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42화 (24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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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의 습격

“현재 남은 저그린 EX는 몇 기인가?”

“오천 기가 남아 있습니다.”

“흠··· 오천 기면 막는 것이 아니라 이길 수도 있는 숫자일 터인데?”

“그중 삼천 기는 현재 헬펜, 듀란, 아이바크의 국경에 배치되어 있기에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그럼 여유분은 이천 기란 말이냐?”

“예.”

“오크의 시체는 어떻게 되었느냐?”

“현재 오크의 시체는 총 십만 구 이상이 수거되었습니다. 하지만 격한 전쟁으로 제대로 된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시체는 극히 적어 언데드로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두 뒤섞어서 어보미네이션으로 만들도록. 그리하면 대충 일만 기 이상의 어보미네이션은 만들 수 있겠지.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예상 시간은?”

“예. 현재로서는 약 한 달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이번 오크와의 대전에서 우리의 힘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령 마법사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모두 실수 없도록 하라. 그리고 내 직접 첫 번째 요새 성도로 향해 그들을 막겠다.”

“조합장님의 명을 이행하겠습니다.”

“회의를 파한다. 회의의 결과대로 일을 진행하라.”

스승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시며 회의는 끝이 났다.

오크 군대의 남하를 저지하는 첫 번째 성도 요새의 이름은 제라툴. 그곳에서 다시금 전쟁이 벌어지겠지.

이곳은 만들어진 세계이지만··· 그래. 여기도 살아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욕망을 위해서 전쟁을 한다.

인간이란··· 어디서든 변하지 않는 걸까.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 게임 안에서의 나는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판타지 소설로 치자면 거의 7클래스의 마도사 수준이지. 물론 제작에 관해서만. 공격이나 그런 것은 대충 5클래스 정도일까?

집에 도착해 문을 여니 아무도 없었다. 엘린의 상단을 도와주느라 가족들이 전부 나가 있는 상태였다.

“넓어서 그런지 더 썰렁하군.”

하녀라도 몇 명 고용해야겠어. 가족들이 없는 동안 관리를 하려면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

몇 가지 도구를 챙긴 난 지하 공방으로 공간 이동을 했다.

그 후 지하 공방에 마련된, 거대한 마력 합금으로 만든 마법진 위에 배당받은 오크의 시체를 우르르 쏟아냈다.

진귀한 마법 시약, 마력을 담은 보석 등 여러 가지 재료를 꺼내 마법진에 배치하고, 이 왕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부정한 사념을 모으는 마법진을 가동시켰다.

웅웅웅웅웅!

마법진이 새파랗게 빛나며 부정한 마력을 모으는 것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부정한 마력이 모이려면 시간이 조금 걸린다.

흠··· 왠지 뭔가가 부족한 기분이야. 휑한 듯한, 뭔가 기력을 빼앗는 것도 같고, 기분이 좋지 않군그래.

“좋아.”

충전 완료인가. 단번에 만들어주지.

“너 죽은 자야, 일어서라! 나 사자군주의 이름으로 너를 일으켜 세우니, 죽음의 힘을 머금고 다시 일어나 너의 원혼을 불태워라! 언데드 타이탄!”

구그그그그그그! 하고 시체가 일그러지며 삐거덕거렸다.

오만, 질투, 탐식, 음욕, 탐욕, 나태, 분노의 7개의 부정한 사념을 긁어모은 마법진에서부터 부정한 마력이 흘러나온다. 그 마력은 중앙의 마력 합금으로 만든 거대 마법진에 흘러들며 음사(陰邪)한 빛이 뿜어졌다.

마법진은 강대한 법칙의 일탈을 일으키고, 그에 반응하여 시체가 일그러지며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콰득! 콰득! 콰드드득!

그것은 사실 끔찍한 광경이다. 살과 피가 흘러내리다가 솟구쳐 오르고, 그 사이로 검은 마력이 흘러들어가 뭉친다. 또한 부서지고, 짓이겨졌다가 다시금 형체를 만들며 하나의 거인으로 화해간다.

그리고 완성되었다.

언데드 타이탄!

“좋아. 들어가라.”

언데드 타이탄은 아공간 주머니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나는 다시 오크의 시체들을 꺼내어 마력 합금 마법진 위에 올려놨다. 그리고 아까처럼 재료들을 늘어놓고, 부정한 마력을 모으는 마법진을 가동시킨 후 잠시 기다렸다.

그 후 조금 전과 같은 작업을 반복, 언데드 타이탄 총 4기를 생산할 수 있었다. 시체가 꽤 남았지만, 그것은 그냥 아공간 주머니에 저장했다.

흠··· 좋아. 이걸로 나에게 언데드 타이탄은 총 6기. 마스터급 캐릭터라고 해도 언데드 타이탄을 쓰러트릴 수는 없다.

삐익! 삐익!

그때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이동용 마법진의 옆에 있는 수정구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집에 누군가 찾아오면 소리를 내게 해놓은 물건이다.

집에 찾아온 사람이 있나 보군.

“공간 이동.”

팟! 하고 공간을 넘어 거실로 돌아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제2군단에서 나를 보좌했던 부참모장인 데글이라는 사령 마법사가 서 있었다.

“라임 님, 출진 명령입니다. 준비는 끝나셨습니까?”

“예, 준비는 끝났습니다. 출진은 제라툴로?”

“예.”

“다른 사람들은 이미 그쪽으로 향했습니까?”

“예, 이미 모두 출발했습니다.”

“그럼 빨리 가죠. 자, 이리로 오십시오.”

주변에 마법진을 만들고, 공간 이동의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번쩍! 하고 나와 그의 신형이 제라툴의 상공으로 이동되었다.

“하늘 비행!”

호오! 비행의 마법인가? 나는 유령의 손을 이용해 하늘을 나는 거라서 다르지만.

그나저나 오크 놈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군그래.

“아직 전쟁은 시작되지 않고 있군요.”

“과거 마물 대전 때는 두 번째 요새 성도인 지록트 요새까지 밀렸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합류를··· 응?”

막 합류하려고 하는데, 저 멀리서 둥! 둥! 하고 큰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지평선 너머에서 20만에 달하는 오크의 군대가 진격해오고 있었다.

둥! 둥!

오크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방이 진동했다.

“시작되었군.”

“빨리 가야겠습니다, 라임 님.”

“아니, 어차피 제가 없어도 괜찮을 겁니다. 제가 병력의 지휘권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 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요새 성도의 오른쪽과 왼쪽에 거대한 공간의 문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척! 척! 하고 군대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언데드의 군대였다.

“오크 언데드! 그런데 저거 좀비입니까, 아니면 구울입니까?”

“강화 좀비라고 들었습니다.”

“수가 많으니까······. 그럼 저도 저 나름의 병력을 움직이도록 하죠. 일단 지켜보겠습니다.”

“저는 본대와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데글은 수정구를 꺼내 본대와 무어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때, 오크들의 진영에서부터 와이번들이 무수히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쏴쏴쏴쏴!

그와 동시에 요새 성도에서부터 수만의 가고일들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내 곁을 스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가고일의 숫자는 그야말로 가공할 만하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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