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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대전
“어서 오십시오, 데스나크람 님의 제자이신 라임 님.”
이거, 이거, 이쪽도 꽤 한가락하는 사람들만 모였군.
“만나서 반갑습니다. 라임이라고 합니다. 저의 스승이신 데스나크람 님의 명으로 여러분들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령 마법사의 수는 72명. 상당한 숫자다. 이 정도면 대마법진을 사용할 경우 단번에 몇천 단위의 사람 정도는 즉사시킬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겠군.
“이 자리에서 저보다 마법을 더 능숙하게 다루시는 분도 있으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하지만 이미 자리는 정해졌고, 쓸데없는 분란으로 전력을 약화시킨다면 그것은 큰 문제겠지요. 그러니 지금부터 항명하는 분에게는 제재를 가할 생각입니다.”
내 말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제재라고는 해도 별것 없습니다. 그냥 제명입니다. 이번 군사 작전에서 제명하고, 조합으로 되돌릴 뿐입니다. 그러니 별로 탐탁지 않으신 분은 지금 떠나셔도 좋습니다. 물론 그렇게 떠나신 후의 책임 역시 본인이 지게 되는 것은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그건… 무슨 의미요?”
개중에 나이가 조금 많아 보이는 중년 사령 마법사가 나에게 물어왔다.
“저로서는 여러분들을 징죄할 권한도, 능력도 없습니다. 그저 항명과 분쟁으로 군사 작전 수행에 지장을 주었다는 통보를 조합에 할 수밖에 없지요. 문제를 일으킨 분은 조합에서 직접 징죄할 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보고할 뿐이죠. 또한 저는 여러분을 통제할 생각도 없습니다. 저는 군단 사령부에서 내려온 지침과 전략을 여러분들께 명령서로 전달할 것이며, 그것을 제대로 수행할지 안 할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우두머리로서 이 자리에 있습니다만, 여러분의 반항과 나태에 의해 일어나는 일까지 제가 책임지지는 않는다는 말이죠.”
내 말에 그들의 눈이 매서워졌다.
“그럼 그 점을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저희가 소속된 제2군단은 총 다섯 사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각각의 사단에 배치되지 않고 독자적인 제6마법 사단에 귀속됩니다. 우리는 참모진이며, 동시에 마법 사단으로서 다른 사단들의 공격과 방어를 보조하게 될 겁니다. 질문 있습니까?”
“우리가 참모진이라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
“우리는 작전권에 대한 권리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마법사인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똑똑하겠죠. 그래서 각종 군사 작전 회의에서 목표가 결정되면 세부의 유인, 기습, 전투의 작전을 세우게 될 겁니다. 그건 저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닌 여러분들과 토의하여 가장 나은 작전을 내게 되겠죠. 물론 우리가 작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우리가 낸 작전보다 나은 작전을 다른 귀족이나 장군들이 내놓는다면 그걸 채택하게 될 겁니다. 그것이 바로 군단 사령부의 권한이니까요. 그럼 설명은 잘 알아들었으리라 믿습니다. 이번에 우리 마법 사단에 하달된 명령이자 작전 안건은 바로 함정입니다. 일단 토의를 시작해보죠.”
내 말에 72명의 사령 마법사는 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마법 함정에 대한 토의를 시작했다. 대량 학살을 위한, 그러면서도 아군에게 피해가 오지 않을 그런 마법 함정의 제작에 대해서 말이다.
이틀에 걸친 회의 끝에 함정을 결정하고, 그를 위한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사령 마법사들 중 몇몇은 마법을 통해 오크들의 동향을 탐지했다.
그러는 와중에 병사들은 꾸준히 간이 요새를 세웠고, 사령 마법사들이 달라붙어 그것을 강화시켰다.
오크들은 앞으로 열흘 후면 이곳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때는 모든 것이 단번에 결정 나게 될 것이다.
“빨리 움직여!”
2만이나 되는 병사들이 계속해서 성벽을 두툼하게 쌓아갔다. 흙을 뭉쳐서 마법 가마에 구워 그대로 쌓는 작업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성벽 주위로 크고 넓은 해자를 만들고, 그 해자에 사령 마법사들이 특별히 만든 독을 풀고, 마법으로 강과 연결해 물을 들이부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독지가 만들어졌고, 병사들은 성벽을 두텁고 높게 만드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와 동시에 요새 주변의 광활한 대지에 은밀하게 마법 함정을 위한 마법진을 만들어나갔다.
사령 마법사들 중 50명은 나와 같이 마법 함정을 만들었고, 나머지 22명은 다른 병사들을 도와 성벽을 강화하고, 해자를 넓히고, 흙벽돌을 만드는 데에 주력했다.
그리고 드디어 열흘이 지났다.
“준비는?”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북방의 전사인 우리들이 이렇게 성벽에 의지해야 하다니 한심하군.”
대전사 케록트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피해를 줄이는 길입니다, 대장군.”
“그건 맞는 말이야. 전사의 자존심도 나의 가족과 수하들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케록트는 그렇게 말하며 성벽 위에 선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성벽 위에는 전사들이 방패와 도끼를 들고 서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거대한 발리스타와 사령 마법사 조합에서 가져온 저그린 EX가 서 있고, 성벽의 사이사이에 설치된 제법 큰 나무 망루에는 사령 마법사 조합에서 제공한 마력포가 설치되어 있었다.
“시간이 있었다면 석탑을 세웠으면 좋았겠는데.”
“성벽이야 뛰어난 건축법이 필요 없지만 석탑은 무립니다.”
그래서 나무 망루를 세운 거지.
“후후! 자네의 활약도 기대하지. 드디어 온 듯하군.”
아르혼 산맥에서부터 나무들이 부서지며 넘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드디어 녹색의 물결이 모습을 드러냈다.
“들어라, 나의 형제들이여! 우리는 록타르 쓰랄의 자손! 피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자가 누구냐!”
“우워어어어어! 바로 우리입니다!”
“피와 명예를 위해 싸우는 자가 누구냐!”
“바로 우리입니다아아!”
“싸워라! 그리고 쟁취하자! 피와 명예를!”
“우워어어어어어어어!”
사기가 고양되고,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또한 나무 망루 위의 마력포가 사악한 마력을 끌어 모아 쏘아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부터 공격이 시작되었다.
키아아아악!
그것은 거대한 익룡을 연상시키는 괴물 와이번이었다. 그 와이번 위에서는 오크들이 투창을 들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오크! 오크! 오크! 오크! 오크!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
오크와의 전투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
***
“강마사악의 창!”
내 손에서 뻗어나간 검은 창이 하늘로 치솟으며 나를 향해 급강하하던 와이번을 찢어버렸다.
후두둑!
피의 비가 뿌려졌다. 하지만 나는 웃으며 더 높이 날아올랐다.
“덤벼!”
약해 빠진 것들! 하늘을 나는 것은 너희들만의 특권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