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크 대전
“확실한 치명타!”
스킬을 외치며 홱! 하고 도끼를 내던졌다. 날아간 도끼는 투창을 던지던 오크 놈의 머리를 박살 내고도 여력이 남아 더 날아가다가, 부메랑처럼 회전하며 내 손에 돌아왔다.
“작은 불꽃! 몰아치는 바람! 죽음의 기운 방사!”
내 특기인 조합 마법이나 먹으시지!
푸화아아악!
거대한 죽음의 불꽃 폭풍이 내 손에서 생겨나 주변을 쓸어나갔다. 와이번 놈들이 급히 뒤로 몸을 날리며 죽음의 불꽃 폭풍을 피해내려고 바동거렸다. 하지만 몇몇은 피하지 못하고 생기가 빨리며 불태워져 재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쿠와아아아아아! 오크는 물러서지 않는다! 오크는 강하다! 너 인간! 골통을 부숴버리겠다!”
“니미럴! 해보든가!”
한 놈이 창을 들고 돌진해오기에 더 높이 날아올라 그 창질을 피해내고 도끼를 후려쳤다. 그에 퍽! 하고 한 놈이 죽자마자 뒤에서 와이번이 불을 뿜었다.
으메! 뜨거워!
“마골의 방패!”
뼈로 이루어진 방패가 내 주변을 돌며 화염을 막아내는 사이, 강마사악의 창을 날려 보냈다.
이로써 처리한 와이번 라이더만 벌써 수십이야! 지상은 어떻지? 크크! 아무리 오크 놈들이라고 해도 독지를 맨몸으로 건널 수는 없을 터. 게다가 성벽이 의외로 높고 튼튼해서 저 상태로는 성벽을 부술 수 없을 거다.
그런데 오크의 수가 너무 많군! 무려 10만에 달하지 않는가? 와이번 라이더는 겨우 수백밖에 안 되지만…….
“쳇! 그런데 전부 다 달라붙지 않잖아!”
오크 놈들은 10만이나 있으면서 그중 겨우 3만이 해자에 다리를 놓고, 사다리를 가져다가 기어오르려고 하고 있었다.
“쯧! 강마사악의 창!”
이 질긴 와이번 라이더 놈들! 내가 예전에 만든 언데드 드래고닉 솔저 윈드 워커만 있었어도 이놈들은 다 죽었을 텐데! 비행 유닛을 안 만들어놓은 것이 내 실수다!
“날아오르라, 우리의 피조물들아! 날아서 저들을 죽여라!”
아래에서 강렬한 마력을 담은 주문이 울렸다. 그리고 곧 지상에서부터 나의 응원군이 솟구쳐 올랐다.
키에에엑!
그것은 가고일! 악마의 모습을 한 석상이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좋아! 이제 공중에 대한 공격은 어느 정도 막아지겠군!
나는 성벽의 마법 사단이 위치한 곳에 내려섰다.
“전황은 어떻습니까?”
“현재 아군의 사망자는 이천, 중경상자는 삼천입니다. 오크들은 칠천의 사상자가 생긴 듯합니다.”
“얼마나 죽었는지 정확하게는 모른다는 거군요.”
“오크 매직이 발동 중이라 파악이 정확하지 못합니다.”
“음…….”
나는 고개를 돌려 달려드는 3만의 오크를 바라보았다.
녀석들은 화살과 마법을 몸으로 견뎌 내며 성벽을 오르고 있었다. 녀석들의 몸에 둘러쳐진 붉은 기운이 마력탄과 화살의 위력을 경감시켜 즉사할 놈을 중상자로, 중상자를 경상자로, 경상자를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게 만들고 있었다.
“오크! 오크! 오크! 오크! 오크! 쿠와아아아아아아아!”
오크 놈들 전체에 붉은 기운이 서려 있었다. 저것은 나 역시 일전에 경험한바 있는 바로 오크 매직!
“크하! 여기 인간들의 머리가 많이 있다! 오늘은 인간 두개골로 근사한 장식을 할 수 있겠어!”
쿵! 하고 큰 소리가 나더니 10미터나 되는 성벽 위로 단번에 뛰어오른 놈이 있었다. 놈은 다른 오크보다 1.5배 정도 큰 3미터나 되는 거대한 덩치를 지니고 있었다.
울끈불끈한 근육에 왼손에는 큰 망치를, 오른손에는 큰 도끼를 든 그놈은 인상이 참 더러웠다.
“빨리 올라와! 이 어린놈들! 인간들을 뭉개버려! 더 큰 쿠와아아아아아! 가 필요하다! 인간 겁쟁이들의 머리로 장식해야 한다! 취이이익!”
녀석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이 들렸다. 그런 녀석을 향해 전사들이 도끼를 들고 달려들었다.
“취이익! 약해 빠진 인간! 취이익! 나는 오크다!”
퍼억! 하고 녀석이 망치를 한 번 휘둘렀다. 그러자 그 궤적 안에 있던 다섯이나 되는 전사들의 몸이 짓뭉개지며 성벽 밖으로 떨어져 나갔다.
“취이이익! 오크! 오크! 오크! 오크으으으!”
오크 놈들이 성벽을 기어올랐다. 수천이나 되는 오크가 붉은 기의 보호에도 불구하고 죽고 말았지만, 아직도 많은 수의 오크가 남아서 성벽 위로 올라섰다.
“록타! 물러서지 마라! 녀석들의 피로 영혼을 물들이자!”
“으으아아아아아!”
전사들의 눈이 흉포해졌다. 하늘에서는 가고일들이 와이번과 싸움을 벌이고, 성벽 위에서는 서로 물러서지 않는 전투가 전개되고 있었다.
“멋지군.”
그래.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 멋지다.
생사가 갈라지는 이 세계. 이 세계의 모든 것이 현실의 산 자들의 정신을 복제해 만든 허상이지만, 실상인 세계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나는 이들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고 멋지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것이 삶인가? 너희들은 지금 내 앞에서, 그리고 너희를 만든 세상을 향해 살아 있음을 외치는가? 이것이 ‘라이프 크라이’라는 거냐?
“마법 사단, 마법 준비! 신호하면 함정을 발동시키십시오!”
“라임 님, 하지만 아직 오크들의 본진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지금 함정을 사용한다고 해도 큰 피해를 입히기에는…….”
“적들의 유인은 내가 합니다. 함정을 발동시킬 준비를 하십시오!”
내 말에 사령 마법사는 일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임은 라임 님이 지셔야 할 겁니다.”
쯧! 끝까지 그냥 물러서지 않는군!
“강한 인간이군! 취이이익! 네 이름이 뭐냐, 인간!”
“나는 대전사 케록트! 너 오크의 우두머리여!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취이익! 대전사! 크하! 웃기는군! 겨우 그 정도로 대전사가 될 수는 없어! 크하하하! 나 가즈쿨의 이름으로 너 죽어라!”
쾅! 하고 대전사 케록트와 가즈쿨이라는 오크가 맞붙었다. 마나 블레이드가 생성되어 서로 부딪치고, 힘과 힘이 격돌하는 것을 보며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나는 내가 할 일을 하면 된다.
“공간 이동.”
공간을 넘어 급조된 요새 성벽에서 떨어진 허공에 섰다. 싸움이 벌어진 곳에서 조금 먼 곳.
여기면 적당하겠군.
“나와라.”
아공간 주머니가 빛을 발하며 내가 창조한 거신병기가 튀어나와 대지에 섰다.
쿠우웅!
언데드 타이탄. 나의 역작. 오로지 나 혼자서 만들어낸 나의 무기.
검은 거인 언데드 타이탄의 힘을 여기에서 보여 주지!
“공격. 언데드 브레스.”
언데드 타이탄의 두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거대한 사마력이 녀석의 몸에서 꿈틀대며 흐르고, 그것이 녀석의 쩍 벌어진 입에 모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