라 불리는 자. 듣기로는 손도끼 2개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무시무시한 전사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2개의 도끼가 특기인데.
“마법사라고 들었는데… 차림은 전사 같군.”
“몸으로 하는 전투도 제법 할 줄 압니다.”
“흠… 전투 마법사인가? 저 남쪽의 국가에 그런 자들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사령 마법사인 자네가 그런 마법사일 줄은 몰랐군.”
“마법사들도 다 성향이 제각각이죠.”
“앉게.”
“감사합니다.”
회의는 오크들을 막아내는 방법을 논의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기본적으로 방벽을 만들고, 장거리 투사 무기로 오크의 무기를 약화시키고, 근접전이 발생하면 최대한 희생을 적게 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야만의 나라, 전사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이 랑고트 왕국도 왕국이 된 지 오래되어 다른 나라들의 여러 정책과 전략을 배우고 흡수한 듯했다.
“자네는 할 말이 없는가?”
“저로서는 저와 같이 온 사령 마법사들과 함께 마법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말밖에는 드릴 게 없습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만, 마법적 함정을 준비할까 합니다.”
“함정?”
“다수의 마법진을 중첩하여 만들어두면 오크들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마법진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마법 재료들이 상당히 고가의 물건들입니다. 그래서 많은 자금이 들어간다는 것이 문제죠.”
“자금 걱정이라면 하지 말게. 나 역시 대족장 중의 하나! 내 부족 전사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어찌 돈을 아끼겠는가?”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함정의 준비를 하겠습니다. 적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이쪽으로 밀고 내려온다면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부탁하지.”
그 후로도 여러 가지 논의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회의가 파했다.
“후우! 쉬운 일은 없군.”
회의가 끝나고 나니 벌써 밤이었다. 나에게 배속된 사령 마법사들은 일단 자고 내일 봐야겠지?
나는 내 막사로 정해진 곳으로 돌아가 짐을 풀고 잠을 청했다.
푹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챙겨 먹었다.
이제 나에게 배속된 사령 마법사들을 만나볼 차례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들이 모여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