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에서의 습격
쿠릉!
땅이 마치 바다처럼 물결쳤다.
쿠릉!
먼지가 피어오르며 땅이 흔들리고, 그 일부가 불쑥! 하고 솟아올랐다.
쿠르르르릉!
그것은 금세 일어서서 사람의 형상을 갖추었다. 흙으로 이루어진 몸체는 아무런 무늬도 없고, 어린아이가 적당히 주물러 만든 사람의 모양을 한 인형처럼 생겼다.
하지만 그 크기는 제법 컸다. 하나하나가 3미터에 달했고, 움직임도 느리지 않았다.
불쑥! 불쑥! 불쑥!
흙 인형은 계속해서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수는 무려 5만을 넘어 6만에 가까웠다.
쿵! 쿵! 쿵! 쿵! 쿵! 쿵! 쿵!
그것들이 일제히 진군하자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요새를 미친 듯이 공격하던 오크들의 시선도 갑자기 옆에서 진군해오는 흙 인형들에게 향했다.
좋아. 적당하군.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후우! 저희를 인도해주신 라임 님 덕분입니다. 정신계 마법으로 육십여 명의 마법 영창을 조율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간단한 응용이죠. 자, 정신을 놓지 말고 제대로 조종합시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참모장님의 그 귀염둥이는 꺼내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제3군단의 다른 형제들은 아직 참모장님의 진정한 힘을 모르니 불손할 것입니다.”
“여기서까지 꺼내기에는 문제가 있을 것 같군요. 지금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알겠습니다.”
사령 마법사들과 대화를 나누며 어스 고렘들을 움직였다. 오크들은 허를 찔린 듯 진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좋아. 제3군단의 일은 이걸로 해결이군.
그렇게 전투가 끝나가고 있었다.
***
“벌써 떠나시는 것이오?”
“제1군단에서도 도움이 필요합니다. 또한 오크들의 준동으로 앞으로 몇 개월간 대산맥 아르혼에서 대규모의 몬스터의 이동이 있을 것이라 예측되니, 제3군단은 이 지역을 계속 방어해야 할 겁니다.”
“그건 이미 알고 있소. 하지만 왜 오크들이 이렇게 뭉쳐서 공격했는지가 의문이군.”
“그럼 몸 보중하시기를 바랍니다.”
전투를 끝낸 후 뒷정리조차 내버려 두었다. 남은 것은 그들의 몫이겠지.
이제는 제1군단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요새 성도 구룩타로 가면 되······!
“급보입니다! 구룩타 요새 성도가 함락되었습니다! 오크들의 클랜 로드를 자처하는 돌연변이 오크인 블레이드 마스터에 의해 대장군 케록트 님과 대장군 자타둔 님이 사망하셨다고 합니다!”
“뭐라고!”
쾅! 하고 회의실의 책상이 박살 났다. 그리고 나 역시 눈을 크게 떠야 했다.
뭐라고? 케록트가 죽었다고? 자타둔은 분명 1군단의 군단 사령관! 그렇다면 지금 제1군단과 2군단의 사령관이 모두 죽고 그 군대는 패했다는 말이야?
“급히 군대를 이동한다! 황궁에 전언을 띄워라! 출진이다!”
“명을 받듭니다!”
급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는 나는 입맛이 썼다.
블레이드 마스터라! 염주를 목에 두른 그 오크인가.
“재미없게 되었군.”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단 거겠지.
@현실에서의 습격
나의 꿈이 나의 현실이라면!
나의 현실을 깨려는 자는 나의 검을 받으리라!
-몽상 검사 나후람의 외침-
“현재 전황은 극히 좋지 않습니다.”
“몬스터가 대규모로 밀고 내려오고 있습니다.”
“오크들의 수는 현재 총 이십만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보통의 공성전으로는 오크들의 클랜 로드인 블레이드 마스터를 막을 수가 없습니다.”
“대체 그 거대화의 마법이 무엇인지 알아낸 것은 있나?”
“오크 매직 중의 하나입니다. 신성력과 비슷한 것으로, 그들의 믿음을 현실적인 힘으로 구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미친놈의 오크 놈들! 붉은색을 칠한다고 더 빨라진다고 믿으니 진짜로 빨라져? 그런 걸 해내다니, 오크 놈들은 정말 미친놈들이야! 빨간 것이 세 배 더 빠르다는 건 옛날 말이건만!”
그런 옛날 말은 어디서 나온 겁니까, 스승님?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잠자코 있었다.
제1군단과 제2군단이 붕괴되고, 북부의 광물과 몬스터 사체의 부산물 등의 대규모 시장이 존재하던 구룩타 요새 성도가 함락되어 파괴됨에 따라, 랑고트 왕국은 전력을 움직여야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리고 드디어 스승님이 나서시게 된 것이다.
“그나저나 제자야, 너 나 몰래 또 신기한 거 만들었다며?”
“몰래 만들다니요. 그냥 혼자 만들어서 남들이 몰랐을 뿐입니다. 딱히 비밀로 하고 만든 적은 없는데요?”
“이놈이! 이제는 다 컸다고 스승 말에 대꾸를 해대네? 야! 니가 지금 ‘스스로 걷는 자’가 되었다고 이 위대하신 스승님과 맞먹으려 드는 게냐?”
“아니, 제가 언제 맞먹으려고 그랬다고 그러세요. 말씀을 이상하게 하시면 제자인 제가 곤란하잖아요. 아, 다른 분들이 저를 어떻게 보겠어요.”
“허헛! 그럼 그렇게 꼬박꼬박 대꾸해야 쓰겄냐? 지금 수하들과 다른 장로들이 나를 뭘로 보겠냐?”
“스승님이야 뭐 이미 초마도사이신데 체면 좀 깎인다고 누가 잡아가나요? 앞길 창창한 저를 위해서 희생을 하시죠?”
“어헛! 이놈 보게!”
스승님과 티격태격하다가 주변을 돌아보니 사람들 시선이 애매했다. 그래서 왠지 쪽팔려서 헛기침을 한 번 했다.
“험험! 여하튼 지금 제1군단과 제2군단이 붕괴되어, 오크들을 막아내기 위해 이동 중이던 제4군단과 제5군단을 통해 오크들을 격퇴해야 합니다. 이미 북서부 지역의 일부가 오크들에 의해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끄응! 네 녀석, 나중에 두고 보자. 다들 상황은 알겠지? 이미 언데드에 대한 사용을 황궁에서 허락했다. 녀석들의 시체를 모두 언데드로 만들어 놈들을 격퇴하는 데에 사용하기로 한다. 또한 이번에 내가 완성한 역작인 언데드 워커를 이번 전투에 투입하겠다. 기대해도 좋을 것이야.”
“드··· 드디어 데스나크람 님의 초신기병이 움직이는 겁니까?”
13장로 중 한 명인 해골 군주 본페이드라는 노인이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드디어 완성했다. 그 오만한 오크 놈들에게 매운 맛을 보여 주기에 적당하겠지. 오크들의 진행 방향은 어떻다고 하던가?”
“현재 오크들은 나누어지지 않고 북에서 남동으로 남하하고 있습니다. 수도를 공략할 심산인 듯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개의 요새 성도를 지나야 한다. 하지만 이미 증명되었듯이 녀석들은 요새 성도를 함락시킬 능력이 충분하니 안심할 수 없다. 첫 번째 요새 성도에 저그린 EX를 모두 보내 시간을 벌어라. 그사이에 오크 언데드와 언데드 워커를 이끌고 녀석들을 요새 성도 밖에서 요격하겠다.”
“조합장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